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텐아시아=김지원 기자]
배우 하정우(왼쪽부터), 김광빈 감독, 김남길이 29일 오후 서울 한강로동 CGV용산아이파크몰에서 열린 영화 ‘클로젯’ 언론시사회에 참석했다. /조준원 기자 wizard333@
배우 하정우(왼쪽부터), 김광빈 감독, 김남길이 29일 오후 서울 한강로동 CGV용산아이파크몰에서 열린 영화 ‘클로젯’ 언론시사회에 참석했다. /조준원 기자 wizard333@
벽장 속 어둠의 세계로 아이가 사라졌다. 아이 아빠는 악몽에 시달린다. 원인을 알 수 없는 기묘한 사건들, 음산한 분위기는 관객들에게 극강의 공포감을 이끌어낸다. 범죄, 액션, 재난 등 장르를 가리지 않고 인상적인 연기를 보여주는 배우 하정우와 지난해 ‘SBS 연기대상’의 주인공 김남길은 뛰어난 열연으로 스크린을 장악한다. 영화 ‘클로젯’이다.

29일 오후 서울 한강로동 CGV용산아이파크몰에서 열린 영화 ‘클로젯’ 언론시사회에는 김광빈 감독과 배우 하정우, 김남길이 참석했다.

김 감독은 “자다가 눈을 떴을 때 살짝 열린 벽장을 보고 어떤 소재로 이야기를 만들어낼 수 있을까 고민했고, 내가 얘기하고 싶었던 가족을 접목해 영화를 시작하게 됐다”고 밝혔다.

영화는 학대, 방치로 인해 상처 받은 아이들을 위로한다. 김 감독은 “이 이야기가 한 가지의 감정으로 끝나지 않길 바랐다. 상원(하정우 분)이 뭔가 깨닫길 바랐다. 장르적 포장 안에 내가 하고 싶은 드라마를 하자는 게 처음 시나리오를 쓸 때부터 구상했던 계획이다. 그렇게 하기 위해 하정우에게 내가 어떻게 하고 싶고 어떻게 캐릭터에 변화를 주고 싶다고 말씀드렸다”고 털어놨다.

실종된 딸을 찾는 아빠 상훈 역의 배우 하정우. /조준원 기자 wizard333@
실종된 딸을 찾는 아빠 상훈 역의 배우 하정우. /조준원 기자 wizard333@
하정우는 사라진 딸 이나를 찾는 아빠 상원 역을 맡았다. 건축사인 그는 워커홀릭으로, 그간 육아에 소홀했는데 사고로 아내를 잃은 후 아이를 어떻게 키워야 할지, 어떻게 돌봐야 할지 혼란스러워하는 상태다. 아빠로서 짙어지는 부성애 연기를 보여주는 하정우는 “가장 어려웠던 부분이다. 나는 아직 미혼이고 머릿속으로는 아픔을 계산해볼 수 있지만 직접 경험해보진 않았기 때문”이라고 이야기했다. 이어 “주변에 결혼한 친구들 얘기를 들어보면 내 목숨과 바꿀 수 있을 정도로 (아이가) 소중하다고 하더라. 내 목숨과도 바꿀 수 있는 사람이 사라진다면 눈이 뒤집히겠구나 생각하며 그 마음을 온전히 표현하려고 애썼다”고 말했다.

이 영화를 연출한 김 감독과 하정우의 인연은 15년 전부터 시작됐다. 두 사람은 대학 졸업작품인 ‘용서받지 못한 자’로 처음 만났는데, 당시 김 감독은 동시녹음을 담당했고 하정우는 주연배우였다. 하정우는 “대학 졸업작품이라 한 사람이 여러 역할을 해야 하는 경우가 있다. 나는 주연배우를 하면서 동시녹음 장비를 내 차에 싣고 다녔다. 김 감독이 당시 일산에 살아서 내가 모셔다 드리고 귀가하는 시스템으로 13개월을 보냈다”고 말했다. 이어 “학생 신분이라 스태프들이 현장에 꾸준히 있는 게 아니라서 시간 날 때마다 돌아가면서 자리를 메워줬다. 김 감독은 군 입대 전까지 자리를 지키면서 우정, 열정, 책임감을 보여줬고, 그게 인상적이었다”고 털어놨다. 김 감독은 “15년 전에 하정우 형과 (영화를) 같이 했으면 좋겠다는 얘기를 나눴다. 군대 생활관에서 정우 형이 스타가 되는 걸 보고 이게 나만의 꿈이 되겠다고 오랫동안 생각했다”고 말해 웃음을 자아냈다. 그러면서 “이렇게 같이 하게 된 게 정말 꿈 같다. 오랫동안 시나리오를 혼자 쓰면서 꿈꾸던 일이 현실로 이뤄져 행복하다”며 감격스러워 했다.

퇴마사 경훈 역의 배우 김남길. /조준원 기자 wizard333@
퇴마사 경훈 역의 배우 김남길. /조준원 기자 wizard333@
김남길은 실종 아동을 찾는 퇴마사 경훈 역을 맡았다. 김남길은 “우리나라에서 소외 받는 장르라는 생각이 들었다. 정우 형도 그렇고 영화계 선후배를 만나면 영화의 확장성에 대해 얘기를 많이 나눈다. 정우 형이 이런 소재를 선택했다는 데 매력을 느꼈다”고 출연 이유를 밝혔다.

탄탄한 스토리를 받쳐주는 것은 하정우와 김남길, 두 배우의 열연이다. 둘은 영화에 나오는 ‘공명 주파수’라는 단어를 인용해 연기 호흡이 좋았다고 자랑했다. 하정우는 “공명 주파수가 잘 맞았던 것 같다. 남길과 내가 좀 더 밝은 코미디 같은 장르에서 만났다면 더욱더 큰 즐거움을 드릴 수 있었을 것 같다. ‘클로젯’은 웃음기가 없어 절제하느라 힘들었다”고 이야기했다. 김남길은 “정우 형을 많이 봐왔고 형이 먹방에 대해서도 많이 얘기해줘서 도움을 많이 받았다”고 고마워했다.

하정우는 “벽장을 열었을 때 무엇이 있는지 확인되지 않는 까만 ‘흑’의 상태, 그 어둠이 가장 무서운 것 같다”며 “이 영화의 장르가 미스터리 드라마다, 호러 드라마다 생각하지 마시고 ‘까만 상태’로 와서 보시면 재미가 극대화될 것”이라고 말했다. 김남길도 “장르적인 것에 국한되지 않고 와서 보시면 충분히 즐길 수 있을 것”이라고 거들었다. 김 감독은 “긴장감, 짠함, 슬픔을 느낄 수 있고, 심지어 웃기기도 하다. 다양한 감정을 짧은 시간에 느낄 수 있는 이 영화를 보러 와주셨으면 좋겠다”고 당부했다.

‘클로젯’은 이사한 새집에서 딸이 흔적도 없이 사라진 후, 딸을 찾아 나선 아빠에게 사건의 비밀을 알고 있다는 의문의 남자가 찾아오며 벌어지는 이야기다. 오는 2월 5일 개봉한다.

김지원 기자 bella@tenasi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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