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화 <레미제라블>│그것은 혁명이었다

신의 존재를 실감하는 순간은 아이러니하게도 불행이 가장 가까이에 있을 때다. 스스로의 나약함을 가장 뼈저리게 느끼는 순간 곁에 있는 나와 닮은 ‘불쌍한 이’의 얼굴을 목격하게 되고, 그의 거칠고 작은 손을 마주잡을 때 그 손바닥과 손바닥 사이에 신이 강림한다. 허기진 조카, 훔친 빵 한 조각, 19년의 감옥살이, 은촛대 한 쌍, 살기 위한 사소한 외면, 뜻하지 않은 구원, 사랑을 위한 혁명, 그리고 마침내 용서. 평범하게 태어나 비범하게 살아간 장 발장(휴 잭맨)은 작은 돌멩이에 걸려 넘어져 온 몸이 찢어지도록 고통 받았지만, 한편으론 작은 고사리 손의 어루만짐에 영혼까지 치유 받았다. <레미제라블>은 노래한다. 가난하고 불쌍한 이들이여, 응시하라, 두드려라, 일어서라, 연대하라, 그리고 무엇보다 용서하라. 그리하면 네 곁의 그가 신의 목소리로 응답할 것이니.

관람지수 10.

우린 모두 불쌍한 사람들, 옆 사람의 손을 잡아요 – 8점

영화 &lt;레미제라블&gt;│그것은 혁명이었다

가장 용감하고 우직한 각색. 영화 <레미제라블>이성취한 이름이다. 빅토르 위고가 쓴 19세기의 위대한 사회 소설은 카메론 매킨토시에 의해 20세기 가장 대중적인 뮤지컬이 되었고, 마침내 톰 후퍼에 의해 21세기 뮤지컬 영화의 정의를 새로 썼다. 지난 수십 년 동안 수많은 언어와 장르로 각색을 거친 작품이지만, 톰 후퍼의 <레미제라블>은 뮤지컬과 영화를 나란히 저울에 올리고 가장 아름답고 정중하게 균형을 맞춘 결과물로 기억될 듯하다. 극히 일부의 대사를 제외한 모든 이야기를 노래로 이끌어 가는 송스루(song-through) 형식에, 역사상 처음으로 현장 라이브로 담아낸 덕에 캐릭터와 배우는 물론 관객까지 하나가 되는 최고의 경험을 선사한다. 동시에 과감하게 기울인 도전적인 앵글과 관객의 시선을 유려하게 이끄는 카메라 워크, 핀 조명 같은 효과를 살리는 클로즈 업과 추격전의 묘미를 살린 롱 테이크의 적극적인 결합은 이 작품이 ‘뮤지컬’ 영화로서도 뮤지컬 ‘영화’로서도 고개를 끄덕일 수밖에 없게 한다. 뮤지컬 영화 특유의 군중 합창이나 군무가 빈번히 등장하지 않음에도 뮤지컬 특유의 하모니의 묘미 또한 살린다. 코제트(아만다 사이프리드)-마리우스(에디 레드메인)-에포닌(사만다 뱅크스)의 엇갈리는 감정들이 교차하듯 포개지는 노래는 각자의 마음을 드러내는 동시에 아름다운 화음을 만들어낸다. 대사로는 충분하지 않은 페이소스가 노래로, 무대 세트로는 아쉬운 스펙터클이 영상으로 구현된다. 이 기획과 제작 자체가 원작의 메시지 중 하나를 웅변한다. 그것은 ‘혁명’.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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