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IFF 2011│이창동 “영화의 시작은 사랑하는 것”
BIFF 2011│이창동 “영화의 시작은 사랑하는 것”
원래는 소설가였고, 친구 소설가의 작품을 역시 친구인 감독이 영화화 할 때 처음 시나리오를 썼다. 그 영화에서 조감독 생활을 했지만 “영화를 배우기 위해서가 아니라 스스로에게 기합을 주기 위해서”였다. 감독이 되기 위한 영화 공부도, 커리큘럼 수료도 하지 않은 그의 이름은 이창동. 9일 부산 영화의 전당 BIFF홀에서 열린 아시아영화아카데미(Asian Film Academy, 이하 AFA) 마스터 클래스 섹션의 선생님은 라는 걸작으로 데뷔해 , , , 를 만든 바로 그 감독이다.

“좋은 이야기를 만날 눈을 갖기를”
BIFF 2011│이창동 “영화의 시작은 사랑하는 것”
BIFF 2011│이창동 “영화의 시작은 사랑하는 것”
아시아의 젊은 영화학도들을 교육하는 프로젝트인 AFA에서 한국의 주요 기성 감독인 이창동을 초대한 건 당연해 보인다. 하지만 앞서 설명한 것처럼 그는 그토록 이름값 높은 필모그래피에 비해 영화학도로서의 경력이 없다. 이번 마스터 클래스가 영화를 찍는 테크닉에 대한, 즉 어떻게 찍느냐에 대한 이야기가 아닌 무엇을 찍어야 하느냐에 집중된 건 그 때문일 것이다. “하고 싶은 이야기가 있다면 ‘어떻게’라는 건 저절로 따라 온다”거나 “좋은 이야기란 작가가 만드는 것이 아니라 스스로 태어나는 것이고 작가는 그걸 만날 뿐이다. 내가 할 일은 그 좋은 이야기를 만날 눈을 갖는 것”이라는 거장의 잠언이 당장의 데뷔가 급한 젊은 영화인들에겐 눈앞의 현실과는 좀 먼 고담준론처럼 느껴질 수도 있다. 하지만 그는 “시나리오가 처음이자 끝”이라며 영화를 찍기 위한 모든 현실적 문제들도 본질적으로는 좋은 이야기로부터 출발한다고 역설했다. “요즘은 상업영화는 상업영화대로 독립은 독립대로 다양한 제작에 투자하는 제도나 방식들이 만들어져 있기 때문에 훌륭한 시나리오만 만들 수 있다면 제작하고 만들 수 있다. 어떻게 투자 받고 배급할지 복잡한 문제보다는 단순하게 좋은 시나리오를 고민하라. 그럼 영화를 찍을 수 있다. 네팔에서든 일본에서든 한국에서든.” 그리고 덧붙였다. “절대적으로 믿어라.”

요컨대 그 스스로 어디가 지름길인지 모른 채 우직하게 이야기의 힘을 믿고 지금의 위치에 오른 이 거장은 그 어떤 얄팍한 ‘꼼수’ 대신 가장 확실하고 단순한, 다시 말해 가장 실용적인 길만을 제시했다. 단편 영화를 찍은 뒤에 오직 시나리오만 붙잡고 있으면 연출 능력이 부족해질지 않을까 걱정하는 학생에게 “정 어떻게 찍어야 하는지 어려우면 촬영감독에게 ‘이렇게 찍어 달라’ 부탁하면 된다. 만약 영화 찍는 게 좋지만 무엇을 이야기하면 좋을지 모르겠다면 촬영 스태프를 담당하는 게 마음 편하고 실업자를 면하는 길”이라는 답만큼 실용적인 해결책이 있을까. 그래서 이번 강의의 진정한 핵심이자 젊은 영화인을 위한 팁은 어떻게 좋은 이야기를 할 수 있을지에 대한 짧은 해결책이다. “사랑하는 것이 있어야 그것에 대해 말하고 싶다. 어쨌든 시작은 사랑하는 것이다.”

글. 부산=위근우 기자
사진. 부산=채기원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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