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가 펫을 보여드릴까요? 모모!” 에 지은이 역으로 출연한 김하늘이 ‘모모’를 부르자 장근석이 천천히 무대 위로 올라왔다. 김하늘의 증언에 따르면 모모는 “사람 같이 보이는데 본인은 사람이 아니라고 하는” 펫이다. 그렇기 때문에 언어 구사 능력도 다른 펫들 과는 조금 다르다. 여기서 문제, “주인님을 처음 만났을 때 저를 보고 ‘뭐니?’하는 표정을 지었을 때 한 마디 했죠” 이때 장근석이 한 말은 무엇이었을까. 정답은 “내가 바로 근짱이다”다. 지난 5일 서울 종로 롯데시네마에서 있었던 제작발표회 현장에서 장근석이 자주 사용했던 단어 ‘함정’을 통해 모모 장근석의 언어세계를 알아보자.

용례 1. “결국에 많은 분들이 함정에 빠지셨더라고요. 좀 더 함정을 더 깊게 파서 지구인들을 다 빠뜨리려고요”

예측 불가능한 언행과 넘치는 에너지를 선보였던 MBC ‘무릎 팍 도사’ 이후 반응에 대해 묻는 질문에 장근석은 그것이 바로 자신이 파놓은 ‘함정’이라 말했다. 함정에 처음으로 빠진 사람은 “물건이다”라는 말과 함께 고개를 저었던 강호동. 그에 이은 2호는 아마도 김하늘이지 않을까. 김하늘은 “촬영신이 많아 체력적으로 힘들었을 때 상대배우의 느낌이 아니라 진짜 모모처럼 앞에서 재밌게도 해주고 좋은 얘기를 해줬어요. 원래도 장근석씨가 나오는 드라마를 좋게 봤었는데 이미지가 훨씬 좋아졌죠. 배우의 느낌보다는 사람의 느낌이었어요”라고 말했다. 김하늘에게 장근석은 “결국에 주인님도 함정에 빠진거죠”라는 말로 김하늘을 또 한 번 함정에 빠진 사람으로 만들었다.

용례 2. “이게 함정입니다. 이 영화의 스킨십이라던가 두 사람의 관계가 과연 주인과 펫으로만 끝날까요? 올해 나이 향년 25세, 피가 끓고 있고 생간을 갖고 있는 제가 배우인생 19년 만에 처음으로 진한 키스신을…”

김하늘이 “강아지인데 말도 통하고, 밥 해주면 맛있게 먹어주고 그런 느낌들 때문에 ‘아 그냥 이런 펫 있으면 참 좋을 것 같다’고 생각했던 것 같아요”라며 모모와의 스킨십은 펫이기에 할 수 있는 스킨십이었다고 대수롭지 않게 말했다. 그러나 장근석은 다시 ‘함정’이라고 결론지으며 의 키스신에 대해 이야기를 끌고 나갔다. “로맨틱코미디 여왕 김하늘 누나는 다른 어느 장면보다 혼신의 힘을 다한 장면”이었다고 말하며 관객들을 위한 구덩이를 한참동안 파고 있던 장근석. 김하늘이 키스신과 스킨십에 열의를 보이며 수백 가지의 동선을 준비해왔다고 웃으며 말했다. 김하늘은 “그런 장면을 (장근석이) 많이 안 찍어본 것 같아요. 나는 많이 찍어봐서..”라고 말하며 조금씩 함정에 빠지던 김하늘을 보며 장근석은 웃음을 터뜨렸다. 그러면서도 “태어나서 처음으로 키스신을 해 봤는데 제대로 배웠죠”라고 자신이 파 놓은 함정 구덩이에 빠지지 않도록 살짝 옆으로 비켜서는 센스까지!

용례 3. “저는 여러분의 펫이 되고 싶습니다”

“빵!”하고 총을 쏘면 ‘이걸 해야 되냐’고 투덜대다가도 쓰러지는 개인기를 보여준다거나, 술에 취한 주인의 집으로 데려와 신발을 벗겨주는 충성스러운 모모는 보이는대로 그저 순종적이지만은 않다. 김하늘은 “말을 안 들으면 제가 먹을 것도 안 주니까 초반에는 말을 잘 들었는데 나중에는 왠지 주인인 제가 펫한테 끌려가는 느낌이 들었어요”라는 김하늘의 말은 괜한 게 아니다. “현장에서는 거울을 안 봐요. 여배우 캐릭터가 돋보여야 한다고 생각해서. 감독님에게 ‘저는 비주얼이나 외모에 집착하지 않겠습니다’라고 말했어요”라며 여주인공인 김하늘이 가장 예뻐 보여야 한다고 말했다는 장근석. 이렇듯 주인님에게 충성을 맹세하는 모모지만 나쁜 남자였다가 자상했다가 인간 본연의 모습으로 언제든 다가올 수 있는 캐릭터로 장근석과도 닮아보인다. 그래서 모모로 출연하는 장근석은 일탈을 꿈꾼다. “반대로 내가 주인이 되고 연상의 여자가 펫이 되면 어떨까 생각해 봤는데 영화 크레딧 마지막에 서로 입장이 바뀌는 장면이 나와요”라고 말하며 신나하는 장근석은 그 장면에서 좋아하는 배우 이름인 ‘니콜’을 펫 이름으로 불렀다고. 장근석은 언제든 ‘너는 펫’이 아니라 ‘나는 펫’의 함정을 팔 수 있다는 것을 항상 명심해 두자.

글. 박소정 기자 nineteen@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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