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데일리뷰] <인어베러월드>, 복수와 폭력에 대한 윤리학적 고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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태그 아카데미·골든글로브 외국어영화상 수상작. 원작 감독 수잔 비에르 연출. 덴마크·스웨덴 합작.

3줄요약 아내 마리안느와 별거 중인 안톤은 아프리카 오지의 폭력 속에서 의료봉사를 한다. 안톤의 아들 엘리아스는 학교에서 동급생들의 폭력에 시달린다. 엄마를 암으로 잃은 크리스티안은 폭력을 사용해 엘리아스를 돕는다. 크리스티안의 아버지 클라우스, 안톤과 마리안느는 혼란스럽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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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영화는 OO다.
는 단순한 휴머니즘 영화가 아니다.
“악한 사람에게 맞서지 마라. 누가 네 오른쪽 뺨을 치거든, 왼쪽 뺨마저 돌려 대어라.” 성경 마태복음에는 이런 구절이 있다. 예수의 추종자들조차도 지키지 못한 이상이다. 실제 세상은 폭력의 무한순환으로 연결돼 있다. 의 두 핵심 인물 중 하나인 소년 크리스티안은 폭력의 순환원리를 누구보다 잘 이해하고 있다. 크리스티안은 동급생들의 폭력을 받아들이다가는 결국 계속 맞고 살 수밖에 없다는 걸 안다. 그는 엘리아스와 자신에 가한 폭력을 더 큰 폭력으로 응징한다. 엘리아스의 아버지 안톤은 크리스티안과 반대 지점에 있는 인물이다. 크리스티안이 현실적이라면 그는 성경의 이상에 충실한 인물이다. 잠깐 덴마크에 돌아온 안톤은 아이들 앞에서 무뢰한에게 뺨을 맞지만 맞서지 않는다. 복수를 주장하는 아이들을 데리고 그는 다시 무뢰한을 찾아가 왜 그랬냐고 묻는다. 안톤은 비폭력주의로 자신이 이겼다고 생각하지만 크리스티안은 생각이 다르다. 크리스티안은 또 다시 자신만의 복수를 시도한다.

는 사회 속에 뿌리 박힌 폭력의 순환에 대해 관찰한다. 크리스티안과 안톤을 통해 ‘복수와 용서’를 이야기하는 것처럼 보이지만 이분법적인 시선은 아니다. 폭력의 순환구조는 복수와 용서의 간단한 선택으로 해결될 문제가 아니다. 폭력에 대한 안톤의 시선은 결코 용서의 의미가 아니다. 단지 비폭력주의일 뿐이다. 안톤은 임산부들을 살해하는 반군지도자를 치료해야 하는 딜레마에 빠진다. 그 역시 폭력적인 세계 속에서 또 다른 형태로 폭력을 행사한다. 감독은 단지 물리적인 의미로만 폭력을 바라보진 않는다. 크리스티안의 폭력에 휘말린 엘리아스가 위험에 처하자 어머니 마리안느는 그에게 언어로 폭력을 가한다. 정신적 상처를 받은 크리스티안은 위험한 선택을 한다. 폭력은 이렇게 주먹과 무기, 권력, 언어 등을 통해 순환하고 전염된다. 그렇다고 비폭력이 대안일까. “네가 때리면 그 애가 또 때리고 그럼 싸움은 끝도 없어. 그러다 전쟁이 나는 거야.” 아버지의 말에 크리스티안은 “처음부터 본때를 보여줘야 한다. 어느 학교든 다 그렇다”고 응수한다. 아버지는 아들에게 가해지는 폭력을 해결해줄 수 없다. 영화는 결코 ‘눈에는 눈, 이에는 이’ 식의 폭력을 지지하지 않지만 그렇다고 비폭력(용서)이 해결책이라는 무책임한 해결책을 주장하진 않는다.

따뜻한 시선
가 다루는 주제는 통시적으로나 공시적으로 보편적인 윤리학이다. 덴마크건 아프리카 오지건, 어른들이건 아이들이건 폭력의 양상은 유사하다. 수잔 비에르 감독은 아프리카와 덴마크를 오가며 미시적인 세계에서 출발해 보다 거시적인 관점으로 시선을 넓힌다. 두 소년의 성장영화이자 상처투성이 두 가족의 화해극인 이 작품은 윤리학적인 사회드라마로 확대된다. 폭력의 근원과 심화, 폭력과 다른 가치의 충돌, 윤리적 딜레마를 골고루 건드린다. 감독은 폭력의 순환을 끊을 수 있는 방법을 쉽사리 제시하지 않지만 마지막엔 ‘더 나은 세상이 될 수 있다’는 희망을 드러낸다. 참고로, ‘더 나은 세상에서’라는 영어제목이 붙은 이 영화의 원래 제목은 ‘Hævnen(복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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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타플레이어
윌리엄 요크 닐센
크리스티안 역의 윌리엄 요크 닐센은 의 폭력적 긴장감을 주도하는 인물이다. 10대 초반의 소년인 닐센은 강렬한 반항아 캐릭터로 관객을 사로잡는다. 암으로 세상을 떠난 어머니에 대한 그리움과 아버지에 대한 반항으로 가득한 닐센의 눈매는 날카롭기도 하고 슬프기도 하다. 폭력적인 세계에서 자신만의 세계를 지키려는 카리스마와 우수에 찬 눈빛은 이 배우의 미래를 궁금하게 만든다. 독일에서 3년, 말레이지아에서 4년을 살았으며 덴마크어, 영어, 독일어에 능통한 것으로 알려졌다. 1997년생인 닐센은 가 공식적인 첫 번째 영화이며 또 한 편의 덴마크 영화 (A Roayl Affair)에 출연했다.

글. 고경석 기자 kave@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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