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IFF 2011│송일곤 감독이 말하는 <오직 그대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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점점 시력을 잃어가는 여자와 그녀를 만나면서 암흑 같은 삶에서 벗어난 남자, 그들의 눈물어린 사랑이야기와 함께 제 16회 부산국제영화제(이하 BIFF)는 시작된다. 개막작인 소지섭, 한효주 주연의 영화 의 송일곤 감독이 들려준 이 대답들이 영화를 가늠하는 작지만 중요한 단서가 될 것이다.

은 비교적 통속적인 소재임에도 불구하고 다른 느낌을 더해 승화시키려는 노력이 보인다. 시나리오 작업에서 어떤 부분에 가장 신경을 썼나.
송일곤: 이 영화는 찰리 채플린의 에서 시작되었다. 찰리 채플린이 시각장애인 여성을 사랑하고 그녀를 위해서 모든 것을 다 한다는, 내가 제일 좋아하는 영화이기도 하다. 역시 2010년 서울을 배경으로 한 남자가 한 여자를 위해 사랑을 바치고, 한 여자가 한 남자를 진심으로 사랑하고 기다린다는 이야기다. 시나리오 초고 작업에 들어간 시간은 짧았다. 한 일주일 만에 썼던 것 같다. 이후 고심을 했던 것이 캐릭터였다. 어떻게 하면 장철민(소지섭)과 하정화(한효주)라는 이 두 명의 캐릭터가 관객들에게 진심으로 전달될 수 있을까. 그 해답이 배우였다. 이 영화는 배우 의존도가 굉장히 높다. 물론 훌륭한 조연들이 많이 포진되어 있지만 소지섭, 한효주가 거의 모든 장면에 등장하고 두 명의 감정이 처음부터 끝까지, 과거 현재 미래까지 이끌고 가는 영화이기 때문에 배우들과의 호흡에 가장 중점을 두었고 그 두 명의 감성을 한 신, 한 신 잘 담아내는 것이 제일 중요하다고 생각했다.

기획의도에서 부터 해피엔딩을 염두에 두었는지 궁금하다.
송일곤: 마음이 따뜻해지는 영화를 만들고 싶었고, 해피엔딩이어야한다고 대본을 쓰던 처음부터 생각했다. 사실 현실에서 일어나기 굉장히 어려운 스토리 라인이지 않나. 통속적이고 상투적인 이야기들은 현대로 오면서 어떤 식으로든 반복되고 변주되어왔다. 하지만 그 전통적인 멜로를 이 시대에 맞게, 아니 어쩌면 이 시대에 필요하게 만드는 게 오히려 중요하다고 생각했다.

사랑 이야기라는 점에서는 의심의 여지가 없지만 사회적인 이슈도 두 사람의 삶에 엮여있다. 재개발이라든지, 빚에 쫓겨서 분신자살을 시도한 사람 때문에 두 사람의 인생이 완전히 바뀌어버렸다든지. 어떤 의도나 함의를 가지고 연출을 한 건지 궁금하다.
송일곤: 물론 철민이 도시의 사람들에게 물을 배달하고, 전화상담원인 정화가 사람들의 이야기를 듣는 것처럼 사회적인 의미들이 곳곳에 많이 배치되어 있긴 하다. 하지만 그런 것들은 그저 뒤에서 배경처럼 배치되길 바랐다. 오히려 우리가 살고 있는 이 현대라는 시대가 어떻게 보면 정말 중요한 감정들이 중요하지 않게 되었다는 생각이 들었다. 영화도 사회도 자극적이고 익스트림을 향해 가는 것 같은 느낌. 정작 사랑을 망각하고 있는 시대. 특히 욕망으로 점철된 도시 속에서 과거 우리가 알고 있던 사랑은 손발이 오그라드는 것이고, 먼 구시대들의 소유물로 치부되고 있다. 한 남자가 한 여자를 사랑한다고 그 여자가 그 남자를 영원히 기다린다는 것이 어쩌면 요즘엔 말도 안 되는 이야기처럼 들릴 수도 있지 않나. 5,60년대에 나올 법한 이야기지만 나는 그 이야기가 여전히 유효할 수 있다고 믿었고, 우리가 잊고 있었지만 가장 단순하고 가장 소중한 가치에 대한 영화를 만들고 싶었다.

송일곤 감독의 전작들과 비교해 봤을 때 은 색깔이 많이 달라졌다.
송일곤: 좀 일찍 데뷔했지만 스스로는 아직 젊은 감독이라고 생각한다. 지난 10년간을 돌이켜보면 꿈 꿔왔던 영화들을 다행히도 어떤 제약 없이 만들어왔던 것 같다. 역시 내가 꿈꾸던 모든 것이 다 들어가 있는 영화다. 물론 스타일상의 변화는 있을 것이다. 하지만 영화적 스타일은 내용에 따라 언제든 변화할 수 있다고 생각한다. 그 전의 작품들이 작은 공방에서 빚어냈다면, 이 작품은 조금 더 큰 시스템에서 만들어지고 더 손이 많이 갔다는 정도의 차이는 있을 것이다. 을 계기로 많은 관객들이 울고 웃고 즐거워하는 영화를 많이 만들고 싶다는 생각을 한다. 그러도록 노력할 것이고.

글. 부산=백은하
사진. 부산=채기원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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