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극장 개봉 포기→넷플릭스行 두고 법적 분쟁
코로나19 사태·플랫폼 전쟁에 휩쓸린 '사냥의 시간'
영화 '사냥의 시간' 포스터 / 사진제공=넷플릭스
영화 '사냥의 시간' 포스터 / 사진제공=넷플릭스
영화 ‘사냥의 시간’이 극장 개봉을 포기하고 넷플릭스행을 택했지만 공개 예정일이었던 오늘(10일), 결국 상영은 시작하지 못했다. 코로나19의 사태 속에서 넷플릭스라는 초유의 선택으로 살길을 도모했으나 앞길이 막막하다. 제작사인 리틀빅픽처스와 해외 세일즈사인 콘텐츠판다는 ‘사냥의 시간’ 상영 문제 해결을 두고 긴급 회동을 한 가운데 양측이 원만한 합의를 이끌어낼지 관심이 쏠린다.

지난 8일 서울중앙지법은 해외세일즈사 콘텐츠판다가 투자배급사 리틀빅픽처스를 상대로 제기한 ‘사냥의 시간’ 국외 상영금지 가처분 신청을 인용했다. 이로써 리틀빅픽쳐스는 ‘사냥의 시간’을 국내 제외한 다른 나라에 공개할 수 없게 됐다. ‘사냥의 시간’은 당초 10일부터 전 세계 190여 개국에 29개 언어 자막으로 작품을 선보일 예정이었다. 넷플릭스 측은 영화의 국내 공개는 가능하지만 법원의 판결을 고려해 ‘사냥의 시간’ 콘텐츠 공개 및 관련 모든 행사를 보류하기로 결정했다. 10일 예정됐던 스폐셜 온라인 GV도 취소됐다.
영화 '사냥의 시간' 스틸 / 사진제공=넷플릭스
영화 '사냥의 시간' 스틸 / 사진제공=넷플릭스
‘사냥의 시간’은 2018년 겨울에 크랭크업 해 지난해 여름에 촬영을 마무리했다. 그러나 예정보다 후반작업이 길어져 개봉 시기가 늦춰졌고, 코로나19 사태와 맞물리면서 극장 개봉 역시 무기한 미뤄지다 결국 넷플릭스 직행이라는 선택을 했다. 하지만 해외 배급 문제를 둘러싸고 리틀빅픽처스와 콘텐츠판다가 법적 분쟁을 하게 됐고, 이 가운데 넷플릭스가 공개 보류를 선언하면서 ‘사냥의 시간’은 표류하고 있는 상태다.

극장 개봉 포기, 넷플릭스 직행이라는 점은 신작 한국영화로써는 전례 없는 일이라 상당한 파장이 있었다. ‘사냥의 시간’의 이 같은 선택은 ‘어쩔 수 없는 일’이기도 했다. 영화에 이미 순제작비 90억 원, 홍보 마케팅비 27억 원 등 117억 원가량이 투입됐다고 알려진 가운데 영화 개봉이 계속해서 연기되고 수익을 내지 못한다는 건 중소 규모의 제작사로서는 회사 존폐가 걸린 문제기 때문이다. 그러나 해외 세일즈를 차근차근 수행해온 콘텐츠판다로서는 ‘사냥의 시간’이 넷플릭스 스트리밍을 통해 전 세계에 공개된다는 것은 황당한 일일 수밖에 없다. 어느 한쪽이 잘못했다고 속단하기 어려운 상황이다.
영화 '사냥의 시간' 스틸 / 사진제공=넷플릭스
영화 '사냥의 시간' 스틸 / 사진제공=넷플릭스
‘사냥의 시간’은 이제훈, 안재홍, 최우식, 박정민 등 충무로에서 가장 핫한 배우들이 총출동해 촬영 단계에서부터 입소문이 나며 기대를 끌었던 작품이다. 또한 영화 ‘파수꾼’으로 제32회 청룡영화상 신인감독상을 수상한 윤성현 감독이 10년 만에 내놓은 신작으로 많은 기대를 모았다. 윤 감독은 ‘사냥의 시간’을 통해 현시대를 살고 있는 청춘들의 무기력함과 보편적인 고민들을 추격 스릴러라는 장르로 풀어낸다. 이 영화는 지난 2월 열린 제70회 베를린국제영화제의 베를리날레 스페셜 갈라 섹션에 한국영화 최초로 공식 초청돼 작품성까지 인정받았다. ‘사냥의 시간’의 표류 사태가 더욱 안타까울 수밖에 없는 이유다.

이번 ‘사냥의 시간’ 공개 보류는 비단 코로나19 사태뿐만 아니라 ‘새로운 플랫폼 등장’이라는 관점에서도 살펴봐야 한다. 극장 개봉이라는 전통적인 영화 산업과 온라인 스트리밍이라는 OTT 서비스가 충돌하고 있는 현 상황. 대표적인 OTT 플랫폼인 넷플릭스는 콘텐츠 제작에 아낌없이 투자한다는 점, 전 세계에 회원을 갖고 있다는 점, 한번 게시된 콘텐츠는 지속적으로 스트리밍될 수 있다는 점, 그리고 콘텐츠 조회수가 공개되지 않는다는 점은 콘텐츠 제작자들로 하여금 더욱 다채롭고 개성 있는 작품을 만들 수 있게 한다. 넷플릭스 회원들로서는 더욱 다양한 콘텐츠를 접할 수 있다는 장점도 있다. 이는 콘텐츠 제작과 제작의 선순환 구조로 이어진다. 이번 ‘사냥의 시간’ 사태를 계기로 국내에서도 넷플릭스행 영화들이 많아질 것으로 전망되고 있다. 한 영화계 관계자도 “이를 시작으로 투자 제작 단계에서부터 OTT와 계약하는 한국 영화가 늘 것”이라고 내다봤다.

코로나19 사태와 플랫폼 과도기라는 시대에 휩쓸린 ‘사냥의 시간’. 표류의 시간을 마치고 무사히 관객들에게 안착할 수 있을지 관심이 쏠린다.

김지원 기자 bella@tenasi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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