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화 <글러브>│희망은 배트를 타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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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 때 프로야구 간판 투수였던 상남(정재영)은 이제는 퇴물 취급 받는 신세다. 음주 폭행 사건을 일으켜 징계위원회에 회부된 상남은 매니저 철수(조진웅)의 간곡한 부탁으로 청각장애인학교인 충주 성심학교 야구부의 임시 코치직을 맡는다. 실력도 없고 교체 선수는 더더욱 없는 성심학교 아이들의 목표는 전국대회 1승. 소박하기 그지없는 이들의 꿈이 우습기만 하던 상남, 그러나 순수하게 야구를 사랑하는 아이들을 보며 점차 꿈 많던 자신의 어린 시절을 떠올리게 된다.
영화 <글러브>│희망은 배트를 타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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뻔하지만 거부하기 어려운 직구 승부
영화 <글러브>│희망은 배트를 타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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의 첫인상은 빠른 직구만 우직하게 던지는 투수 같다. 기교 부리는 일 없이 앞만 보고 달려가는 는 뻔한 장르 문법을 굳이 피하지 않는다. , , 등의 스포츠 휴먼 드라마 장르가 보여준 ‘자포자기한 선수 출신 코치와 우승이 간절한 선수가 만나 우여곡절 끝에 서로에게 힘이 되어주며 역경을 딛고 희망을 찾는다’는 익숙한 플롯은 에서도 반복된다. 감정의 표출 또한 지극히 전형적이어서, ‘이쯤 되면 슬슬 눈물샘을 자극하겠지’라고 생각이 들 때쯤 정말로 일어나고야 마는 는 새로운 이야기가 아니다. 그러나 대중적 문법으로 승부를 보는 강우석 감독은 에서도 여지없이 실력을 발휘한다. 실화를 바탕으로 한 스토리는 감독이 계산된 지점에 배치해 둔 웃음과 감동이 터지면서 그 위력이 더 세진다. 마치 너무 빠른 직구는 공의 코스를 미리 알아도 속도에 밀려 칠 수 없는 것처럼, 의 감동도 뻔하고 예측 가능하지만 거부하기 쉽지 않다.

144분의 다소 긴 러닝타임을 지탱해 주는 원동력은 배우들의 호연이다. 정재영은 에서 꼬우면 들이대고 성질대로 내지르는 껄렁껄렁한 야구선수 상남을 완벽하게 체현해 내며 극 전체를 장악한다. 상남을 위해서라면 어디에서든 무릎 꿇을 준비가 되어 있는 헌신적인 매니저 철수를 연기한 조진웅 역시 생생한 존재감을 입증한다. 하지만 무엇보다 김혜성, 장기범, 이현우 등 성심학교 야구부원을 연기한 젊은 배우들을 보는 즐거움을 놓치지 말자. 말 대신 수화와 표정으로만 캐릭터의 감정을 표현해야 하는 악조건 속에서도 소년의 굳은 의지와 싱그러움 어느 것도 놓치지 않은 배우들의 연기는 사랑스럽고, 박수 받을 자격이 있다. 영화는 1월 20일 개봉한다.

글. 이승한 fourteen@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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