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랑에도 보상이 필요하다. 지난 시간이 허비된 것이 아님을 확인받고, 앞으로도 그 사랑을 지켜나가기 위해서는 말이다. 지난 11월 16일, 여의도 CGV에서 열린 는 그러 점에서 영화를 사랑하는 관객들에게 즐거운 보상을 돌려주는 자리였다. 최상위 성적을 기록한 3인에게는 해외 왕복 항공권과 CGV 영화 관람권이 부상으로 주어졌으며, 본선 진출자들 역시 틈틈이 영화 관람권을 선물로 획득할 수 있는 기회를 가졌다. 그리고 참석한 사람들은 무엇보다도 영화를 다만 보는 것에 그치지 않고 기억하고 탐구하는 일의 쓸모를 확인한다는 기쁨을 얻었다. 영화의, 영화를 위한, 영화에 의한 그 날의 결승전 현장을 가능한 생생하게 옮긴다. 사실 대부분의 퀴즈쇼는 참가자보다도 관람자의 재미를 위해 열리는 것이니까 말이다.

내가 영화왕이로소이다
내가 영화왕이로소이다
초겨울비가 내리는 저녁, 여의도 CGV에서 펼쳐지는 중계를 시작하겠습니다. 우선, 결승 대회를 시작하기 전에 오늘 있었던 식전 행사들을 잠깐 정리해 드리자면 가장 먼저 예선 성적 우수자 시상식이 있었습니다. 온라인으로 10문제를 푸는 예선 통과 시간 평균이 26초라고 하는데, 1위 참가자는 무려 10초를 기록 했다죠. 예선에서 1위를 하면 일단 영화주간지 정기 구독권이 주어지는데, 1위, 2위, 3위 줄줄이 참석을 안했어요. 아아, 영화 보느라 퀴즈 풀러 올 시간이 없었던 건지 진행자들의 말대로 “뇌폭발”이 일어난 건지 초반부터 사건은 미궁 속으로 빠져들었습니다. 수능처럼 말이죠, 최고득점자가 등장을 해서 “아카데미, 칸, BIFF 중심으로 기본에 충실했습니다. EBS의 도움도 컸습니다” 그런 멘트를 좀 해 주면 다음 행사 참가자들에게 도움이 됐을 텐데 안타깝습니다.

본선 경기 전에는 시범경기가 있었는데요, CGV 무비꼴라쥬 관객 프로그래머 연합이 영화 팀과 맞대결을 펼쳤습니다. 문제를 맞출 때마다 영화 관람권을 획득해서 기부하는 행사지만, 일단 승부가 펼쳐지면 지기 싫은 것이 인지상정. 김태우 씨의 닦달과 집착에 힘입어 조성규 감독과 예지원 씨가 최선을 다해 문제를 풀어 보이는 상황을 연출하기도 했었습니다. 말이 식전 행사지 이게 사실은 출제 유형과 풀이 방식의 브리핑이란 말이죠. 문제 풀이 시간은 15초, 화면과 음성 동시 제공 되며 사진 자료 역시 주어집니다. 그리고 주최측이 진행하는 행사나 배급한 신작 영화들을 꼼꼼히 정리하면 초반 승부에서 유리한 고지를 점할 수 있습니다. 본선 경기는 소위 말하는 ‘골든벨’ 형식으로 치러지며, 최후의 3인이 남을 때까지 계속 진행 됩니다. 이날 본선을 보면 말이죠, 3번째 문제에서 오답자 최초 발생! 7번째 문제에서 대거 탈락으로 탄식이 영화관을 가득 메우더니, 9번째 문제부터는 생존자에게 박수를 치기 시작하고 결국 12번째 문제에서 최종 3인이 결정 됐습니다. 진행자들은 생각만큼 치열하지 않아서 당황스러운 기색을 내비쳤는데 사실 어마어마한 고수가 마스크를 쓰고 앉아서 참가자들을 하나씩 떨어뜨리며 사망유희 영퀴 배틀을 시전 했어도 볼만 하지 않았겠나 하는 생각도 있습니다.

내가 영화왕이로소이다
내가 영화왕이로소이다
말씀 드리는 순간, 결승 경기 시작됩니다. 최후의 3인까지 오신 분들은 일단 각자 항공권이 확보된 상황이기 때문에 마음이 해이해 질 수 있어요. 자존심을 위해 승부에 임해야 합니다. 아, 그런데 이게 어찌된 일인가요! 2명의 참가자가 일찌감치 자신의 결승 진출을 당황스러워 하고 있어요. 고득점의 비결을 물어 보는데 “찍었다”고 답하나요오! 1번 문제 공개되는 순간, 장내 술렁입니다. 술렁거려요. 난이도가 결승에서는 확실하게 차이를 보이는데요. ‘언론고시용 대중문화 문제 유형 3번’에 해당하는 스타일입니다. 보기에서 설명하는 힌트들을 풀어서 숫자를 더해야 합니다. 만만하지 않아요. 하지만 정신을 차리고 퀴즈에 집중하면 추가적으로 요구되는 덧셈, 할 수 있어요. 이어지는 문제 원작 소설에 관한 퀴즈가 연타로 등장 합니다. 장이모우가 작품을 영화화 하지 않은 작가를 고르라니요! 진행자는 “출제자가 문제 하나로 300명의 입을 다물게 했다”고 난이도를 평했습니다만 이건 정말 눈을 뗄 수 없는 그런 어려움이 엿보이는 문제입니다. 으아아! 온라인 서점 블로거 정도는 되어야 맞출 수 있는 그런 문제 아니겠습니까!

하지만 포기는 이릅니다. 찍은 답을 바꿔주고 바꿔주고! 확실히 아닌 걸 지우고 남은 보기가 통통통통! 객관식 시간이 지나서, 주관식으로 접어듭니다. 첫 문제부터 참가자들 긴장한 기색이 역력한데요, 아니! 이게 어찌 된 일인가요! 2번 참가자 결심한 듯 적기 시작하는데 (ㅠ_ㅠ)가 등장했어요. 과 안냐 마냐니! 떠올려야 합니다! 3번 참가자 파졸리니 감독인 것 까지는 알았는데 영화 제목을 틀려버렸네요. 으아아아! 아깝습니다! 이렇게 주관식 문제를 풀 때는 몰라도 일단 뭘 적을 줄 아는 스타급 센스가 필요합니다. 돈 빌려간 누구, 좀 값으라던가. 마음에 드는 참가자 번호를 써 본다거나 말이죠. 말씀 드리는 순간, 마지막 문제가 출제되었습니다. 배점 50점! 아니 저건! 스크린에 빽빽하게 문제가 한바닥이에요! 한마디로 요약하자면 을 만든 평론가는! 아아, 결국 누구도 정답 적지 못하고 역전에 실패. 객석에서 정답 ‘세르쥬 다네’가 3명이나 나왔네요. 100:1의 경쟁률을 뚫고 예선을 거쳐 다시 300명 중에 3인으로, 결국 운칠기삼의 정신과 영민한 경기 운영 능력을 보여준 2번 참가자가 오늘의 우승자로 결정되었습니다. LA 왕복 항공권과 연간 240회 영화를 볼 수 있는 프리패스가 부상입니다. 끝까지 객석을 지켜준 탈락자들에게도 추첨을 통해 영화 관람권 선물이 주어지네요. “관객이 주인공인 영화축제”라는 설명이 꼭 들어맞는 행사가 아닐 수 없습니다.



글. 윤희성 nine@
사진. 채기원 ten@



© 텐아시아,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