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화 <아이엠러브>│이태리 장인이 한 컷 한 컷
│이태리 장인이 한 컷 한 컷" />
저녁 만찬을 준비하는 안주인의 손길이 분주하다. 몇 단계를 거쳐야 진입할 수 있는 웅장한 저택의 살림을 솜씨 있게 단속하고, 일 하는 사람들을 다루는 모습이 영양처럼 날렵하고 우아하다. 화장하는 손놀림부터 음식을 저작하고 와인을 넘기는 제스처까지 완벽하게 귀족적인 이 여인의 이름은 엠마(틸다 스윈튼). 이탈리아의 재벌 가문 레키가의 며느리인 그녀에게는 자랑스러운 아이들과 자신의 원래 이름마저 버릴 정도로 사랑했던 남편이 있다. 그러나 아들의 친구인 안토니오의 음식을 맛 본 순간, 잊고 있었던 생의 감각이 오소소 깨어난다. 그리고 그 요리를 만든 이와 사랑에 빠지면서 그녀의 삶에 단단하게 서있던 가치들은 도미노처럼 연쇄적으로 무너진다.
영화 <아이엠러브>│이태리 장인이 한 컷 한 컷
│이태리 장인이 한 컷 한 컷" />
기품 있는 영화란 이런 것
영화 <아이엠러브>│이태리 장인이 한 컷 한 컷
│이태리 장인이 한 컷 한 컷" />
는 공들여 만든 영화가 어떤 것인지 보여준다. 루카 구아다그니노 감독이 만들어낸 레키가와 엠마의 이야기를 탄탄한 기둥 삼아 각 분야의 장인들이 발휘한 내공은 하나의 성을 쌓아올렸다. 사람들의 기억을 되살리고, 마침내 추억이 되는 요리들은 스타 요리사 칼로 클라코에 의해 캐릭터를 얻었고, 최초로 자신의 이름을 크레딧에 올렸을 만큼 자신감 넘치는 작곡가이자 지휘자 존 아담스의 음악들은 사건과 제대로 밀착되어 있다. 그리고 영화의 가장 큰 미덕인 틸다 스윈튼은 경지에 이른 예술가의 현재를 남긴다. 그녀는 러시아 출신의 이민자가 구사하는 이태리어 같은 기술적인 부분은 물론이고, 부와 명예를 내던지고 뛰쳐나가는 중년 여성의 흔들리는 근간을 엠마가 만든 투명한 우하 스프처럼 내비쳐 보인다. 연기라기보다는 그저 살아냈다고 밖에 말할 수 없는 그녀의 존재감은 대저택의 가구 같았던 엠마에서 러시아에서의 이름을 기억해내는 키티쉬에 이르기까지 내내 압도적이다.

는 우아한 영화가 어떤 것인지 보여준다. 그것은 단순히 재벌 가문의 귀족적인 일상을 복제하거나 밀라노와 산레모, 런던을 오가는 풍광을 비추는 것에서 오지 않는다. 말장난, 자극적인 플롯, 현란한 영상으로 쉽게 환심을 사려는 영화들이 범람하는 오늘날 가장 고전적인 방식으로 삶을 견지하는 이 영화의 태도야 말로 가장 우아하다. 단 1초, 단 한 프레임도 낭비하지 않고 세공된 앞에서 새삼 영화가 이토록 아름다울 수 있다는 것을 깨닫게 된다. 1월 20일 개봉.

와 사전협의 없이 본 기사와 사진의 무단 인용이나 도용, 전재 및 재배포를 금합니다.

글. 이지혜 seven@

© 텐아시아,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