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화 <슈퍼 에이트>│명랑 소년소녀 SF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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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나는 여름방학이다. 조(조엘 코트니)는 아빠가 권하는 야구캠프를 뒤로하고 동네친구들과 8mm 영화 만들기에 열중이다. 감독을 꿈꾸는 뚱보 찰스, 각종 무기와 폭발물에 미쳐있는 캐리, 주연배우 마틴과 교정기를 낀 좀비 역의 프레스톤, 그리고 특수분장을 맡은 조로 구성된 야심만만한 ‘할리우드 키즈 온 더 블록’에 새로운 멤버가 합류한다. 바로 또래보다 성숙한 분위기와 천부적인 연기력을 가진 소녀 앨리스(엘르 패닝)다. 첫 만남부터 앨리스에게 두근거리는 감정을 느낀 조에게 왠지 이 여름은 범상치 않은 계절이 될 것 같은 예감이다. 소년의 떨리는 마음은 분장 스펀지 너머로 고스란히 전달되고, 소녀의 설레는 표정은 제 아무리 무서운 좀비 메이크업으로도 가려지지 않는다.

어느 날 기차길 건너에서 영화를 찍던 아이들은 우연히 엄청난 규모의 열차사고를 목격한다. 그리고 기차를 멈춰 세운 자동차에서 피 흘리고 있는 생물 선생님을 발견한 아이들은 그의 마지막 말을 듣게 된다. “오늘 일을 비밀로 하지 않는다면 너희와 너희 부모들이 모두 죽게 될 거야” 사고 후, 동네에는 심상치 않은 일들이 계속 발생한다. 개와 사람들이 하나 둘 씩 사라지고, 전화기도 전자레인지도 자동차 엔진도 몽땅 자취를 감춘다. 사건현장에서 주운 정체불명의 금속 큐브를 시작으로 흩뿌려진 단서를 빵 조각처럼 주워 담으며, 이 할리우드 키드들은 미지의 존재, 그 심장부를 향해 한 발 한 발 다가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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입장은 디즈니랜드로 퇴장은 우주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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촤르르륵 필름 감기는 소리와 함께 시작되는 이 영화의 제목은 바로 , 즉 8mm 무비카메라다. 필름이 영화의 모든 것이었던 시절, 아마추어 필름메이커들의 꿈을 담던 이 추억의 기계는 1979년 미국의 작은 마을 릴리안에 살고 있는 십대 초반의 아이들에게 찾아온 일생일대의 사건을 담는다.

호랑이가 무서워하는 존재는 사자도 용도 아니다. 바로 하룻강아지다. 무지에서 오는 순수한 용감함은 각오를 동반한 어른들의 비장한 용기를 종종 뛰어넘는다. 그렇게 아이들의 호기심은 세상을 바꾸고 가끔 인류를 구하기도 한다. 그들이 없었다면 어쩌면 1980년 이후는 존재하지 않았을지도 모를 일이다. 의 배경이 되는 1979년은 시대를 넘어 이 영화에서 하나의 캐릭터가 된다. “알았다. 오바!” 깊은 밤 자신의 방에서 핸드폰이 아니라 무전기로 소통하는 친구들, 워크맨을 듣는 주유소 청년에게 “개인스테레오라니, 말세구나”라고 말하는 어른, 아이들이 ‘마이 쉐로나’를 열창하며 함께 머리를 흔드는 장면 등, 90년대 디지털의 광풍이 몰아치기 전 마지막 아날로그 시대의 전야제는 그렇게 어린 시절의 저녁공기를 아련하게 소환한다. 또한 성장담과 어드벤처를 뒤섞는데 신기에 가까운 능력을 가진 스티븐 스필버그의 제작 기술과 를 통해 천재적 이야기꾼임을 증명한 J.J. 에이브람스의 연출력은 눈과 눈을 바라보며 손끝으로 외계의 친구와 마음을 나누던 < E.T. >의 뭉클한 순간을 좀 더 거대한 스케일로 재연한다. 이처럼 아이들의 예민한 성장담과 SF물을 능가하는 패기 넘치는 촬영과 시각효과, 시대와 장르 등 쉽게 어울리지 않을 것 같은 요소들을 더할 나위 없는 솜씨로 배합한 는 좀처럼 트랙의 분리가 쉽지 않은 8mm 아날로그 필름을 닮았다. 뜯어보고 분석하기보다는 그저 마음을 풀고 즐겨야 하는 벅찬 귀환이다.

영화가 끝나도 바로 자리에서 일어나지 말 것을 권한다. 바로 극중의 아이들이 계속해서 찍던 슈퍼 8mm 좀비 영화 가 엔딩 크레딧과 함께 상영되기 때문이다. 기대 이상의 완성도를 보여주는 이 영화야 말로 단순하고 어설펐지만 가장 진지하고 열정적이었던 우리 유년의 편집 없는 기록이다.

글. 백은하 기자 one@
편집. 이지혜 seven@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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