탑 “반 년 동안 열일곱 살 소년으로 살았다”
탑 “반 년 동안 열일곱 살 소년으로 살았다”
한국전쟁이 한창이던 1950년 8월, 낙동강 전선 사수를 위한 포항전투에서 사망한 이우근 학도병의 주머니에서 한 통의 편지가 발견되었다. 열여섯 소년이 어머니께 미처 부치지 못한 편지는 이렇게 쓰여 있었다. “어머니, 저는 사람을 죽였습니다. 너무나 가혹한 죽음이었습니다. 전쟁은 왜 해야 하나요? 저는 무서운 생각이 듭니다. 어서 전쟁이 끝나고 어머니 품에 안기고 싶습니다.” 영화 는 이 한 통의 편지에서 시작한다.

영화를 이끄는 정서는 113억 원의 제작비를 들인 블록버스터의 스케일도, 화려한 배우들의 캐스팅도 아니다. 카메라는 무의미한 전쟁에 희생된 모든 이들 중에서도 기억되지 못한 학도병이란 존재를 각인시키기 위해 작동한다. 전쟁의 소용돌이에서 총알받이로 헛되게 스러진 어린 목숨들은 그 자체로 비극인 전쟁의 상흔을 한층 더 쓰리게 한다. 는 대규모 전투 신으로 전쟁영화로서의 스펙터클을 만족시키는 한편 민족의 아픔이라는 한국전쟁의 비극을 어떻게 균질하게 담아낼까? 한국전쟁 발발 60주년을 기리기 위해 제작된 영화는 6월 17일 개봉 예정이다. 다음은 이재한 감독과 차승원, 최승현(탑), 권상우, 김승우가 참여한 기자간담회 내용이다.

전쟁영화이니만큼 유독 전투 신과 폭파 신이 많다. 메이킹 영상을 보니 감독이 원망스러울 정도로 고되 보이더라.
차승원: 제일 고됐던 건 추위와의 싸움이었다. 11월 말부터 촬영을 시작해서 가장 추울 때 가장 중요한 신을 찍었다. 개인적으로는 직접적인 폭파 신이 있는 경우는 없어서 신체적인 위협은 없었다. 오히려 감독과 촬영 들어가기 전에 캐릭터나 상황에 대해서 충분히 조율해서 그다지 힘든 게 없었다.
김승우: 기본적으로 감독에 대한 믿음이 있었고, 영상을 보면 알겠지만 노력한 모습이 카메라에 다 담긴 거 같아 만족한다. 워낙 감독이 잠이 없고 체력이 강해서 우리들이 그 체력을 따라잡느라 힘들었다. (웃음)

“상우가 교복입고 안 된 영화가 없어서 기대를 하고 있다”
탑 “반 년 동안 열일곱 살 소년으로 살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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탑 “반 년 동안 열일곱 살 소년으로 살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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차승원은 에 이어 이번 영화에서도 또 악역을 맡았는데.
차승원: 공교롭게도 악역을 다음 작품 까지 하고나면 세 작품 째 연속으로 하게 된다. 의 박무량은 적군의 수장이니까 미화시키는 건 아니지만 전쟁에서 희생됐던 한 인간의 모습, 그럴 수밖에 없었던 군인의 모습으로 그려질 것 같다.
최승현: 악역이지만 항상 차승원 선배도 그렇고, 김승우 선배도 그렇고 평소에는 너무 따뜻하게 잘 챙겨주셨다. 그런데 차승원 선배가 가끔씩 무서운 모습으로 꿈에 나와서 공포에 질려있었다. (웃음)

원래 몸이 좋기로 유명한 배우들이 만나서 굉장히 열심히 운동을 했다는 얘기가 들리더라.
차승원: 운동이 좋아서 했다기보다는 합천에서 할 게 없었다. (웃음) 촬영 끝나면 7시 정도 되는데 해가 지니까 어딜 가거나 뭘 하기가 그래서 어쩔 수 없이 운동을 한 거다.
권상우: 차승원 선배의 운동 열정이 얼마나 강했냐면 나도 귀찮아서 운동을 못하겠는데 합천에서 운동하러 대구까지 갔다 오더라.
차승원: 합천은 운동하는 곳이 일요일에는 문을 닫더라. (웃음) 할 게 없어서 대구까지 갔다 왔다.

오늘 공개된 예고편에서 김승우는 등 뒤에서 다리가 폭파하는데도 의연하게 걷는 모습이 인상적이더라.
김승우: 사실은 무서웠다. 생각보다 폭발음이 컸고, 추운 날씨에 반팔을 입고 찍어서 화면에서 모습은 그럴싸한데 당시에는 닭살도 돋고 많이 무서웠다. (웃음) 그 다음부터 폭파 신이 있을 때마다 전쟁 같고 지옥 같았다.

권상우는 영화 에 이어 오랜만에 교복을 입었는데, 최승현과 또래이기까지 하다. (웃음)
권상우: 사실 나이가 많아서 캐스팅이 안 될 뻔 했다. (웃음) 구갑조는 전쟁과 동시에 소년원 대신 전쟁터를 선택해서 학도병 중대에 편성됐다. 71명 학도병을 지휘하는 오장범(최승현)이 중대장으로 거듭나게끔 주변에서 오장범을 괴롭히고 동기부여를 하는 역할이다.
김승우: 처음 상우가 캐스팅됐을 때 차승원이랑 걱정을 많이 했다. 상우도 이제 우리 쪽에 가까운 나이가 됐으니까. (웃음) 그런데 영화 찍으면서 중간 중간 보니까 화면에선 승현이보다 어리게 나오더라. (웃음) 정말 적역을 맡았고, 상우 말대로 상우가 교복입어서 안 된 영화가 없다고 하는데 도 기대를 많이 하고 있다.

“보이스카웃이나 아람단에서 놀러간 기분”
탑 “반 년 동안 열일곱 살 소년으로 살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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권상우와 최승현은 서로 주먹질하는 신도 많았는데, 선배와의 대결이 부담 되지는 않았나?
최승현: 항상 옆에서 많이 가르쳐주셔서 배울 수 있었고, 긴장을 하면 풀어주셨다. 상우 형이랑 액션 신을 찍을 때는 무술감독님이랑 하는 생각이 들 정도로 베테랑의 느낌이 났다.
권상우: 승현이 같은 경우에는 많이 힘들었을 거다. 를 통해서 본격적으로 영화를 찍었는데 분량이 제일 많았고, 이야기를 이끌어가는 데다 한 작품 안에서 액션, 감성연기까지 보여줘야 하니까 정신이 없었을 거다. 촬영장 가면 승현이가 항상 멍한 표정을 하고 있었다. (웃음) 그래도 훌륭하게 해내서 대견하다.
이재한 감독: 처음엔 본업이 배우가 아니어서 우려하는 사람이 많았다. 그런데 최승현에게서 강렬한 에너지를 느꼈고, 감각적이고 감성이 좋더라. 믿음을 갖고 대화를 많이 나누면서 작업을 했다. 결과물을 보면 느낄 수 있을 것이다.

함께한 배우들이 다들 유쾌한 사람들이라 촬영장 분위기도 좋았을 것 같다.
차승원: 승우 형하고는 2002년도에 영화를 같이 찍었고, 상우는 개인적으로 안지가 8-9년 됐다. 승현이는 이번에 처음 만났는데 각자 색깔들이 너무 다르다. 승우 형은 워낙 위트가 있으니까 현장에서 모든 스태프들에게 맏형 역할을 톡톡히 했고, 상우는 영화에서 보이는 이미지는 굉장히 에너지 넘치지만 현장에선 순수하고 애교 있었다. (웃음) 승현이는 20대에 내가 가졌으면 좋았을 얼굴을 가졌다. 내가 20대였으면 닮고 싶은 순수한 얼굴이 있어서 좋았다.
김승우: 이번에 맏형 역할을 잘 하라고 캐스팅이 된 거 같다. (좌중 웃음) 상우 같은 경우는 맡은 캐릭터가 단순하기도 하고 다혈질이기도 한데 그게 실제 모습과 많이 닮았다. 차승원은 특유의 에너지, 카리스마가 영화에 녹아들었고. 우리 승현이는 정말 새로운 모습을 보여줄 거 같다. 세 사람이 캐스팅된 이유는 다 있는데 나는 얘네 셋이 싸우지 말고 현장에서 추울 때 재밌게 해주라고 캐스팅된 거 같다. (웃음) 영화를 보고 나니까 묻어가길 잘했구나, 이 작품에 들어오길 잘했단 생각이 든다.
권상우: 다 남자라 편하고 좋았다. 학교 다닐 때 보이스카웃이나 아람단에서 놀러간 기분도 나고. 다들 너무 좋아하는 선배들이라 함께 하는 것만으로도 위안이 됐다. 시나리오 보면서 오장범 역할을 하는 친구가 누가될지 모르지만 부럽다고 생각했는데, 승현이가 이렇게 좋은 구성원들과 이렇게 좋은 역할을 하게 되어서 굉장히 부럽다. 지금 활동하고 있는 20대 배우들 중에서도 이렇게 좋은 환경에서 주인공을 할 수 있다는 건 먼저 달려 나갈 수 있는 기회니까. 이번 촬영은 추위만 빼고는 모든 게 퍼펙트였다. (웃음) 다들 열심히 했고 흥행은 자체적으로 천만을 생각하고 있다. (웃음)
최승현: 이 작품에 참여했다는 것 자체가 영광이고, 하루하루가 배움의 놀이터에 나오는 기분으로 즐겁게 했다. 선배님들이랑 감독님이랑 대화 나누면서 듣는 모든 말 한 마디가 배움이었다. 지치거나 힘든 기색이 보이면 토닥거려주시고 항상 일으켜 세워 주실 정도로 많은 힘을 불어 넣어 주셨다. 는 내가 성숙할 수 있는 계기가 되었다.

“영화 안에서 균형을 가져가려고 심혈을 기울였다”
탑 “반 년 동안 열일곱 살 소년으로 살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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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승현은 의 킬러에 이어 의 학도병까지 남성적인 이미지가 굳어지는 것에 대한 부담감은 없는지?
최승현: 때 맡았던 빅과는 전혀 다른 모습을 보여줄 수 있을 것 같다. 오장범은 말이 없진 않고 굉장히 순수하고 어린 아이 같다. 가장 중점을 뒀던 것도 내게서 한 번도 본 적 없었던 전혀 새로운 모습을 끄집어내기 위해 고민을 많이 했다. 그래서 촬영하는 반 년 동안은 열일곱 살 소년이라 생각하고 생활했다. (웃음)

한국전쟁은 71명의 학도병뿐만 아니라 그들과 싸웠던 인민군을 비롯해 수많은 사람들이 희생된 비극이다. 그 사이에서 균형감 있게 이야기를 가져가는 것도 쉽지 않았을 것 같은데.
이재한 감독: 한 민족이, 같은 언어를 쓰는 형제가, 가족이, 친구가 서로에게 총을 겨눈다는 점에서 한국전쟁은 동족상잔의 비극이며 가슴 아픈 일이다. 드라마 안에서 선과 악이 나누어지긴 하지만 인민군도 같은 인간이었다. 이념으로 나누어져 동족이 싸우는 상황에서도 이념보다는 인간을 그리고, 인간을 파헤치고 싶었다. 북한 장교 박무량이 악역이지만 그 안에서 인간의 페이소스를 관찰하고 싶었다. 영화 안에서 균형을 가져가려고 심혈을 기울였다.

마지막으로 에서 한 장면을 추천한다면.
김승우: 한 신, 한 신 다 노력이 보이는 거 같아서 좋은데, 특히 기억에 남는 건 우리 승현이가 어머니하고 헤어지는 모습에 가슴 찡하더라. 그런 부분들로 인해 우리 영화가 훨씬 더 감동을 줄 수 있을 것 같다.
최승현: 영화 두 시간이 다 너무 멋졌다. 의 두 시간을 모두 다 말씀드리고 싶다. 한 장면, 한 장면 다 완벽하고 감히 자신 있게 두 시간 전부를 놓칠 수 없는 장면이라고 말하고 싶다.
권상우: 아무래도 엔딩 신에 가장 큰 감동이 있을 거 같다.
차승원: 라는 영화에서 드라마의 핵은 71명 학도병의 이야기다. 어쩔 수 없이 혹은 나라를 위해 성숙하지 못한데다 전투 경험도 없는 친구들이 모여서 마지막에는 북한 최정예 부대와 사투를 벌인 드라마가 영화의 가장 큰 볼거리이자 좋은 장면 아닐까?

글. 이지혜 seven@
사진. 이진혁 eleven@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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