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화 <방가? 방가!>│사장님 나빠요, 한국은 더 나빠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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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펙이 약해서, 지방대라서, 키가 작아서, 나이가 많아서, 여자라서. 구직자들을 불합격자로 만드는 횡포에 가까운 이유는 여러 가지가 있지만 태식(김인권)은 못생긴 죄로 번번이 취직에 실패한다. 그러나 무슨 일이든 하고 싶고, 해야 하는 태식은 늘 자신을 발목 잡았던 외모를 이용하기로 한다. 별명이 ‘동남아’일 정도로 이국적인 마스크의 그는 외국인 노동자인 척하며 일자리를 구하기 시작하지만 “사무직이 적성에 맞는” 태식에게 공장일은 언제나 실수의 연속이다. 고층 빌딩의 유리창 닦기, 플라스틱 절삭 작업 등 굳은 일만 떨어지는 외국인 노동자 행세도 쉽지 않다. 번번이 영세한 공장 노동자의 다수를 차지하는 외국인 동료들의 의심을 사 한 달 이상 버텨내기조차 힘들다. 필리핀, 베트남, 몽골 등 써먹을 수 있는 출신은 대부분 전전한 태식에게 유일하게 남은 나라는 부탄. 한국에선 “대사 부부를 제외하고는 유일한” 부탄인으로 위장 취업에 성공한 태식은 얼마나 버틸 수 있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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웃다가 울게 만드는 방가의 위장 취업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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태식이 부탄인 노동자로 일하게 되면서 쓰는 이름은 ‘방가’다. 그는 면접을 보거나 한국 상사들을 만날 때 마다 “방가, 방가”라고 인사하지만 반기는 이는 아무도 없다. 한국인 태식이었을 때조차 백수에 빚쟁이로 친구에게까지 박대당하던 그는, 부탄인 방가가 되어서도 외국인 노동자이기 때문에 소외당한다. 그렇게 에는 현재 한국사회의 온갖 병폐들이 가득하다. 외국인 노동자들에 대한 고질적인 임금 체불과 불합리한 노동 환경, 인격적인 모독, 여성들에 대한 성차별과 성희롱 그리고 출구가 보이지 않는 청년 실업 문제와 사채까지. 일일이 열거하기에 숨이 찰 정도로 벅찬 현실이 방가와 그 주변인들의 일상이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극은 심각하게만 흐르지 않는다. 그것은 방가가 동료들에게 한국의 욕을 어원부터 활용까지 열강 하거나 ‘한오백년’의 기상천외한 부탄 버전 등의 코미디 때문만은 아니다. 영화는 사각지대에 놓인 외국인 노동자들을 동정해야할 타자가 아닌 우리와 마찬가지로 꿈을 꾸며 사는 주체임을 보여주기에 우울하지 않고 생기를 가진다.

물론 를 냉철하게 완성된 사회 고발극이나 효과적으로 웃음을 뽑아가는 코미디 영화라고 할 수는 없다. 오히려 영화는 판타지에 가까울 만큼 착한 동화다. 임금 체불 사실을 알게 된 즉시 해결해주는 사장이 있고, 외국인 노동자들의 불만을 자기 식으로나마 해결하려는 공장장이 있으며 외국인 노동자에 대한 비하나 성희롱의 수준은 현실의 것과는 비교할 수 없을 정도로 신사적이다. 그러나 영화는 모두가 생각해봐야 할 문제를 모두가 이해하고 느낄 수 있는 ‘이야기’로 들려준다. 때로는 배꼽 빠지게 웃기게, 때로는 심장이 저릿할 만큼 아프게. 영화는 9월 30일 개봉한다.

글. 이지혜 seven@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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