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화 <섹스 앤 더 시티2>│변한 것과 변하지 않은 것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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캐리, 사만다, 미란다, 샬롯 언니에게
오랜만이죠? 캐리 언니가 빅과 결혼 한지도 벌써 2년이 지났네요. 그러고 보면 예전 같지 않은 언니들의 피부도 이해가 가요. 저도 요즘은 하루하루가 다르거든요. 알량한 월급 때문에 야근도 불사하고 이리저리 뛰어다니다 보면 어느새 축 처진 뺨이 펄럭거릴 기세라니까요. 보톡스다 호르몬제다 천연 약품이다 하루에 사십 알에 가까운 약을 삼키는 사만다 언니가 백 번이고 이해 가지요. 거기다 그렇게 원하던 애 키우는 스트레스에 우울증 걸릴 지경인 샬롯 언니는 섹시한 유모 때문에 남편 단속까지 해야지, 미란다 언니는 여자라는 이유로 새로운 상사 눈 밖에 났지, 살 맛 나는 사람은 아무래도 캐리 언니뿐이네요.

어느 덧 빅과의 결혼 생활에서 열정이 빠져버렸다고는 하지만 뉴욕 최고의 나쁜 남자 빅을 개과천선 시켰잖아요. 그런 빅이 얌전히 집에서 TV와 소파랑 물아일체 되어 같이 파티 안 가준다고 짜증내는 건 옛날에 마음 고생하던 시절 다 잊은 거죠 뭐. 거기다 아부다비로 초호화 여행을 공짜로 보내줄 수 있는 친구도 뒀으면서 대체 뭐가 힘들다는 건지. 속으로 언니를 골 백 번도 더 욕했답니다. 죄송해요. 제가 못나서 그래요. 여전히 언니라면 사랑스러워 죽겠다는 남편에, 여전히 잘 팔리는 베스트셀러 작가에, 중동 석유 부자 못지않은 여행을 선사해주는 친구까지 모든 걸 다 가진 언니가 너무 멀게 느껴져서 그래요.
영화 <섹스 앤 더 시티2>│변한 것과 변하지 않은 것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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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가 알던 그 언니들은 어디로 갔을까
영화 <섹스 앤 더 시티2>│변한 것과 변하지 않은 것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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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실 시즌1이 시작했을 때부터 이역만리 떨어진 뉴욕에서 VIP 싱글녀로 살던 그녀들과 비슷하다고 할 만한 여성들은 많지 않았을 것이다. 뉴욕 최고의 클럽과 레스토랑에서 저녁을 보내고, 힙한 파티에선 참석자 명단 제일 윗줄에 이름이 올라가는 캐리(사라 제시카 파커), 사만다(킴 캐트럴), 미란다(신시아 닉슨), 샬롯(크리스틴 데이비스)이니까. 그런데도 이 땅의 수많은 여성들이 그녀들을 따라 울고 웃었던 건 똑같은 고민을 안고 있어서였다. 아무리 잘 나가도 남자한테 차이고, 이상한 남자들 만나서 기겁하고, 그래도 애써 교훈을 만들며 어떻게든 다시 일어서려는 그들의 모습은 여섯 시즌을 거치며 드라마의 캐릭터를 넘어섰다. 는 다수의 ‘삽질’로 점철된 현실의 캐리, 사만다, 미란다, 샬롯들을 위로했다.

그러나 영화 에서 그들은 더 이상 살아있는 사람으로 느껴지지 않는다. 그것은 비단 아부다비의 이국적인 풍광이나 현실의 질감이 전혀 느껴지지 않는 화려함 때문이 아니다. 여전히 시련과 난관을 딛고 해피엔딩으로 간다는 결말은 변함이 없지만 네 여자들의 고민은 행복으로 가는 길 위에 구색 맞추기로 놓은 쉬운 장애물들 같다. 육아에 지친 샬롯의 고민도 미란다가 몇 번 토닥이는 것으로 해소되고, 열정이 사라진 밍숭맹숭한 관계에 지친 캐리의 불만도, 실직한 미란다의 걱정도 코스모폴리탄 한 잔에 사라진다. 진지한 고민이 없는 에피소드들은 더 이상 그들이 뉴욕 어딘가에 살아있다는 느낌을 주지 못한다. 영화를 보며 느낀 한 가지 위안이라면 캐리가 “늙는 걸 왜 고민하니? 처음 만났을 때랑 이렇게 똑같은데” 라고 할 정도로 여전한 사만다의 마지막 한 방 뿐이다. 영화는 6월 10일 개봉한다.

글. 이지혜 seven@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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