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튜 본 감독 “<엑스맨: 퍼스트 클래스>, 액션보다 캐릭터가 중요한 영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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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971년 영국 런던 출신 매튜 본의 원래 직업은 감독이 아닌 프로듀서였다. 와 , 등 가이 리치 감독의 영화에 프로듀서로 참여했던 그는 2004년 대니얼 크레이그 주연의 액션 스릴러 로 데뷔해 주목받았다. 이후 와 으로 경험을 쌓은 뒤 당당히 할리우드 블록버스터에 뛰어들었다. 매튜 본 감독이 과 첫 인연을 맺게 된 것은 사실 시리즈 3편인 이었다. 감독직을 맡을 뻔했으나 다른 프로젝트로 인해 무산됐던 것. 이후 두 편의 영화를 완성한 뒤 그는 20세기 폭스의 제안으로 의 연출을 맡게 됐다. 이 영화는 시리즈의 최고작으로 불려도 무방할 정도로 뛰어난 완성도와 오락성을 자랑하며 그의 대표작으로 자리매김했다. 지금까지 2011년 가장 훌륭한 할리우드 블록버스터를 내놓은 그와 제작과정에 대해 나눈 이야기를 전한다.

시리즈 3탄의 감독을 맡을뻔 했었다. 다시 기회가 오리라고 예상했나.
원래는 이후 완전히 다른 스타일의 영화를 하려고 했다. 폭스가 를 마음에 들었는지 연출을 제의했다. 1, 2편을 연출한 브라이언 싱어가 제작자로 참여한다는 사실도 내 흥미를 끌었다. 이상하리만치 긍정적이고 열성적인 남자들이 “어디 한 번 불가능한 일을 해보자” 하면서 모인 것 같았다.

를 연출하기 위해 어떤 작업이 필요했나.
3편의 경우에는 캐스팅이 완료돼 있어서 감독은 이야기만 풀어내면 됐다. 그러나 는 캐스팅을 전부 새로 해야 하는 데다 1960년대 배경 세트를 만들어야 해서 작업과정이 쉽지 않았다. 전부 새로 디자인해야 했으므로 아무것도 없는 상태에서 시작해야 했다. 하지만 예전부터 1960년대를 배경으로 하는 영화를 한 번쯤 해보고 싶었고, 제임스 본드 영화를 좋아하기 때문에 기꺼이 맡게 됐다. 쿠바의 미사일 위기 사태라는 소재에도 관심이 많았다. 다른 영화를 기다리면서 2년을 낭비하고 싶지 않았다. 제작자가 아니라 감독을 맡는다는 사실도 충분히 매력적이었다.(웃음)

캐스팅에 대해 이야기해달라.
배우들은 전부 굉장하다. 촬영은 무척 재미있었다. 만드는 영화마다 나는 운이 좋은 편이다. 캐스팅은 무척 중요하다. 캐스팅만 잘하면 영화 작업이 절반은 끝난 것이나 다름 없기 때문이다. 프로페서 X 역에 어울리는 배우들의 목록을 만들었는데, 제임스 맥어보이가 단연 1순위였다. 가장 먼저 만나본 배우도 그였고 흔쾌히 승낙을 받아냈다. 맥어보이는 찰스 역에 필요한 모든 것을 갖췄다. 이전 시리즈에서 찰스는 스승이자 불교 신자 같은 모습이다. 패트릭 스튜어트가 그런 찰스 역에 제격이었던 것처럼 맥어보이가 젊은 시절의 찰스에 안성맞춤이다. 젊은 찰스는 유쾌하고 재미있는 캐릭터이다. 이리저리 바쁘게 뛰어다니고 훨씬 주도적이다. 맥어보이는 그런 캐릭터에 적역이었다.

영화에 등장할 캐릭터들은 누가 정했나?
브라이언 싱어가 모두 결정했다.

에릭 랜셔 역의 마이클 파스벤더는 어떤가? 숀 코너리가 연기한 제임스 본드처럼 냉철한 에릭의 분위기에 잘 어울리는 것 같은데.
그렇다. 그는 본드다. 매그니토라는 캐릭터의 놀라운 점은 악당이기는 하지만, 관객들의 공감을 얻을 수 있는 악당이라는 사실이다. 그는 슈퍼맨의 천적 렉스 루터처럼 지구를 멸망시키려고 하거나 돈을 벌려고 하지 않는다. 매그니토는 악한 존재가 아니다. 적어도 내가 보기에 매그니토는 악한 것이 아니라 단지 철학이 다를 뿐이다. 어떤 면에서는 그가 옳기도 하다. 그는 자신이 인간보다 훨씬 진화한 존재이므로 인간에 의해 제거당하지 않을 것이라고 생각한다.

찰스와 에릭의 관계가 이 영화에서 핵심적인 역할을 하는 것 같다.
둘의 관계는 맬컴 엑스와 마틴 루터 킹의 관계나 마찬가지다. 하지만 짧은 기간 동안의 이야기이므로 그 부분을 부각하지는 않았다. 속편이 나온다면 그 부분이 포함될 가능성이 크다. 에릭의 대사 중에 “찰스, 난 실험실 쥐가 어떻게 생겼는지 잘 알고 있어”라는 부분이 있다. 의심이 많은 에릭에 비해서 찰스는 낙관적이다. 찰스는 인간을 믿을 수 있고 돌연변이들을 위한 새로운 세상을 만들 수 있다고 생각한다. 반면 에릭은 “인간들은 우리를 배신하고 죽일 거야”라고 말한다. 이번 영화에서는 에릭의 생각이 맞다. 사실 이전 시리즈에서 각각 매그니토와 프로페서 X를 연기한 이언 맥켈런과 패트릭 스튜어트를 대신해 연기하기란 결코 쉬운 일이 아니다. 하지만 내 생각에 이 젊은 친구들이 잘 해낸 것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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돌연변이들에게 가장 위협적인 존재는 또 다른 돌연변이인 세바스천 쇼다. 그가 찰스와 에릭에게 어떤 위협으로 작용하는가?
쇼는 전형적인 본드 영화에 나오는 악당과 비슷하다. 그는 미국과 러시아의 관계가 악화되기를 바라면서 모든 것을 조종한다. 하지만 쇼가 “에릭, 넌 죽어야 해!” 하고 말하는 대사는 나오지 않는다. 넣을 걸 그랬다. 훨씬 재미있었을 텐데.

쇼는 에릭의 태생과 직접적인 관계가 있지 않은가?
처음부터 관계가 있다. 만약 당신이 영화의 시작부터 쇼를 좋아하게 된다면 큰일이다. 에릭의 복수를 응원하지 않게 되거나, 그의 동기나 공포를 이해하지 못한다면…. 음, 모르겠다.

는 이전 시리즈와 많이 다른 느낌이다. 일반적인 여름 대작들과도 그렇고.
이 영화가 대작이라고는 생각하지 않는다. 물론 영화에 거대한 아이디어나 장면이 포함되어 있기는 하다. 그러나 우리는 이 영화의 성공을 화려한 특수효과에 의존하지 않았다. 이 영화를 돋보이게 해주는 것은 바로 조연들이다. 요즘 쏟아져 나오는 수퍼히어로 무비들은 특수 효과를 가장 중요시하지만 우리 영화는 그렇지 않다. 특수효과가 많지 않고 뛰어난 캐릭터에 중점을 두었던 1편과 비슷하다. 우리 영화에서는 액션보다 전체적인 흐름이 중요하다. 스릴러 요소와 캐릭터가 가장 중요하다.

의상 이야기를 좀 해달라. 잭 커비가 그린 원작 만화 그대로 파란색과 노란색 의상을 사용했는데?
멋질 거라고 생각했다. 이 영화에서는 반드시 파란색과 노란색 의상을 입어야만 했다. 1962년에 연재가 시작된 원작 만화에서 선보였던 의상이기 때문이다.

독특한 기계와 발명품들로 1960년대 세트를 꾸미는 작업은 재미있었나?
우리는 당시의 기술을 세밀하게 연구해서 그에 따라 세트를 만들었다. 행크(비스트)는 무엇이든 더욱 굉장하게 만들 수 있는 돌연변이다. 예를 들어 엑스젯은 원래 SR-71 블랙버드였다. 우리는 “만약 ~했다면 어떨까?”라는 가정으로 당시 실제로 존재했던 기술을 좀 더 흥미롭게 표현했을 뿐이다. 말하자면 아인슈타인은 유일한 돌연변이가 아니었다.(웃음)

이번 영화는 시리즈 중 처음으로 울버린이 등장하지 않는다. 혹시 그것 때문에 부담감은 없었나?
그렇지는 않다. 이 영화는 울버린이 아니라 이니까. 울버린을 등장시켜도 좋았겠지만 모든 것을 한꺼번에 전부 담으려는 것은 많은 영화가 흔히 저지르는 실수다. 울버린은 캐릭터들을 발전시킨 다음에 등장해야 한다. 울버린이 반영웅(anti-hero)이기 때문에 다른 캐릭터들 사이에 집어넣어야 한다. 시리즈 1편과 2편이 큰 성공을 거둔 것도 그 덕분이었다. 다른 캐릭터들이 서로 부딪히는 모습을 보는 것은 흥미롭다.
매튜 본 감독 “<엑스맨: 퍼스트 클래스>, 액션보다 캐릭터가 중요한 영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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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 새로운 3부작의 첫 영화라고 들었다. 다음 편에는 새로운 캐릭터가 얼마나 등장하나.
한 명의 캐릭터가 더 등장한다. 어떤 캐릭터인지는 말해줄 수 없다. 프로페서 X가 휠체어를 탄 신세이니 매그니토가 싸워야 할 대상이 하나 필요하지 않겠나. 당연히 매그니토처럼 강한 캐릭터겠지.

인터뷰 자료 제공, 20세기 폭스 코리아

글. 고경석 기자 kave@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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