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화 <50/50>│초보 암환자, 오늘을 선물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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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애틀 도심을 가르며 한 남자가 달린다. 27살의 라디오 작가 아담 (조셉 고든 루빗)의 아침은 이렇게 건강한 심장 박동과 함께한다. 그런 그가 어느 날 병원에서 말초신경초종양, 즉 척추암이라는 진담을 받는다. 생존과 죽음, 확률은 50대 50. “카지노에선 최고의 승률”이라고 떠드는 친구 카일(세스 로건)의 위로에도 불구하고, 여자친구는 “병원과 그 밖의 세상을 합치고 싶지 않”다며 자신의 곁을 떠나고 더 이상 직장도 다닐 수 없고 머리는 “볼드모트처럼”처럼 밀어버린 아담에게 삶은 이미 승산 없는 게임처럼 보인다. “암에 걸렸다고 말하면 동정심에 헌팅률 100%”일 거라고 부추기는 카일과 함께 바에서 여자를 만나 봐도 기분은 도통 나아지지 않고, 항암 치료에 따른 구토는 점점 심해지며, 가끔 찾아오는 엄마의 과도한 잔소리에 두통만 더해 갈 뿐이다. 우울과 분노를 달래기 위해 찾아간 재활 센터의 심리치료사는 이제 겨우 24살의 풋내기. 하지만 초보 치료사 캐서린(안나 켄드릭)의 서툴지만 진심 어린 접근은 초보 암 환자 아담의 입가에 잃어버린 미소를 찾아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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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랑도 삶도 교통사고 같은 것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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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국의 인기 TV 프로그램 (Da Ali G.Show)의 프로듀서였던 패기 만만하던 윌 라이저는 25살에 척추암 선고를 받았다. 그리고 8개월가량 이 사실을 숨기고 암 투병을 이어갔다. 친구였던 배우 세스 로건은 항암 치료 중이던 윌 라이저에게 시나리오 쓰기를 권유했고 그렇게 탄생한 영화가 바로 이다. 에서 사랑에 빠지고 실연하고 새로운 사랑에 눈뜨기 까지 다양한 심리 단계를 예민하게 표현했던 배우 조셉 고든 루빗은 충격과 부정 저항과 수용에 이르는 암환자의 심리적 변화 단계 역시 사실적으로 포착해낸다. 특히 병원 앞 정류장에서 홀로 버스를 기다리거나 소파에 웅크리고 누운 아담의 모습은 마치 지구에 불시착한 작은 우주인처럼 안쓰럽다.

우리는 모른다. 오늘 살 확률도 내일 죽을 확률도, 행복할 수 있을 확률도 불행할 확률도. 그렇거나 아니거나 늘 반반, 50대 50이다. 추측하려고 해도, 바꿔보려고 안간힘을 써 봐도 운명이라는 것은 인간의 의지 너머에서 늘 가혹하게 패를 뒤집는다. 자동차 사고의 위험성 때문에 평생 운전면허도 따지 않았던 아담의 삶에 갑자기 덤프 트럭과 부딪힌 것 같은 암 선고가 떨어진 것도 마찬가지다. “뭐가 이상해? 그냥 심장이 멈춘 거지.” 병동에서는 어제까지 함께 항암 치료를 받고 어울리던 옆자리 환자가 다음날 사라지는 것이 아무렇지도 않다.

시작부터 주인공에게 절망적 암 선고를 내려버린 은 “이제 뭐하죠?” 라는 희망적인 질문으로 마무리 짓는다. “그 가까운 캐나다도 못가 보고, 사랑 고백도 한번 못해봤는데…” 삶도 사랑도 어차피 확률은 반반. 어쩌면 우리가 할 수 있는 유일한 일은 생명이 나의 편일 때 최선을 다해 사고를 치는 것일지도 모르겠다. 소파에서 기어 나와 세상을 보는 것, 망설임을 버리고 고백하는 것, 내일이 허락되지 않을 수도 있는 오늘을 가장 후회 없이 사는 것. 그것이 고작 50%만의 긍정만을 허락한 이 얄미운 세상을 향한 가장 건강한 ‘빅 엿’ 먹이기 인 것이다.

글. 백은하 기자 one@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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