봉준호, 류승완 감독은 어떤 영화를 볼까
봉준호, 류승완 감독은 어떤 영화를 볼까
봉준호, 류승완, 정성일, 최동훈. 한국 관객들이 사랑한 영화감독들은 어떤 영화를 사랑할까. 그들의 절절한 사랑의 리스트를 훔쳐볼 수 있는 기회가 돌아왔다. 한국을 대표하는 영화인들이 직접 고른 영화들을 소개하는 2011 시네마테크의 친구들 영화제가 1월 18일부터 2월 27일까지 낙원동 서울아트시네마에서 열린다.

시네마테크 설립 취지에 공감하고 그 활동을 지지하는 영화인들의 참여로 2006년 시작된 시네마테크의 친구들 영화제는 시네마테크의 중요성과 다양한 영화를 만나는 즐거움을 관객들에게 알리기 위해 마련됐다. 특히 ‘영화의 즐거움을 나누다!’라는 주제로 마련된 올해 영화제는 그 어느 때보다 더 성대하다. 서울아트시네마 개관 10주년을 맞는 2012년을 전용관 건립의 원년으로 삼겠다는 포부를 밝힌 한국시네마테크협의회는 새로운 10년을 준비하는 마음으로 이번 영화제를 준비했다. 한국영상자료원이 복원한 한국영화 4편이 포함된 50여편의 상영 프로그램은 물론, 직접 선정한 영화들로 ‘친구들의 선택’ 섹션을 꾸며 줄 ‘시네마테크의 친구들’도 16명으로 역대 최대 규모다.

시네마테크만이 주는 즐거움을 지키기 위해

역대 최대 규모인 이번 영화제는 아이러니하게도 정부의 재정 지원이 대폭 삭감된 상태로 꾸려졌다. 작년 초 시네마테크전용관 사업자 공모를 시도한 영화진흥위원회는, 서울아트시네마와 마찰을 빚고 공모마저 유찰된 후 임대료 1억 7천만원을 제외한 사업지원 부분 2억 8천만원만 지원하기로 정책 방향을 바꿨다. 지원 규모가 축소되면서, 시네마테크 전용관 건립을 비롯한 사업 방향도 수정될 수밖에 없었다. 서울아트시네마가 위기에 봉착하자 그간 꾸준히 시네마테크를 지지해 온 ‘친구들’ 또한 위기감을 느끼고 지지의 목소리를 높였다. 시네마테크 프랑세즈는 코스타 가브라스 원장 명의의 지지 서한을 보냈고, 영화감독들과 배우들은 전용관 건립기금을 마련하기 위해 맥주 CF에 출연했다. 이 기세는 그대로 영화제 프로그램에도 반영되어, 예년보다 더 많은 ‘친구들’이 참여하는 한편 시네마테크 프랑세즈도 ‘친구’의 자격으로 12편의 프랑스 영화를 보내왔다. 역대 최장기간 열렸던 작년의 5회에 이어, 역대 최대규모로 열리는 올해의 영화제는 모두 그런 절박한 위기감의 결과인 셈이다. 서울아트시네마 김성욱 프로그래머가 이번 영화제를 “역설적인 행사”라고 부르는 이유다.

그러나 결국 서울아트시네마를 지킬 수 있는 것은 감독들의 단발성 CF 출연이 아니라, 더 많은 관객들의 관심과 지지일 것이다. 김성욱 프로그래머는 “과거의 영화 유산을 보존하고 연구하는 시네마테크는 한국영화의 문화적 자긍심을 키우고 관객에게는 감각의 독립성을 회복시켜 주는 공간”이라고 시네마테크의 가치를 설명하며 “비록 환경이 어렵긴 하지만, 영화를 보고 그 경험을 나누는 본질적인 즐거움을 포기할 순 없다”고 말한다. 그 포기할 수 없는 즐거움을 더 많은 관객들과 함께 나누고 싶은 ‘친구들’이 지금 손을 내민다.

글. 이승한 fourteen@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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