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화 '사랑하고 있습니까' 주연 김소은

"이상형? 나를 웃게 해주는 사람"
"故 전미선과의 촬영, 좋은 기억뿐"
"서른 넘으니 여유과 도전 정신 생겨"
배우 김소은 / 사진제공=강철필름
배우 김소은 / 사진제공=강철필름
“저를 많이 웃게 해주고 공감해 주는 사람이 좋아요.”

오는 25일 개봉하는 영화 ‘사랑하고 있습니까’에 출연한 배우 김소은이 극 중 캐릭터에 대해 이야기하며 자신의 이상형을 이렇게 말했다. 이 영화는 판타지 로맨스물로, 사랑의 해답을 알려주는 책을 갖게 된 카페 아르바이트생 소정(김소은 분)과 츤데레 카페 사장 승재(성훈 분)의 이야기를 담는다. 소극적인 소정은 짝사랑하는 승재에게 제대로 표현하지도 못하고 쌀쌀맞게 구는 그에게 서운함만 느낀다. 김소은은 평소 연애 스타일이 소정과 닮았다고 했다.

“저도 좋아하는 사람에게 선뜻 다가가지 못하고 많이 쑥스러워해요. 그런 면이 소정과 닮아서 연기하기 수월했어요. 실제로 제가 중학생 때 좋아하던 남자애한테는 말도 못 걸고 그랬죠. 복도에서 그 친구가 걸어오면 괜히 도망다니고 피했어요. 하하.”

김소은이 이 영화를 선택한 이유는 ‘외유내강형 청춘’ 캐릭터에 공감했기 때문이다. 소정은 홀로 치매 어머니를 모시며 가장 노릇을 해야하는 힘든 상황 속에서도 자신이 개발한 디저트를 카페의 정식 메뉴로 올리겠다는 목표를 위해 끊임없이 노력한다.

“소정의 단단한 모습에 이끌렸어요. 요즘 청년들도 다들 사연이 있고 우여곡절이 있을 텐데도 똑 부러지게 자신의 일을 해내려고 하는데 그런 모습을 소정에게서 봤어요. 저는 캐릭터를 내가 잘 소화할 수 있을지를 많이 따져보는 편이예요. 그 다음은 이 영화의 전체적인 느낌도 좋았죠. 감독님이 수필 같은 감성을 갖고 계신데 마침 수수하고 소소한 느낌의 영화를 찍어보고 싶었던 터라 잘 맞아 떨어졌어요.”
영화 ‘사랑하고 있습니까’ 스틸 / 사진제공=강철필름
영화 ‘사랑하고 있습니까’ 스틸 / 사진제공=강철필름
이 영화에는 지난해 세상을 떠난 배우 고(故) 전미선이 극 중 소정의 어머니로 나온다. 치매를 앓고 있는 소정의 어머니와, 팍팍한 현실에도 꿈을 잃지 않고 살뜰히 어머니를 모시는 소정의 모습이 가슴을 찡하게 만든다. 김소은은 영화에서 전미선의 발을 씻겨주는 장면을 가장 기억에 남는다고 꼽았다. 김소은은 “전미선 선배와의 촬영은 좋았던 기억 밖에 없다”며 “너무나 좋은 분이었고 함께 할 수 있어 영광이었다”고 회상했다.

“소정이 감정을 터트리는 장면이었죠. 소정이 여려보이지만 그 안에는 단단함이 있다는 걸 보여줘요. 힘들어도 엄마에겐 밝은 모습만 보여주고 싶어서 집에 들어갈 땐 일부러 더 씩씩하게 행동해요. 그런 모습도 제 마음에 와 닿았죠. 그 신을 찍으면서 많이 울었어요. 열심히 살고 꿈도 많은데 녹록하지 않은 주변 상황이 안타깝기도 하고 여러 감정이 올라오면서 복잡하더라고요.”

영화에서 소정이 갖게 된 책은 사랑에 관한 해답을 알려준다. 무엇인가에 대해 해답을 알려주는 책이 있다면 김소은은 어떤 답을 구하고 싶을까. 김소은은 “내가 결혼할 수 있을지를 묻고 싶다”며 “그럼 ‘기다려라. 때가 있다’고 나올 것 같다”면서 웃었다. 지금 사랑을 하고 있느냐는 물음에는 “나도 하고 싶다”며 “(결혼도) 해야 한다는 마음이 큰데 서른 넘어가니 (연애도 결혼도) 쉽지 않아진다”고 답했다.

“가정을 꾸린 친구들을 보니 좋아 보이기도 한데 힘들어 보이기도 해요. 아직까지 제가 그 힘든 부분을 감당해낼 자신이 없어요. 자신감이 생길 때 하고 싶어요. 미친 듯이 사랑해서 그 어려운 문제까지 이고 간다는 마음이 생기면 (결혼)할 것 같아요.”
배우 김소은 / 사진제공=강철필름
배우 김소은 / 사진제공=강철필름
이 영화는 2017년 10월에 촬영을 마쳤다. 개봉을 오래 기다렸던 만큼 코로나19 사태로 인한 침체된 극장가에 대해 김소은은 “그래도 개봉한다는 것에 감사하다”고 말했다. 1989년생인 김소은은 29살 때 찍었던 이 영화가 20대 마지막 작품이라고 했다. 김소은은 “나의 20대 마지막이 담긴 영상을 보니 뿌듯했고 바쁘게 살았던 나를 다시 되돌아보게 했다”고 말했다. 30대가 된 김소은은 20대의 자신과 어떻게 달라졌다고 느낄까.

“심적으로는 여유가 좀 생겼어요. 20대 땐 뭔가 해내야 한다는 욕심이 커서 조급하게 쫓기듯 살았다면 서른이 넘으니 나를 되돌아보는 시간을 많이 가지게 됐어요. 또 20대 때보다 건강을 3배는 더 챙기게 됐어요. 건강식품, 영양제도 더 챙겨먹고 요즘 필라테스, PT(퍼스널 트레이닝) 등 운동도 열심히 하고 있어요. 이젠 체력으로 승부해야 하는 시기잖아요. 하하. 책도 많이 읽고 드라마, 영화도 웬만하면 다 챙겨봐요. 시간의 소중함을 깨달았어요. 그래서 이렇게 아껴서 잘 쓰려고 해요.”

김소은은 2005년 드라마 ‘자매바다’로 정식 데뷔했지만 아역 때 뮤직비디오에 출연한 것부터 치자면 활동한지 20년이 됐다. 그간 주로 밝고 명랑한 캐릭터로 대중을 만나왔던 김소은은 성숙한 모습도 보여주고 싶다는 의욕을 내비쳤다.

“예전엔 안정감을 추구했다면 이젠 도전 정신이 생겨요. 경험이 쌓였으니 할 수 있을 것 같다는 자신감도 생기고요. 저는 최대한 힘닿는 데까지, 끝까지 노력해보고 싶어요. 정말 죽을 때까지 제가 사랑하는 연기를 하고 싶어요. 잘할 수 있고 좋아하는 일을 직업으로 찾았다는 것도 행운이라고 생각해요. 이제 풋풋한 ‘핑크 사랑’ 말고 격정 멜로처럼 진한 ‘빨간 사랑’도 하고 싶어요. 하하. 이왕 할 거라면 앞으로 더 다양한 연기를 해보고 싶어요.”

김지원 기자 bella@tenasi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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