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텐아시아=김지원 기자]
영화 ‘지푸라기라도 잡고 싶은 짐승들’ 포스터. /사진제공=메가박스중앙㈜플러스엠
영화 ‘지푸라기라도 잡고 싶은 짐승들’ 포스터. /사진제공=메가박스중앙㈜플러스엠


한치 앞도 보이지 않은 깜깜한 굴속을 롤러코스터를 타고 달려가는 듯하다. 눈앞에 무엇이 있는지 도통 알 수 없으니 답답하면서도 궁금하다. 영화 ‘지푸라기라도 잡고 싶은 짐승들’이다. 전도연, 정우성, 배성우, 윤여정, 진경 등 베테랑 배우들의 호연에 미스터리한 스토리가 더해지면서 장르적 재미는 있으나 명쾌하진 못하다.

출입국관리소 직원 태영(정우성 분)은 갑자기 사라진 애인 연희(전도연 분) 때문에 그의 빚을 대신 갚아야 할 처지가 됐다. 사채업자 박사장(정만식 분)의 무시무시한 협박에 태영은 더욱 초조해진다. 태영은 거액을 들고 밀항하려는 동창생의 돈 가방을 가로챌 작전을 세우지만 실패한다. 목숨이 위태로워진 태영 앞에 갑작스럽게 나타난 연희. 별 일 없었다는 듯 태연히 행동하며 태영에게 돈을 구할 수 있는 방법을 이야기하며 도움을 청한다.

영화 ‘지푸라기라도 잡고 싶은 짐승들’ 스틸. /사진제공=메가박스중앙㈜플러스엠
영화 ‘지푸라기라도 잡고 싶은 짐승들’ 스틸. /사진제공=메가박스중앙㈜플러스엠
동명의 일본 소설이 원작인 영화 ‘지푸라기라도 잡고 싶은 짐승들’은 거액이 든 돈 가방을 차지하기 위해 한탕을 계획하는 인간들의 이야기다. 새로운 삶을 꿈꾸는 술집 여사장, 애인에게 속아 빚에 시달리는 공무원, 아르바이트로 근근이 생계를 이어가는 가장, 남편의 가정폭력에 시달리는 주부 등 절박한 삶을 살고 있는 이들을 영화는 현실적이고 처절하게 그려낸다. 돈을 눈앞에 둔 인간은 날카롭고 예민하고 섬뜩하다.

영화는 범죄극이지만 미스터리 장르의 특징도 갖고 있어 추리하는 재미도 있다. 아무 관련이 없을 것 같은 인물들은 돈 가방을 매개로 계속해서 연결되고 예상치 못한 방향으로도 얽힌다.

영화는 시간의 순서대로 전개되는 듯 보이지만 중반부 쯤 시간이 뒤섞여 있음이 드러난다. 이처럼 시간을 뒤섞어 연출한 것은 돈 앞에 흔들리는 캐릭터들의 욕망을 극대화하는 효과가 있지만 관객들마저 혼란스럽게 할 수 있다.

전도연, 정우성, 배성우, 윤여정, 진경 등 평가가 무의미한 배우들의 호연은 이 미스터리한 범죄심리극을 더욱 휘몰아치게 만든다. 새 삶을 살고 싶은 술집 여사장 연희 역의 전도연은 서늘하고도 관능적이다. 연희의 비도덕적이고 불법적인 행위에서도 전도연은 서글픔이 느껴지게 한다. 부드럽고 품격 있는 이미지의 정우성은 기존과 달리 수동적이고 우유부단한, 새로운 연기를 보여준다. 중만 역의 배성우는 극한 상황에 놓인 가장의 현실적 모습으로 공감을 자아내고 짠하게 만든다. 사업 실패 후 생활고로 인해 목욕탕에서 야간 아르바이트를 하면서 어린 지배인에게 괄시 당하는 중만의 모습은 영화의 현실성을 높이고 극한에 놓인 인간의 절박함을 와닿게 한다.

‘지푸라기라도 잡고 싶은 짐승들’은 오는 12일 개봉. 러닝타임 108분. 청소년 관람불가.

김지원 기자 bella@tenasi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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