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화 <황해>│괴물을 보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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빚더미에 올랐지만 마작에서 손을 떼지 못하는 구남(하정우)은 사람 하나 죽이면 새로 시작할 수 있다는 면가(김윤석)의 말에 연변에서 서울로 향한다. 태원(조성하)은 사주한 살인이 깔끔하게 마무리 되지 않아 불안하다. 연변에서 서울로, 다시 부산으로 그들의 무대가 이동하는 사이 청부살인 말고도 한국으로 떠난 뒤 소식이 끊긴 아내의 행방도 알아내야 하는 구남과 도망간 구남을 ㅉㅗㅈ아 한국으로 온 면가가 서로 얽히면서 영화는 러닝타임을 흐르게 하기 위해 끊임없이 피를 요구하는 ‘본능의 왕국’이 되고, 점점 괴물이 되어 간다. 영화 속의 괴물같은 인간들 만큼이나 처음 맞딱뜨리는 단 한 컷부터 그 기운이 감지되는 괴물 같은 영화. 가 그렇다.
영화 <황해>│괴물을 보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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황해에는 뭔가 무시무시한 걸 끼얹나
영화 <황해>│괴물을 보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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에서 세 남자가 서로의 목숨을 노리는 것은 힘의 과시나 권력욕, 금전 같은 것들 때문이 아니다. 돈 때문에 사람을 죽이려고 한 구남과 선불을 지급받기 위해 무리하는 면가, 이 모든 일의 시발점이 된 태원이 맞붙을 때 그들은 ‘내가 죽지 않기 위해 너를 죽이는’ 철저한 본능의 대결을 보여준다. 모두에게 똑같은 무게로 절박한 본능의 싸움이기에 영화의 액션은 미학적인 성과를 거두거나 육체를 전시하지 않는다. 그래서 는 감상보다 감각의 영화다. 죽지 않으려는 본능적인 움직임들은 보는 이의 어깻죽지나 복부를 곧바로 강타하고, 심박수에 가까운 음악과 효과음은 심장에 바로 꽂힌다. 특히 전작 에 이어 박진감 넘치는 추격 신을 선보인 나홍진 감독은 소리를 효과적으로 사용한다. ㅉㅗㅈ고 ㅉㅗㅈ기는 순간의 긴장을 고조시키는 음악 뿐 아니라 자동차의 경적 소리, 타이어가 노면을 가르는 소리, 엔진의 굉음이 마치 배우들의 대사처럼 배치되어 있다.

영화에 동원된 모든 감각을 철저히 통제하고 제련한 연출은 급기야 배우들의 얼굴마저 바꿔 놓았다. 김윤석은 칼이 아니라 도끼, 도끼가 없으면 개뼈다귀라도 내리쳐야하는 면가의 압도적인 야생성을 진하게 내뿜고, 하정우 역시 촬영 내내 아무것도 바르지 않은 맨얼굴에 가 말하고자 하는 모든 것을 담아낸다. 나홍진 감독은 156분, 네 개의 챕터에 걸쳐 수면 아래 있던 개개인의 본능이 어떤 계기를 통해 드러나고, 충돌하고, 결말을 맞는 ‘본능의 왕국’의 일대기를 기록했다. 만약 상업성을 생각했다면 는 러닝타임을 좀 더 콤팩트하게 줄일 수도 있었을 것이다. 영화의 후반부는 반복되는 살육과 패턴화된 추적으로 다소 늘어지는 흐름을 보여주기도 한다. 그럼에도 압축적인 방식을 소화하지 않은 것은 영화를 챕터로 나누면서 세 사람의 이야기를 처음부터 끝까지 보여주고자 했던 나홍진 감독의 의지일 것이다. 영화에 임한 모든 이들의 안위가 걱정될 만큼 모두를 극단까지 몰아붙인 는 12월 22일 개봉한다.

글. 이지혜 seven@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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