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화 <머니볼>│가슴 벅찬 승리의 맛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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열악한 재정의 메이저리그 최하위팀 오클랜드 에슬레틱스의 단장 빌리 빈(브래드 피트). 그는 한 때 명문대 전액 장학금을 받을 만큼 총명한 소년이었지만, 야구 선수로서의 황금빛 미래를 확신하는 한 스카우터의 파격적인 제안에 펜 대신 배트를 잡았다. 하지만 오인 받은 재능은 길지 않은 선수 생활로 귀결되고 결국 은퇴 후 스카우터로 전향한다. “경험과 직관”을 내세우는 기존 스카우터들이 더 좋은 조건의 선수를 사들이는데 집중하는 것과 달리 빌리는 선수가 아니라 ‘승리’를 사는 방법을 고민한다. 어느 날 빌리의 눈에 예일대 경제학과를 졸업한 어리숙한 사회 초년생 피터(요나 힐)가 포착된다. 둔한 몸집과는 달리 빠른 판단과 행동력, 야구와 선수에 대한 정확하고 방대한 데이터로 무장한 피터를 브레인으로 파격 기용한 빌리는 성격, 인종, 사생활 등 다양한 이유로 평가절하되었던 선수들을 끌어 모아 출루율과 볼 개수 등 데이터와 통계를 기반으로 선수들의 진짜 가치를 평가하는 ‘머니볼 이론’을 현실에서 증명하기 위해 고군분투 한다.
영화 <머니볼>│가슴 벅찬 승리의 맛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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돈 놓고 꿈 먹기
영화 <머니볼>│가슴 벅찬 승리의 맛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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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누구나 아이들 게임에서 벗어날 때가 오지. 누구는 18살, 누구는 40살. 하지만 그때는 와.” 그렇다. 여기는 절대 ‘꿈의 구장’이 아니다. 동네 공터에서 벌어지는 순수한 승부와 즐거움이 지배하던 아이들의 놀이가 아니라, 몸값과 효용에 의해 신분이 나뉘고 승패에 큰 돈이 오가는 냉혹한 성인의 게임 판이다. 메이저리그라는 판 위에서 철저하게 선별, 분리된 선수들은 승리 속에 전진하거나 재빠르게 교환되거나 비정하게 버려진다. 가차 없이 빠르게, “가슴에 다섯 발보다 머리에 총 한 발”을 맞고서.

차가운 피를 뜨겁게 끓어 올린 데뷔작 로 평단과 아카데미의 지지를 한 몸에 받은 신예 베넷 밀러가 감독하고, 의 스티븐 자일리언과 의 아론 소킨이 공동대본을 썼다. 여기에 브래드 피트, 필립 세미무어 호프만이 등장하는 영화라니, 이런 구성이라면 메이저리그 최강 팀에 비견 할 만하다. 하지만 유명세와 트로피를 기꺼이 내려놓은 이들은 스타 플레이어로서의 면모를 과시하기보다는 매력적인 팀워크를 만드는데 더욱 집중한다. “난 패배가 통 극복이 안돼, 절대로”처럼 미문에 대한 강박보다는 영화 속 배치 속에서 빛을 발하는 보석 같은 대사들과 함께 피터의 분석 브리핑 장면, 전화 교환 몇 번으로 이루어지는 선수 트레이드의 과정 등은 반박 못할 사실감과 함께 영화적 긴장을 놓치지 않는 보너스 같은 재미다.

은 게임의 맛, 승리의 맛 그리고 역설의 맛을 아는 영화다. 숫자와 통계를 통해, 머니볼 이론을 통해 빌리가 얻고자 했던 건 정작 승리에서 오는 부와 명예가 아니었다. 직관이라는 책임감 없는 말 속에 자신을 함정으로 밀어 넣었던 시스템의 모순을 바로 잡아, 결국 “도저히 사랑하지 않을 수 없는” 야구를 순수하게 즐길 순간을 얻는 것. 빌리의 딸은 기타 선율 속에 속삭인다. “그냥 이 쇼를 즐겨요. (And Just Enjoy The Show)” 은 한 남자의 “조용하고 사적인 승리”가 우리 모두의 즐거움으로 치환되는 유쾌하고 가슴 벅찬 트레이드다.

글. 백은하 기자 one@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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