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화 <혹성탈출: 진화의 시작>│그들은 어떻게 인간을 지배하게 되었나
│그들은 어떻게 인간을 지배하게 되었나" />
유인원 실험을 통해 알츠하이머 치료제를 개발 중인 제약회사. 어느 날 뛰어난 지능과 유난히 반짝이는 눈을 가진 침팬지 9호가 탈출을 감행하다가 사살되면서 이후 실험은 중단된다. 치매로 고통 받고 있는 아버지 때문에 이 연구에 유독 집착했던 과학자 윌(제임스 프랭코)은 9호가 남긴 새끼를 차마 안락사 시키지 못하고 집으로 데려온다. 죽음과 맞먹는 고통 속에 사는 아버지에게 몰래 치료제를 주사한 다음날, 거짓말처럼 회복된 아버지는 새끼 침팬지에게 ‘시저’라는 이름을 붙여주고 이후 세 사람, 아니 두 사람과 침팬지 한 마리는 더 할 나위 없이 행복한 가족으로 살아간다. 몇 년 후, 인간으로 치자면 사춘기 소년을 뛰어넘는 지능을 가지게 된 시저(앤디 서키스)는 가족과는 다른 자신의 정체성을 고민하기 시작하고, 그저 또래들처럼 밖에 나가 놀고 싶다는 단순한 욕망은 처참한 사고로 이어진다. 결국 유인원 보호소에 감금된 시저는 그곳에서 진짜 동족들을 만나게 되고 철창 안에서 갇혀 사는 대신 자유와 존엄을 쟁취하기 위한 인간과의 피할 수 없는 전쟁을 시작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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난 네게 반했어
영화 <혹성탈출: 진화의 시작>│그들은 어떻게 인간을 지배하게 되었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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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람과’에는 사람, 고릴라, 침팬지, 오랑우탄이 포함되어 있다. 그 중 ‘사람족’에는 ‘침팬지속’과 ‘사람속’이 있다. 기억도 가물가물한 분류표를 꺼내든 이유는 사람과 침팬지의 거리가 얼마나 좁은가를 다시 한번 상기해보자는데 있다. 하지만 제 아무리 옆 가지에 위치해 있다고 해도, 침팬지는 인간의 영생과 건강을 위해 실험대에 온 몸을 내놓아야 한다. 인간이 자유로이 거리를 활보할 때 창살 안에 갇혀있어야 한다. 생태계의 정복자는 그렇게 가장 가까운 종족까지 철저하게 굴복, 격리시키는 것으로 자신들의 안전과 평화를 유지 할 수 있었다. 적어도 그들이 더 높은 지능을 소유하기 전까진 말이다.

인간과 가장 닮은 유인원의 공격에 대한 공포, 그것에 대한 시청각적 실감은 1968년 영화 을 통해 처음 이 행성에 도착했다. 유인원들이 지배하는 세상, 인간이 노예가 되어버린 그 끔찍한 풍경은 43년 후 비로소 근원에 대한 진지한 물음표를 던진다. “나가자, 주사위는 던져졌다”는 역사 속 줄리어스 시저의 외침은 침팬지 시저의 수신호를 통해 반복된다. 혼란과 의문, 분노와 깨달음을 거쳐 강철처럼 의연해지는 시저는 보기 드물게 잘 빚어진 영웅캐릭터로서 관객의 뇌를 설득하고 마침내 심장을 파고든다. 어느 순간 그의 몸을 뒤덮은 덥수룩한 털보다는 인간보다 더 사람다운 그 깊은 눈에 집중하고 있는 자신을 발견하게 될 것이다. 어린 침팬지였던 시저가 답답한 집에서 벗어나 삼나무 숲을 거쳐 어느덧 두발로 당당히 선 청년이 되어 샌프란시스코 풍경을 내려다 보는 몇 분, 원 신 원 컷 속에 시저의 빠른 성장을 담아낸 이 장면은 의 사계절이 흐르던 시장풍경, 대사 없이 부부의 일생을 담은 의 감동적 초반 시퀀스와 함께 오랫동안 기억될 짧지만 벅찬 영화적 순간이다.

로 문을 연 후 을 거쳐 으로 문을 닫는 순간까지, 철학자의 고뇌를 통해 운동가의 행동력으로 발전하는 다양한 지도자의 모습을 선사했던 2011년은 할리우드 여름 블록버스터에 있어 기념비적인 해로 기록될 것이다. 영화가 끝난 후 첫 번째 크레딧이 올라간 후 추가 영상이 기다리고 있으니 자리에 잠시 머물러 있길 권한다. 그건 어쩌면, 유인원에게 감정 이입된 마음을 다시 인간에게로 돌이키는데 필요한 시간이기도 할 것이다.

글. 백은하 기자 one@
편집. 이지혜 seven@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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