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해일 “배우들의 기가 화염방사기 수준”
박해일 “배우들의 기가 화염방사기 수준”
30년간 바깥세상과 단절되었던 마을, 그리고 아버지의 죽음으로 그곳에 흘러들어온 유해국(박해일). 마을 사람 모두는 무언가를 감추고 있는 것 같고, 그 중심에 절대 권력을 휘두르고 있는 이장 천용덕(정재영)이 있다. 이끼가 자라기에 완벽한 생육조건을 갖춘 음습한 마을의 분위기는 유해국으로 하여금 아버지의 죽음에 의문을 품게 하고, 그는 마을 곳곳을 헤집기 시작한다. 메이킹 영상에서 공개된 배우들의 캐릭터 영상은 원작 만화와 순도 높은 싱크로율을 선보였고, 애초에 우려되었던 정재영의 노인 분장이나 노역(老役)도 기대 이상으로 자연스러웠다. 13억 원의 제작비를 들여 통째로 지어낸 마을 역시 영화만의 스케일을 확보하는데 큰 몫을 할 것으로 보인다. 그러나 “원작을 어떻게 하면 가장 현란하게 강우석 식으로 만들까” 고민했다는 감독의 말처럼 영화 는 이미 상당한 완성도를 선보인 원작을 넘어서 영화만의 독자적인 매력을 획득할 수 있을까? 그리고 그 매력이 원작의 3600만 클릭 수를 관객 수로 가져올 수 있을지 오는 7월에 확인할 수 있다.

원작 만화 는 워낙 방대하고, 묵직한 작품인데다가 큰 인기를 끌었다. 영화에서는 어떤 부분을 덜어내고 어떤 부분을 더 살렸나?
강우석 감독: 를 영화화 하겠다고 발표한 게 20화 정도 봤을 때였다. 뒤가 어떻게 나오든 할 거라고 했는데 사실 어마어마하게 후회했다. 아, 이게 만화만이 할 수 있는, 만화가 아니면 도저히 안 되는 얘기구나를 느꼈으니까. 뒤로 갈수록 이야기가 너무 방대해지니까 무슨 수로 그걸 극영화 시간에 담아낼 것인가 고민이 됐다. 그래서 투자사들에게 2부작, 6시간짜리 영화로 해보자는 제안을 하기도 했다. (웃음) 찍는 동안에도 지금까지 찍었던 영화를 다 합한 거보다 고통스러웠고. 원래도 술을 좋아하지만 거의 날마다 술을 마셨다. 정재영 같은 경우는 나 때문에 알코올에 의존하는 삶을 살았을 거다. (웃음) 원작에서 영화적으로 보여주지 않아도 이해되겠다는 부분은 덜어냈고, 원작자와 합일점 찾아서 영화에만 집어넣은 것도 있다. 잘라내고 첨가한 것들이 영화적으로 무난히 연결되지 않았나 생각한다.

“배우들의 기가 장난이 아니었다”
박해일 “배우들의 기가 화염방사기 수준”
박해일 “배우들의 기가 화염방사기 수준”
박해일 “배우들의 기가 화염방사기 수준”
박해일 “배우들의 기가 화염방사기 수준”
원작 팬들이 천용덕 이장 역에 정재영이 캐스팅된 것을 두고 거센 반대를 하기도 했는데.
정재영: 그래서 이번에 처음으로 팬이 늘었다. 안티팬. (웃음) 원작 만화를 좋아했던 분들이 우려를 많이 한 걸로 알고 있다. 그런데 처음에 감독님이 하자고 했을 때도 난 해국 역할인 줄 알았다. 이장일 줄은 꿈에도 생각 못했다. 이장과 조금도 비슷한 점이 없으니까. 난 잘 생기고 착한데. (웃음) 감독님이 대체 뭘 보고 날 이장 역에 캐스팅한 건지는 모르겠지만 개인적으로 굉장한 도전과 모험이었다.
강우석 감독: 처음에 정재영에게 이장 역을 시키겠다고 했을 때 다들 놀랐다. 그러나 정재영이 잘 해낸다면 쇼킹할 것 같았다. 분장한 모습도 처음엔 낯설었지만 눈빛을 보니까 만화 속 이장보다 더 셀 수 있겠더라. 그렇게 모험을 했던 만큼 관객들에게 궁금증을 유발시킬 수 있지 않을까?

메이킹 영상에서 70대 노인으로 분장하는 모습을 보니까 고생이 상당하겠더라.
정재영: 특수분장이다보니 시간도 많이 걸리고 나보다도 장진 분장실장이 더 고생했을 거다. 무엇보다 나이가 들어서 진짜 저렇게 될까봐 가장 걱정이다. (웃음)
유선: 정재영 선배는 분장을 하고 나면 그 때부터 말수도 없어지고, 몸 자체가 자세부터 달라진다. 그래서 친해지기 제일 어려웠다. 현장에서 늘 캐릭터에 몰입해있어서 말 걸기도 쉽지 않았다. 프로의 멋진 모습을 보면서 감동했다.
정재영: 그게 아니고 분장 하면 얼굴이 아파서 말하는 게 귀찮아서 그랬다. 몰입한 게 아니라. (웃음)

해국은 마을사람 모두에게 위협 받는 캐릭터인데 상대배우들과 호흡 맞추기가 쉽지 않았겠다.
박해일: 역할 자체가 은폐된 마을로 들어가는 이방인이라, 개인적으로 현장에서도 적응하기 힘들었다. 그래서 현장과 영화 내용 자체가 동일시되는 낯선 느낌이 나한테는 도움이 됐고, 그런 기운을 잃지 않으려고 했다. 그리고 감독님도 그렇고 기가 센 배우들과 한 사람씩 맞닥뜨리는 상황에서 어느 한 분도 쉽지 않았다. 어휴, 상대 배우들한테 화염 방사기 같은 열기가 전해져오는데 미치는 줄 알았다. 어떻게든 살아남아야겠다는 마음가짐으로 임했다. (웃음)

이미 강우석 감독과 작품을 해본 경험이 있는 정재영이나 유해진과는 다르게 강우석 감독과는 첫 작품인데 어땠나?
박해일: 굉장히 새로웠다. 감독님은 디렉션이 명확하고 선이 굵은데 마지막에는 섬세한 부분까지 느꼈다. 촬영하는 매순간 새로운 기운을 내뿜고, 고군분투하는 느낌을 받았다. 는 감독님의 영화들과는 다른 또 다른 영화가 나오지 않을까?

“강우석의 영화가 전과 후로 나눠지지 않을까”
박해일 “배우들의 기가 화염방사기 수준”
박해일 “배우들의 기가 화염방사기 수준”
박해일 “배우들의 기가 화염방사기 수준”
박해일 “배우들의 기가 화염방사기 수준”
마을 사람 중 한 명인 석만 역을 맡은 김상호는 그동안 푸근했던 이미지와 상당히 상반되어 보인다.
김상호: 에 선택 받고나서 행복했던 이유가 있다. 배우들에게는 이제껏 보여줬던 거 말고도 내 안에 다른 게 있다는 이상한 자신감이 있는데, 가 나한테는 그런 작품이다. 생긴 게 이렇게 생겨서 푸근한 건 어쩔 수 없지만 (웃음) 석만은 이때까지 보여줬던 푸근함과는 또 다른 무기를 가지고 있는 푸근함이랄까? 빨리 개봉했으면 좋겠다. (웃음)

극에서 홍일점인 영지는 원작에서도 과거가 숨겨진 미스터리한 여인이라 표현하는데 쉽지 않았을 것 같다.
유선: 영화의 영지는 원작과는 좀 다른 느낌으로 해석됐다. 원작에서는 초반부터 미스터리한 기운을 마구 풍긴다면 영화에선 초반에는 마을 사람들과 잘 섞여서 살고 있는 현실적인 모습을 보인다. 결과적으로 영화를 다 보고 나면 원작보다는 현실감 있게 캐릭터가 다가가지 않을까 한다.

2010년 하반기에 손꼽히는 기대작으로 많은 관객들이 기대 반, 우려 반으로 기다리고 있다.
강우석 감독: 연출력이 있고 없다는 평가를 떠나서 지금까지 보지 못했던 영화를 만들고 싶었다. 내가 만들었던 영화중에서 가장 애정을 가진 작품도 당시에는 새로운 형태였던 1편과 1편이다. 내가 찍었던 모든 영화중에서 처음 보는 영화가 될 것 같다.
박해일: 기존에 했던 영화와 다른 경험을 해서 설렌다. 윤태호 작가의 만화 원작을 충분히 즐기고, 7월에는 강우석 감독의 를 다른 맛으로 즐기면 좋겠다.
정재영: 개인적으로는 미래에 갔다 온 영화다. 앞으로 30년 이후에나 이런 캐릭터를 할 수 있을 텐데, 그 때까지 연기를 했으면 좋겠고. 강우석 감독님과 3번째 작품인데 감독님이 가장 고민을 많이 하고 애를 많이 쓴 영화라고 생각한다. 감히 말하자면 감독님의 영화가 전과 후로 나눠지지 않을까 싶다.
유해진: 인터뷰할 때 현장이 어땠냐고 하면 행복했다고 하는데, 사실 사석에서도 그런 얘기를 많이 했다. 배우 각자들이 되게 많이 고민하고 거기에서 오는 행복도 컸던 거 같다. 그게 재밌게 보여지리라 믿는다.
김상호: 요즘은 왜 이렇게 시간이 안가나 모르겠다. 왜 이렇게 7월이 안 오나 싶다. (웃음)
유준상: 를 많이 사랑해주십시오. 를 많이 사랑합시다. (웃음)

글. 이지혜 seven@
사진. 채기원 ten@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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