MBC , SBS , KBS < VJ 특공대 >, 당신이 즐겨보거나 재미있게 보았던 프로그램들은 당신을 속이고 있었다. 제 12회 전주국제영화제의 화제작 는 맛집 프로그램의 뿌리 깊은 거짓말을 폭로한다. MBC PD로 방송을 시작해 10년째 외주제작사를 운영하고 있는 김재환 감독은 경제적인 위협과 방송 3사로부터 당할 줄소송을 각오하고 영화를 만들었다. “돈이나 명예, 영화제에서 상을 타기 위해 만든 것이 아닌” 는 미디어의 부패를 아무도 알리지 않으니 나라도 나서야겠다는 단순한 동기에서 출발했다. 맛집 프로그램과 식당을 이어주는 브로커가 있고, 천만 원만 내면 공중파 방송에 얼토당토 하지 않은 식당이 맛집으로 출연할 수 있는 세상. “돈에 미친 사람들”에 의해 저널리즘은 실종되고 미디어는 제 역할을 다 하지 못하는 세상. 그 안에서 “따뜻하고 발랄한 프로그램을 좋아”하던 PD가 미디어 비판 시리즈를 만들기까지에 대해 대화를 나눴다.

관객과의 대화나 영화 상영 시 반응이 즉각적이고 뜨겁다. 특히 거짓말과 실제 방송화면을 연이어 편집한 부분에서는 폭소가 여지없이 터졌다.
김재환: 아무래도 예술영화가 아니니까 그렇지 않을까. (웃음)

영화가 시작할 때 출연했던 PD 크레딧이 따로 뜨던데, 어떻게 의기투합하게 되었나.
김재환: 보안이 유지 가능한 연기자들이 필요했다. 그래서 다른 사람을 섭외할 수도 없고 돈도 없어서 (웃음) 회사에 있는 PD들이 참여했다. 가짜 손님, 가짜 사장 역할, 온갖 가짜들로 출연해서 방송 3사 맛집 프로그램을 엉망진창, 뒤죽박죽으로 만들었다. 그 친구들은 처음에 시작할 때 각서에 싸인을 했다. 이 프로젝트에 대해 발설할 시는 5천만 원을 물어낸다는. (웃음)

“맛집 프로그램의 비리는 생각보다 광범위하고 심각하다”
[JIFF+10] 김재환 감독 “미디어의 오만함이 만들어준 게 <트루맛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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굉장히 무시무시한 계약 조건인데 다들 흔쾌히 승낙하던가.
김재환: 다들 너무 흥미로워했다. 이미 취재를 많이 해봤고, 경험이 있는 PD들이 하는 게 촬영하면서도 당황하지도 않고 내용을 잘 아니까 더 잘 할 것 같았다. 다들 너무 재밌어 했다. 그리고 처음에 비해 뒤로 갈수록 거의 방송인 수준으로 연기력이 너무 좋아지더라. 연기를 어떻게 해줘야 편집이 되는 걸 아니까 대본 소화력도 좋아지고, 맛집 프로그램은 손님처럼 위장된 출연자들에게 쵤영 구성안과 대본이 촬영 전에 주어지는데, 받고서는 너무 못 썼다고 평가하더라. (웃음)

10년째 외주제작사를 운영하고 있는데 아무래도 실제적인 경제적 타격이 예상되는 상황에서 회사 직원들까지 끌어들이는 게 쉽지 않았을 것 같다.
김재환: 사실 회사에서도 출연하는 친구들 외에는 전혀 몰랐다. 지프에서 를 상영하기 전에 다 불러놓고 발표 했다. 이제 곧 너희들이 만들고 있는 프로그램들이 점점 없어질 것이다. 이러이러한 영화가 지프에서 상영이 될 텐데 너희들이 직업 안정성에 심각한 문제가 생길 것이다. 아마 김재철 사장이 보복을 할 거라고. 너무 충격 받은 친구들도 있었지만 다들 내가 회사나 그 아이들을 위해 신경을 쓴다는 걸 아니까 어떤 결정을 하든지 믿어줬다. 만약 회사 문을 닫게 되더라도 일을 잘 하는 애들로 만들어놨기 때문에 딴 데 가서 월급 더 받고 일할 수 있을 거다. (웃음)

그렇게 조직이나 구성원에 대한 애정이 있는데도 불구하고 를 내놓는 건데 내적인 갈등도 많았겠다.
김재환: 누구를 찌르고 아프게 하고 고발하는 게 너무 힘들다. 진실을 알리는 거긴 하지만 당하는 사람 입장에선 고발이라고 생각하니까. 영화를 준비하면서 촬영을 2번 접었다. 출연하는 사람들 얼굴이 나올 거고 맛집 프로그램에 나왔던 연예인들 피해를 보지 않을까, 분명히 우리와 관계된 제작사들도 힘들어질 텐데. 그럼에도 불구하고 이런 뇌물과 타락이 빛의 속도로 퍼져나가고 있는데 아무도 알리지 않는다는 걸 견딜 수 없었다. MBC ‘스타의 맛집’ 같은 경우는 홍보대행사에서 섭외한 연예인에게 거짓말 하는 대가로 출연료를 4-500만 원 정도 준다. MBC는 회당 3300만 원의 제작비를 제작사에 주고 있는데 실제 제작비는 3500만 원이 든다. ‘스타의 맛집’ 출연료까지 합치면 제작비의 80퍼센트 수준이다. 아무리 희생해서 제작비를 맞춰보자 하더라도 안 되는 거다. 또 ‘스타의 맛집’만 돈을 받는 게 아니다. ‘맛객’도 기본 가격이 600만 원이다.

영화를 보면서 놀랐던 것도, 암암리에 행해질 줄 알았던 불법적인 협찬이 그런 식으로 명문화 되어 있고 이미 적정 가격이 책정되어 있을 정도로 뿌리가 깊다는 것이었다.
김재환: 가장 큰 문제는 SBS다. 각 프로그램별로 전문화된 홍보대행사가 몇 군데 있다. 원래 드라마 PPL을 위주로 하던 덴데 맛집과 의사들 관련 분야로 진출하려고 시작했던 대행사가 있다. 그쪽한테 견적서를 받았는데 , , 까지 천만 원씩 받더라. 세상에, 보도 프로그램도 천만 원이면 출연할 수 있다니. 더 놀라운 게 뭐냐면 공식과정 상에 SBS 본사가 개입한다는 거다. 브랜드 심사라는 걸 광고국에 넣어야 협찬 받을지 말지 결정한다고 하길래 그렇게 맛집 같은 걸 걸러내나 보다 했더니 통과했다고 출연하라더라. 무슨 말이냐면 지금까지 SBS에서 수많은 맛집들에게 공식적으로 돈을 받고 방송에 출연을 시켰다는 거다, 프로그램이나 제작진 차원이 아니라. 고구마 줄기 엮듯이 줄줄이 딸려 나올 정도로 폭이 넓고 광범위하다. 정말 심각한 문제다.

“판례를 위해 영화를 만든 이유도 있다”
[JIFF+10] 김재환 감독 “미디어의 오만함이 만들어준 게 <트루맛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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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런데 그런 커넥션의 고리는 비단 맛집 프로그램만의 문제가 아니다. 미디어의 저널리즘 실종은 어제 오늘 일이 아니고, 특히 미디어는 점점 더 돈벌이에만 급급해지고 있다. 그런 와중에 어째서 맛집 프로그램으로 이야기를 풀게 되었나.
김재환: 미디어에 대한 걸 다뤄보기로 한 이상 내가 할 수 있는 건 성냥을 긋는 일이다. 정책 입안자도 아니고 구체적으로 뭔가를 해서 미디어의 룰을 바꿀 순 없다. 사실 다큐를 만드는 사람으로서 할 수 있는 건 긋는 것까지다. 큰 불로 번져서 뭔가 큰 변화가 일어날 수도 있지만 방송 3사가 훅 불어서 바로 꺼지면 아무런 변화도 일어나지 않는다. 그건 정말 관객들의 몫이다. 조그만 변화라도 일어난다면 그게 전파돼서 미디어 전체의 변화로 이어질 수도 있다. 그런데 미디어란 주제는 무겁고 딱딱하다. 저, 널, 리, 즘이라는 네 글자의 무게는 어깨를 짓누른다. 성냥불이 큰 불로 일어나려면 사람들이 가장 손쉽게 받아먹을 수 있는 전략적인 선택을 해야 했는데 그게 맛이었다. 맛은 가장 1차적인 동시에 현재 많은 사람들이 맛집 프로그램의 홍수 속에 살고 있고 매끼 밥을 먹으면서 살고 있기 때문에 가장 효과가 높을 거라 생각했다.

영화에는 실제 맛집 프로그램의 가짜 손님으로 PD 지망생들이 출연을 하고, 업계에 대한 회의를 고백한다. 방송 제작에 꿈을 가진 사람들은 영화를 보고 나면 그 이상으로 훨씬 복잡한 생각을 하게 될 것 같다.
김재환: 영화가 끝나고 나서 대학생 한 명이 이런 얘기를 하더라. 지방에서 대학을 다니고 있는데 자기가 아주 잘 풀리면 졸업하고 저런 곳에 가서 프로그램을 조작하는 일을 하고 있을 거 같다고 하더라. 방송 3사가 모두 PD를 채용을 해봐야 20명 남짓이다. 양심 팔지 않아도 되는 라이센스가 주어지는 사람은 그 정도뿐이다. 나머지 사람은 제작사에서 조작을 하지 않으면 일을 할 수 없는 기로에 놓이게 되는데 거기에 순응 하지 않을 사람은 별로 없을 것이다. 언론정보학과, 신방과, 방송학과 등 굉장히 많은 사람들이 일을 하기 위해 양심을 팔아야하는 상황에 내몰리는 것. 실제 참여한 PD 지망생들이 정말 큰 충격을 받았다. 아 내가 열심히 해서 지상파 방송국에 들어가지 못하면 이 일을 해야 하는 거구나 하고. 그런데 젊은이들에게 우리 사회가 갖는 이런 구조에 대해 언급해주는 스승이 거의 없다.

미디어 비판이라는 큰 틀 말고 구체적으로 로 노린 게 있나.
김재환: 지금까지 미디어는 헌법상 보장된 표현의 자유나 사람들이 중요하다고 생각하는 가치 때문에 광범위하게 자유를 인정받아 왔다. 그런데 그게 1인 미디어에도 적용될 수 있을까. 어떤 개인이 그가 생각하는 공익성을 위해 같은 영화를 찍었을 때 위법성에 대한 위험에서 벗어나는 게 인정될 수 있을까. 모두가 인정하는 방송, 신문 등의 매스미디어 말고 1인 미디어 또한 매스미디어에 준하는 판결을 받을 수 있을까. 1인 미디어도 언론으로 인정할 것인지 말 것인지에 대해 판례를 받기 위해서 대법원까지 가고 싶다. 또 하나 끝까지 판결 받고 싶은 건 초상권 문제다. 연예인의 초상권을 실제 영화제 활동 중인 연예인들이 등장하는데 그가 누군지 모르게 하고, 비디오나 오디오 초상권이 드러나지 않으면 는 만들 수 없는 영화다. 조작을 일삼는 해당 프로그램이 뭔지 모르고 거짓말을 한 출연자가 누군지 모르면 의미가 없다. 사람들이 지금까지 이런 걸 만들지 않았던 건 기계적인 미디어관과 방송을 만들 땐 무조건 가려야 한다는 기계적인 판단 때문이기도 하다. 자기가 설정해놓은 문지방을 넘어가지 않으면 나올 수가 없는 게 있다. 의 경우 다 드러냈고, 소송을 당하게 될 거다. 알만한 가치가 있는 사실을 알리는 공익성이 있다면 미국 같은 나라에선 이게 불법이 아니다. 법원이 이 부분에 대해 어떤 자세를 취할 지 궁금하다.

MBC에서 PD로 일할 때는 어떤 프로그램을 만들었나.
김재환: 맛집 프로그램은 해본 적이 없다. (웃음) 특정 식당만 부각시키는 게 불공정하다고 생각해서 정보 프로그램 할 때도 식당은 잘 다루지 않았다. < MBC 스페셜> ‘인형소녀, 캐나디’, ‘CEO, 잭 웰치’, ‘박근혜 대 정동영, 막전막후의 기록’을 했다. 밝은 교양 프로그램을 좋아한다. 5명의 아나운서들이 영화 의 할머니를 찾아가는 파일럿을 만들기도 했다. 발랄한 것도 많이 했는데 퇴사 직전까지 했던 마지막 파일럿이 이다. 도 있고. 기억에 남는 아이템은 콜롬비아 아마존 협곡에 있는 마을의 아이들이 케이블을 타고 학교에 가는 거였다. 잡지 < GEO >에 나온 사진 한 장 달랑 들고 찾아가서 만들었다. (웃음)

줄소송을 각오하고 있다고 하는데 방송 저작권 부분은 민감한 부분이기도 하고 실제로 소송 움직임을 접했나.
김재환: 지금 방송사들은 대책 회의 세우고 난리가 났을 거다. SBS 광고국 얘기도 했지만 계약서도 다 폐기하고 홍보사도 정리하고, 아마 그 건만 그랬던 거라고 발뺌할 거다. 그런 악의 고리들 때문에 세상이 이런 건데. 분명히 그 악의 고리들이 끊어지려면 직업적으로 임무가 주어진 사람들이 고발해야 된다. 안 그러면 양심이 있어서 표현하지 않을 수 없는 사람이 나서서 중간에 악순환을 끊어야한다. 그 파장이 클수록 넓게 퍼질 거고 작더라도 적어도 사람들이 속지 않으려고 애쓸 거다. 누군가는 해야 하는데 그동안 아무도 안 했던 거다. 근데 사실 이건 내가 할 게 아니다. 지상파 공영 방송에서 했어야 했다. 그러라고 공영이라는 타이틀을 준 건데 자기 밥그릇이 위협받고, 연말 성과급이 줄어든다면 하지 않는다는 건 일말의 믿음을 저버리는 거다.

“미디어 3부작, 역지사지 퍼포먼스 3부작을 준비중이다”
[JIFF+10] 김재환 감독 “미디어의 오만함이 만들어준 게 <트루맛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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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재환: 수용자 측면에서도 현실을 알아야 한다. 우리가 보는 게 리얼한 세계가 아닐 수도 있구나란 사실을. 똑똑한 미디어 소비자가 돼야 한다. 우리는 TV를 즐겨보고, 맛집 프로그램을 좋아하고 그렇지 않더라도 그 정보에 늘상 노출되어 있는데 우리가 살고 있는 이 세계에 대해 다시 돌이켜보는 계기가 됐으면 한다. 내가 가지고 있는 이미지들이 정의롭고 공정한 과정을 거친 이미지인지, 누군가의 의도에 의해 편집된 것인지 생각해봐야 한다.

그렇다면 실제 방송 생산자 측면에서 가장 요구되는 덕목은 무엇일까.
김재환: 제작자 측면에서 가장 경계할 것은 오만함이다. 에서 보여진 일련의 일들이 다 감시와 감독이 없기 때문에 벌어지는 일들인데 그건 오만함 때문이다. 미디어, 카메라를 든 권력자들은 누군가는 나에게 카메라를 들이댈 수 있는 상황이 있고 그럴 수 있는 시대라는 걸 알아야 한다. 미디어 종사자들은 나만 누군가를 찍을 수 있는 라이센스가 주어졌다는 생각을 하는데 그렇지 않다. 미디어는 통로니까 자기가 세상에 보여주는 무언가, 공개적인 발언이 아니더라도 글이나 기사를 쓰고 블로깅을 하는 것도 다 미디어의 기능이다. 자신의 생각과 삶을 이어주는 통로가 되고 있다면 거기에 대해 여러가지 반응이 있을 수 있다는 것을 염두에 둬야한다. 그리고 그 두려움으로 인한 절제가 가능해야 한다. 권력자나 유명해진 사람들에게 가장 크게 요구되는 덕목이 바로 절제다. 그 절제를 놓치면 몰락이 시작되는 거다. 미디어의 오만함이 만들어준 게 다.

영화는 아무래도 형식이나 취재하는 방식, 편집 면에서 TV 프로그램을 떠올리게 되더라.
김재환: 그건 굉장히 의도된 거다. 역지사지 퍼포먼스 3부작, 미디어 비판 3부작을 기획하고 있는데 그 일환이다. 맛집 프로그램 뿐 아니라 다수의 업계 사람들의 제작 방식이 몰카 취재다. < PD수첩 >, 에 몰카가 없으면 제작이 되겠나. 근데 공익이니까 그 위법성이 조각된다. 그런데 에서는 그렇게 하는 제작진이 자기도 모르는 새에 누군가에게 찍혀버리는 거다. 자기가 방송을 만들고 있는 과정이 적나라하게 드러나서 사람들에게 코믹함과 황당함을 더불어 안겨주고, 그 사람들과 같이 보고 있는데 자신이 프로그램을 만드는 과정을 보고. 그런 상황에서는 내가 만드는 방송에 나도 갑자기 출연자가 되는 거다. 그 자체가 준비 중인 역지사지 퍼포먼스의 첫 번째인 동시에 미디어 비판 3부작의 일부가 되더라.

기획하고 있는 역지사지 퍼포먼스 3부작, 미디어 비판 3부작이 구체적으로 어떤 건지 말해줄 수 있나.
김재환: 드라마 제작사들도 제작비를 블랙마켓, PPL로 해결하려 하고 토지용도 변경으로 땅 투기해서 돈을 벌려고 한다. 그래서 제작사는 망해도 계속 드라마는 만들어진다. 제작사들이 상장폐지 당하고 상태가 그렇게 안 좋은데 누군가는 분명 돈을 챙긴다. 처음부터 그렇게 할 수 있었던 데는 이유가 있는 거지. 그게 미디어 비판 3부작의 두 번째 이야기다. 흔히 여의도를 꿈의 공장이라고들 한다. 환상적인 드라마가 있고 멋진 스타가 있고 그래서 한류도 만들어내고 모두가 한 번 들어가 보고픈 방송사가 있고 멋진 쇼도 있고. 그러나 그 꿈이 어떤 꿈인지 리얼하게 밝혀졌을 때는 아마 그 꿈의 종사자들에게 악몽처럼 느껴질 거다.

글. 전주=이지혜 seven@
사진. 전주=이진혁 eleven@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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