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화 '도망친 여자' '사냥의 시간' 포스터./ 사진제공=각 영화사
영화 '도망친 여자' '사냥의 시간' 포스터./ 사진제공=각 영화사
한국영화가 세계 3대 영화제 중 하나인 '베를린국제영화제'에서도 주목받고 있다.

지난해 봉준호 감독 영화 '기생충'이 칸국제영화제에서 최고 영예인 황금종려상을 수상했고, 올해 2월 열린 미국 아카데미 시상식에서 작품상, 감독상, 국제장편영화상, 각본상 등 4관왕을 차지하는 저력을 보여줬다.

지난 20일 독일 베를린에서 시작된 제70회 베를린국제영화제 경쟁 부문에 초정된 홍상수 감독 영화 '도망친 여자'와 비 경쟁 부문에 초청된 윤성현 감독 영화 '사냥의 시간'이 현지에서 호평을 받으며, '기생충'이 보여준 한국영화의 저력을 다시 한 번 확인 시켰다.

홍상수 감독과 불륜 관계인 배우 김민희가 7번째로 협업한 '도망친 여자'는 25일(현지시간) 베를린국제영화제 경쟁 부문 공식 상영을 통해 처음 공개됐다. 이날 오전 9시 영화제 메인 상영관인 베를리날레 팔라스트에서 열린 프레스 상영회를 시작으로, 오후 4시 월드 프리미어까지 이어졌다.

'도망친 여자'는 결혼 후 떨어져 지낸 적이 없던 남편이 출장을 간 사이에 여주인공 감희(김민희)에게 벌어지는 이야기를 담은 영화다. 두 번의 약속된 만남과 한 번의 우연한 만남을 통해 과거 세 명의 친구들을 만나게 되면서 일어나는 감희의 변화를 섬세한 연출로 담아냈다. 배우 김민희를 비롯해 서영화, 송선미, 김새벽, 권해효 등 연기파 배우들이 출연했다.

영화를 본 외신들은 호평을 쏟아냈다. 버라이어티는 "'도망친 여자'는 기존에 홍상수 감독이 만든 영화와 살짝 다르면서 비슷하다. '여자는 남자의 미래다'보다 유쾌한 버전이며, 당시 말한 미래가 바로 지금임을 알려준다. 또한 여성 간 상호작용에 관한 활기가 넘치고 진솔한 홍상수식 삶의 세 조각"이라고 평했다. 스크린 인터내셔널은 "'도망친 여자'는 홍상수 감독 특유의 수수께끼같은 측면을 보여 주지만 관계의 역동성이나 성의 역할을 값진 방식으로 건드린다"고 했다.

할리우드리포트도 "'도망친 여자'는 홍상수 감독이 음악까지 담당했다. 반복과 변주를 지속적으로 활용했고 복잡한 감정들을 갖는 사람들의 이면에서 그들의 삶을 엿보게 만들었다. 영화는 몰입도가 높고 웃긴다. 말을 거의 하지 않지만 실제로는 얼마나 말을 하는지에 대한 진정성이 느껴지는 작품이다. 크게 봤을 때 홍상수답지만 약간 다른 느낌의 홍상수 감독 영화"라고 평가했다.
홍상수 감독-배우 김민희./ 사진=베를린영화제 SNS 캡처
홍상수 감독-배우 김민희./ 사진=베를린영화제 SNS 캡처
이날 공식 레드카펫과 기자회견에 모습을 드러낸 홍상수 감독과 김민희에게도 많은 관심이 쏠렸다. 불륜 관계인 두 사람은 대중의 따가운 시선을 의식하기 보다 서로를 향한 굳건한 믿음과 작품에 더욱 집중하는 모습을 보였다.

홍상수 감독은 기자회견에서 "삶은 어떤 종류의 일반화도 모두 뛰어넘는 것"이라며 "나는 영화를 만들 때 모든 일반화와 장르 테크닉, 효과 등을 배제한다. 그리고 나 자신을 열고 믿는다"라고 말했다. '도망친 여자'는 경쟁 부문에 초청된 17개의 작품과 최고 영예인 '황금곰상'을 두고 경합한다. 한국 영화가 '황금곰상'을 수상한 사례는 단 한번도 없다.

앞서 홍상수 감독은 '밤과 낮'(08) '누구의 딸도 아닌 해원'(13) '밤의 해변에서 혼자'(17) '도망친 여자'까지 베를린국제영화제 경쟁부문에 네 번 이나 초청을 받았다. 김민희는 제67회 베를린국제영화제에서 '밤의 해변에서 혼자'로 한국 배우 최초 은곰상(여우주연상)을 수상했다. 이처럼 베를린국제영화제는 그동안 홍상수와 김민희에게 지속적인 관심을 보여왔다. 아직 경쟁부문이 모두 공개되지 않아 판단하긴 힘들지만 현지 분위기로 봤을 때 '도망친 여자'의 수상 가능성은 충분하다.
영화 '사냥의 시간'의 주역들./ 사진제공=SBS '한밤'
영화 '사냥의 시간'의 주역들./ 사진제공=SBS '한밤'
비경쟁 부문인 베를리날레 스페셜 갈라에 한국 영화 최초로 초청 받은 '사냥의 시간'을 향한 호평도 쏟아졌다. 22일(현지시간) 최초 공개된 '사냥의 시간'은 팔라스트 극장 1600석을 매진 시키는 기염을 토했고, 상영 뒤 기립박수까지 받으며 주목받았다.

윤성현 감독이 배우 이제훈·안재홍·박정민·박해수 등 영화의 주역들과 함께 레드카펫에 모습을 드러내자, 뜨거운 취재경쟁이 벌어지기도 했다. 함께 출연한 최우식은 다른 영화 촬영 일정으로 참석하지 못해 아쉬움을 남겼다.

'사냥의 시간'은 새로운 인생을 위해 위험한 작전을 계획한 네 친구들과 이를 뒤쫓는 정체불명의 추격자간의 이야기를 담아낸 추격 스릴러다. 한국에서는 26일 개봉 예정이었지만 코로나19 확산세로 상영 일정을 무기한 연기했다.

'도망친 여자'의 수상 여부는 폐막식 하루 전날인 29일(현지시간) 최종 결정된다.

노규민 기자 pressgm@tenasi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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