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클린트 이스트우드의 돌직구" src="https://img.hankyung.com/photo/202001/2012112713185770777_1.jpg" width="555" height="370" />
인생이란 게임의 마지막 회. 지난 8회까지 늘 그랬듯 여전히 예측할 수 없고 쉽지 않다. 타석에 들어선 이는 과거 전설적인 메이저리그 스카우터였던 거스(클린트 이스트우드). 하지만 그는 이미 투 아웃이다. 첫 번째 아웃 카운트를 잡은 구질은 세월. “제대로 오줌 한 번 싸기 더럽게 힘”든 나이가 되었고 시력까지 말썽이다. 평생을 바쳐 온 일터에서 밀려날 위기다. 두 번째 아웃 카운트는 가족. 일찍 세상을 떠난 아내 대신 홀로 키웠지만 명민하게 자란 딸 미키(에이미 아담스)는 유능한 변호사가 되었다. 하지만 제대로 대화는커녕 밥 한 끼 함께 편하게 먹기 어려울 만큼 서먹한 사이다. 9회말 2아웃, 지금 되새길 문장은 단 하나. ‘끝날 때까지 끝난 게 아니다.’ 야구도, 인생도.

관람지수 10.
그깟 공놀이가 날 또 울리네 – 7점

│클린트 이스트우드의 돌직구" src="https://img.hankyung.com/photo/202001/2012112713185770777_3.jpg" width="555" height="185" />
한 나이 든 남자가 있다. 과거의 영광은 세월과 함께 그 빛을 잃어가고, 사랑하지만 표현에 서툴러 어색해진 딸과의 관계는 어찌 해야 좋을지 모르겠다. 한 젊은 여자가 있다. 제대로 연애할 시간조차 없이 일에 바쳐 온 시간은 드디어 결실을 보여주려 하지만 인생 최대의 기회 앞에서 내내 불화하던 아버지가 발목을 잡는다. 그리고 또 한 남자. 어색한 부녀 사이에 불쑥 끼어든 젊은 남자는 아버지와 딸이 서로에게 하지 못 한 이야기를 대신 들어준다. 은퇴 위기에 몰린 전설의 스카우터, 그런 아버지 덕에 야구에 빠삭한 딸, 과거 불꽃 투수로 이름을 날렸지만 부상으로 은퇴한 젊은 스카우터, 거만한 유망주 홈런 타자, 숨은 진주인 야구 애호 소년. 제목부터 캐릭터까지 야구에 진 빚을 숨기지 않는 는 무사 1루 상황에서의 희생 번트만큼이나 예상 가능하게 흘러가는 영화다. 진심을 숨긴 채 반목하는 아버지와 딸, 경험과 현장을 믿는 베테랑과 데이터와 수치를 믿는 젊은 피의 대립은 새로울 게 없다. 하지만 야구장에서 드라마가 만들어지는 순간이 그렇듯, 보는 이의 가슴을 뛰게 하는 이야기는 단순하고 명징한 규칙에 인생을 걸고 부딪치는 사람들이 만들어 내는 예측 불가능의 순간에서 시작된다. 게다가 이 게임의 선수는 무려 클린트 이스트우드가 아닌가. 깊은 주름과 처연히 굽은 등, 늙어가는 육체마저 영화가 되는 이 노배우가 제목과 달리 돌직구를 던진다. 시속 160km 짜리 강속구다.



글. 김희주 기자 fifteen@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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