日아카데미 최우수 여우주연상 '韓배우 최초'
"국적 떠나 많은 분의 노고 담긴 작품"
정의로운 기자役, 신문사 찾아 캐릭터 연구
슬럼프로 美서 교교 생활하기도
배우 심은경 / 사진제공=매니지먼트AND
배우 심은경 / 사진제공=매니지먼트AND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사태로 침체된 영화계에 오랜만에 반가운 소식이 들려왔다. 배우 심은경이 일본 영화 ‘신문기자’로 일본 아카데미상에서 최우수 여우주연상을 수상한 것이다. 한국 배우가 일본 아카데미 시상식에서 이 상을 받은 것은 1987년부터 시행된 시상식 이래 처음 있는 일이다.

심은경은 9일 소속사 매니지먼트AND를 통해 “이렇게 큰 상을 주셔서 정말 감사하다”며 “아직도 실감이 나지 않아 마음을 다스리는 중”이라고 밝혔다. 또한 “그저 감사하고 제게 앞으로 주어지는 작품들을 열심히 해 나가야겠다는 생각뿐”이라고 말했다.

이어 심은경은 “국적을 떠나, 모든 작품들이 많은 스태프들과 제작진의 노고와 도전으로 만들어지지만 이번 ‘신문기자’라는 작품은 그런 의미에서 정말 많은 분들의 노고와 응원이 있었던 작품”이라고 강조했다. 또한 “앞으로도 작품 하나하나에 정성과 진심을 담아 매 작품에 도움이 될 수 있는 연기를 할 수 있도록 최선을 다하겠다”고 각오를 다졌다.

시상식장에서 심은경은 자신의 이름이 호명되자 믿기지 않는다는 표정으로 무대에 올라 눈물을 쏟기도 했다. 그는 일본어로 “죄송하다. 수상을 전혀 생각하지 않아서 소감을 준비하지 못했다”라며 “앞으로도 열심히 활동하는 배우가 되겠다”고 말했다.
영화 ‘신문기자’ 스틸 / 사진제공=더쿱
영화 ‘신문기자’ 스틸 / 사진제공=더쿱
‘신문기자’는 가짜 뉴스부터 댓글 조작까지, 국가가 감추려는 진실을 집요하게 쫓는 기자의 이야기를 담은 영화다. 도쿄신문 사회부 소속 모치즈키 이소코 기자의 동명 논픽션이 원작이다.

심은경은 극 중 한국인 어머니와 일본인 아버지를 둔 신문사 사회부 기자 요시오카 역을 맡아 열연했다. 심은경은 4년 전 일본 진출을 결심하고 한국과 일본을 오가며 일본어 공부를 했다. 일본 연극 무대에 오르며 활동을 준비해나갔던 심은경은 2017년 4월 일본 소속사와 전속계약을 체결했다.

심은경은 이번 영화에서 기자 캐릭터를 맡은 만큼 직접 신문사를 찾아 기자들을 관찰하며 캐릭터를 연구하는 노력을 기울였다. 일본어로 직접 연기한 심은경은 발음과 억양 하나하나까지 세세하게 다듬었다.
 배우 심은경 / 사진=텐아시아DB
배우 심은경 / 사진=텐아시아DB
일본 아카데미 시상식은 미국 아카데미의 정식 허락을 받아 일본 아카데미상 협회가 발족한 시상식이다. 심은경의 일본 아카데미 수상이 더욱 의미 있는 것은 한국배우 최초라는 기록을 세운 것에 더해 ‘신문기자’가 일본 메이저 배급사의 작품이 아니기 때문이다. 일본 아카데미상은 일본 내 영화 관계자로 구성된 약 4000명의 회원 투표로 정해진다. 도호, 쇼치쿠, 도에이 등 3대 메이저 배급사 관계자들이 회원으로 많이 가입돼 있어 메이저 3사 작품이 수상에 유리한 것으로 전해진다.

또한 ‘신문기자’가 사회 비판적 영화라는 점도 유의미하다고 평가된다. 이 영화는 아베 총리가 연루된 사학 스캔들인 ‘가케학원 스캔들’을 연상시키는 내용으로 국가와 저널리즘 이면을 비판한다. 정치 소재의 영화가 많지 않은 일본에서 정치 비판적 영화가 이 같은 성과를 얻었다는 것은 일본 내에서도 의외라는 반응을 얻고 있는 이유다. 더욱이 그 비판의 대상이 현 일본 정권이라는 점은 더욱 주목해야 하는 대목이다. 때문에 일본 방송에서는 이 영화가 소개조차 되지 않았다. 그러나 신문과 SNS를 통해 입소문이 나면서 지난해 6월, 143개라는 적은 수의 상영관에서 한 달도 안 돼 33만 명을 동원하며 흥행 수익 4억엔(44억8천만원)을 기록했다.

지난해 10월 국내 개봉에 맞춰 내한했던 후지이 미치히토 감독은 심은경에 대해 “일본어라는 높은 허들을 넘어 매우 훌륭한 표현을 보여줬다”고 극찬했다. 함께 방한한 카와무라 미츠노부 프로듀서는 심은경을 캐스팅한 이유로 “그의 지적인 면, (작품으로 표현해온) 다양한 아이덴티티가 진실을 추구하는 캐릭터에 딱 맞는다고 생각했다. 일본 배우들이 다 거절해 어쩔 수 없이 심은경 씨를 내세우게 됐다는 소문은 사실이 아니다. 일본의 여성 배우에게는 전혀 출연 제의를 하지 않았다”고 밝힌 바 있다.
배우 심은경 / 사진=텐아시아DB
배우 심은경 / 사진=텐아시아DB
심은경은 이번 영화로 일본 아카데미상 외에도 제74회 마이니치 영화 콩쿠르 여우주연상, 제34회 다카사키 영화제 여우주연상, 타마 시네마 포럼에서 최우수 신인여우상을 수상했다.

2003년 드라마 ‘대장금’으로 데뷔한 심은경은 다양한 작품에서 인상적인 연기를 선보여왔다. 2011년 영화 ‘써니’(736만명), 2014년 ‘수상한 그녀’(865만명)로는 최연소 흥행퀸이라는 수식어도 얻었다. 이후 ‘널 기다리며’(2016) ‘걷기왕’(2016) ‘특별시민’(2016) ‘조작된 도시’(2017) ‘염력’(2017) ‘궁합’(2018) 등 장르를 가리지 않고 출연하며 폭넓은 연기 스펙트럼을 자랑했다. 특별 출연한 ‘부산행’(2016)에서는 좀비 떼 습격을 처음 알리는 장면에서 좀비로 변하는 소녀로 관객들에게 강렬한 인상을 남겼다.

심은경은 드라마 ‘그 여름의 태풍’ ‘황진이’ ‘태왕사신기’ ‘거상 김만덕’ 등 아역 때부터 브라운관에서도 활약했다. 또한 드라마 ‘내일도 칸타빌레’에서는 해맑고 엉뚱한 캐릭터로 시청자들에게 즐거움을 선사했고 최근 종영한 드라마 ‘머니게임’에서는 근성과 노력으로 공직에 올라온 신임 사무관으로 한층 성숙하고 절제된 연기로 시청자들의 몰입도를 높였다.

심은경은 한때 슬럼프를 겪으며 고교시절 3년을 미국에서 보내기도 했다. 과거 인터뷰에서 심은경은 “한동안 내가 연기에 재능이 있는지, 이 일을 계속해도 되는지 의심했다”며 “고민 끝에 느낀 건 결국 내가 마음이 편해야 한다는 것”이라고 말하기도 했다. 미국이라는 타지에서의 생활도 쉽지만은 않았다. 그는 “낯선 타지에서 서툰 영어로 사람들과 어울리며 좌절을 많이 했지만 뉴욕에서 다양한 공연 등을 관람하면서 예술적인 영감을 받았고, 연기하는 데도 많은 도움이 됐다”고 밝힌 바 있다.

올해 스물여섯이지만 18년 차 베테랑 배우인 심은경. 코미디, 액션, 범죄부터 멜로까지 장르에 구애 받지 않고 다채로운 매력을 자랑한다는 점은 그의 앞으로가 더 기대되는 이유다.

김지원 기자 bella@tenasi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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