흔히 ‘제 2의 도시’라는 수식을 붙이기도 하지만 부산은 정말 거대한 도시다. 단순히 지방 소도시의 소박한 풍경 정도를 예상하는 ‘서울 촌놈’들에게 두 개 백화점이 있는 센텀시티의 규모나 거대 컨벤션센터 벡스코의 모습은 놀랄 만한 것이다. 하지만 부산이 정말 매력적인 도시인 건 그런 세련된 모습과 함께 남포동 국제시장이나 곳곳의 어시장처럼 사람 냄새 나는 풍경과 해운대처럼 서울에서는 볼 수 없는 자연경관이 어우러지기 때문이다. 제 16회 부산국제영화제를 찾아, 부산이라는 공간만의 매력을 찾아 홀로 내려온 여행객을 위한 위풍당당 솔로 여행 매뉴얼을 공개한다.

BIFF 2011│부산국제영화제 즐기기 - 솔로편
BIFF 2011│부산국제영화제 즐기기 - 솔로편


뭘 또 혼자서 중얼중얼 거리고 있는 거야?
이제 부산국제영화제가 얼마 안 남았잖아. 1년 동안 기다렸던 건데 제대로 계획 짜서 제대로 놀다 와야지.

영화제 가? 누구랑 가는데.
자, 퀴즈. 저는 애인이 없는 솔로입니다. 그리고 친한 친구는 저보고 ‘누구랑 가는데’라고 묻습니다. 그러면 저는 과연 누구랑 가는 걸까요?

설마 혼자?
설마라니. 라면은 1인분을 끓여야 제 맛, 여행은 혼자 가야 제 맛인 거야. 특히 부산이라면.

그래봤자 혼자 회나 한 접시 먹고 오는 거 아니야?
당연히 회 먹어야지. 특히 영화제가 열리는 이 계절이 뭐냐. 가을이지? 가을 하면 전어. 전어 하면 부산이지. 영화제 기간 즈음에는 횟집마다 전어회나 구이를 하는 집을 많이 찾아볼 수 있어. 네티즌들이 추천하는 맛집을 검색해서 가는 것도 좋지만 나는 이번에 민락동 활어 직판장에서 사려고. 날씨가 선선하면 민락 수변 공원에서 회에다가 C1 소주 하나 놓고 먹으면 그만이지. 추우면 양념집에 들어가서 먹어도 되고.

남들이 보면 그거 되게 청승맞아 보이는 거 알아?
그런 거에 연연하는 순간 솔로의 낭만은 사라지는 거지. 그리고 둘이서 움직이면 동선이 그다지 자유롭지 않다고. 내가 방금 민락동 얘기했지? 그런데 보통 영화제 오는 사람들은 상영관인 롯데시네마 센텀시티, CGV 센텀시티, 메가박스 해운대 때문에 해운대 근처로만 숙소를 잡고 그 안에서 동선을 짠단 말이지. 그런데 나처럼 혼자 덜렁덜렁 오는 사람은 굳이 일행이랑 동선 짜느라 머리 싸맬 필요 없이 광안리 하루, 해운대 하루, 남포동 하루 이런 식으로 돌아다니면 되는 거야.
BIFF 2011│부산국제영화제 즐기기 - 솔로편
BIFF 2011│부산국제영화제 즐기기 - 솔로편
그럼 영화는 하루 밖에 안 볼 거야?
하루면 충분하지. 지금 내가 짠 건 이래. 자, 10월 9일 상영작을 보면 내가 완전 좋아하는 견자단 형님이랑 천사 같은 탕웨이가 나오는 이 오후 5시에 있고, 기왕 온 김에 봐야지 싶은 가 8시에 있단 말이야. 이 두 편을 보고 나면 이 날의 미드나잇 패션이 뭔지 알아? 호러 나잇이야, 호러 나잇. 태국 공포영화인 를 비롯해 세 편의 공포영화를 보고 나면 다음날 아침이 온다고. 그럼 아직 숙소 체크인 시간이 아니잖아. 이럴 때 오전 6시에 여는 센텀시티에 있는 스파로 가서 밤 샌 티 안 나게 깨끗하게 몸을 씻고 한 숨 자고 나오면 완전 개운하다고. 그러고 나서 이제 나와서 근처 복국집에서 시원하게 복국으로 속까지 개운하게 풀고 장소를 옮기면 되는 거야.

그럼 아까 말한 광안리 쪽으로 가는 거야?
그렇지. 광안리에 가면 해변에 카페가 주욱 늘어서 있잖아. 역시 혼자 여행을 내려오는 차가운 도시 남자라면 바닷가를 바라보며 카페에서 뜨거운 에스프레소를 마셔줘야 하지 않겠어?

거기 데이트 코스로 유명한 곳으로 아는데?
떽! 경치 좋은 곳에 커플들이 어떻게 알고 귀신 같이 모이는 거지, 데이트 때문에 그런 경관이 조성된 게 아니라고. 그리고 커플이야 자기들끼리 얼굴 보고 대화 하면 그만인데 굳이 거기까지 와서 커피 마실 필요 없잖아. 좋은 경치는 솔로를 위해 존재하는 거야. 그러니까 전어에 소주 한 잔 마시며 조명으로 빛나는 광안대교를 보는 것도 솔로의 특권이지.

대단한 특권층 나셨네.
잘 들어. 솔로로서 즐기는데 있어 가장 중요한 건 계획이 아니라 애티튜드야. ‘혼자라도 괜찮아’가 아니라 ‘혼자니까 즐거워’라는. 내가 지금 이렇게 나름 날짜별 계획을 세웠어도 그냥 숙소에서 TV로 프로야구 준플레이오프 보고 싶으면 그냥 그렇게 숙소에서 맥주 마시며 경기 보면 되는 거야. 그러다 혹시라도 롯데가 3위로 떨어져서 사직 구장 경기가 영화제 기간에 잡혀. 그럼 그냥 훌쩍 경기장으로 가면 되는 거야. 굳이 그 때마다 상의하고 그럴 필요가 없어. 완전 부럽지?

뭔가 눈물은 나는데 부러움의 눈물인지는 모르겠다. 나한테 이런 측은지심이 남아있는 줄 오늘 알았네?
날 동정하지 마! 나 부산 가서 완전 재밌게 놀 거야. 남포동 국제시장 혼자 돌아다니면 얼마나 재밌는데! 거기 길거리 좌판에 앉아서 충무김밥이랑 비빔당면 먹는 맛이 얼마나 좋은데. 그것도 혼자면 자리 잡기가 훨씬 편하다고. 그리고 그런 시장 거리는 계획을 잡기보다는 혼자 아무 생각 없이 돌아다니다가 눈에 띄는 게 있으면 구경하는 게 진리야. 전에는 그냥 걷다가 카세트테이프 파는 음반 가게가 있어서 레어 아이템 몇 개를 구한 적도 있다고. 둘이 한쪽에서 다리 아프다고 그러고 툴툴 거려서 마음대로 못 걷는다고! 으하하하하! 부럽지! 부럽지!


동정하지 마! 울지 말라고! 흐…흐흑…흑흑흑…

글. 위근우 기자 eight@

© 텐아시아,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