역사 속으로 사라진 극장들
국도극장, 중앙극장, 수도(스카라)극장, 단성사 등 1950~1980년대 서울 명동과 을지로 일대에는 극장이 즐비했다. 사람들은 ‘007 문레이커’ ‘스팅’ 등 영화를 즐기기 위해 줄을 길게 늘어서곤 했다. 연극도 마찬가지다. 30여년 전 연극을 올리는 소극장들이 대학로를 중심으로 융성했고, 이들은 순수 예술로서의 연극을 대중에게 선보이고 확장시키는 역할을 했다. 이들 중 거듭된 변신과 부침을 겪다 결국 역사 속으로 사라져버린 극장 세 곳이 학전그린소극장, 단성사, 허리우드극장이다.



아쉬운 것은 지난 10일 대학로에 있던 학전그린소극장이 결국 문을 닫은 일이다. 17년 동안 뮤지컬 ‘지하철 1호선’ ‘모스키토’ 등의 뮤지컬을 무대에 올렸던 학전그린소극장은 최근 건물주가 바뀌면서 업종을 변경키로 결정했다. 모 기업의 사옥으로 재건축된다고 한다.



학전그린소극장은 1996년 180석 규모로 개관해 5000여회의 무대를 선보였다. ‘지하철 1호선’이 1996~2008년 공연하는 동안 배우 황정민, 김윤석, 조승우, 설경구 등이 이 무대를 거쳤다. 한국 연극계의 중추와도 같았던 공간이 없어지게 된 것이다. 소극장의 쇠퇴기에 따라 다시 문을 여는 극장이 생기리라는 보장이 없는 상태에서 어려움 속에 매순간을 예술의 힘으로 버텨왔던 곳이 사라지고 있다.



허리우드극장은 실버전용관으로 모습을 바꿨다. 곁에 있던 허리우드 음악다방은 음악 관련 사무실이나 상가가 됐다. 그 시절의 위용은 역사의 뒤안길로 사라지고 새로운 역사를 만들어 가고 있는 것이다.



단성사는 세 곳 중 가장 오랜 역사를 가지고 있던 극장이다. 1956년 6월18일 시네마스코프 영화를 상영할 수 있도록 영사기와 스크린 설비를 갖추며, 영화 ‘모감보’를 중앙극장과 함께 동시개봉했던 단성사는 당시 외화전문관으로 명성을 떨쳤다. 106년이라는 최장수 영화관으로 이름을 새겨왔지만 2002년 멀티플렉스 영화관을 안은 복합상가로 리모델링됐다. 경영난 때문에 2008년 아산엠단성사 측에 인수됐으나 지난해 8월, 8차까지 진행된 공매에서도 낙찰자를 찾지 못해 정상적인 영업을 하지 못한 상태를 오랫동안 겪기도 했다.



멀티플렉스를 비롯해 대형 자본의 논리에 의해 대한민국 문화산업의 역사가 깃든 곳들이 사라져가고 있다. 문화 자체의 융성보다 자본 논리에 의해서만 ‘개발의 칼’이 들이밀어지는 현실이 안타깝다.

사진제공. 학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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