푸짐한 영화 한 상 받아가세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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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10년이 첫걸음이었다면 이제부터는 새로운 첫걸음이다. 개막을 한 달 앞둔 제 11회 전주국제영화제(이하 JIFF)의 상영작 발표 기자 회견이 3월 31일 오후 5시 반 세종호텔에서 열렸다. 4월 29일부터 5월 7일까지 열리는 2010 JIFF에서는 49개국 209편의 영화를 상영할 예정이다. 상영작이 늘어났지만 단편이 다수 포함되어 총 프로그램 수는 다소 줄어든 데 대해 정수완 프로그래머는 “대신 관객들과 감독이 만날 수 있는 지점 등을 더 신경 썼다”고 말했다. 또한 작년까지는 영화제를 성장시키는 데 주안점을 두었다면 올해부터는 보다 내실을 기하고 안정적인 영화제를 목표로 하고 있다.

올해도 계속되는 ‘디지털 삼인삼색’과 ‘숏! 숏! 숏!’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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뉴욕을 배경으로 배우를 꿈꾸는 외로운 남녀의 사랑을 그린 개막작 은 2002년 단편 로 선댄스 영화제 단편 경쟁에 진출하며 주목받기 시작한 박진오 감독의 장편데뷔작이다. 박진표 감독의 동생이기도 한 박 감독은 이번 작품에서 연출과 주연을 동시에 맡아 화제가 되고 있다. 멕시코의 드로 곤잘레즈-루비오 감독의 폐막작 는 지구상에서 두 번째로 큰 산호초 군락지를 배경으로 인간과 자연의 결속, 아버지와 아들의 관계를 아름답게 그려낸 작품이다. 2010년 로테르담 영화제의 대상인 타이거상을 수상했다.

총 열한 편의 작품이 소개되는 국제경쟁부문에서는 콜롬비아, 아르헨티나, 칠레, 페루 등 남미 영화가 네 편이나 포함되어 눈길을 끈다. , 등 이들 작품에서는 급속도로 근대화가 이루어지며 사회가 겪는 혼란상을 각 나라마다 새롭게 펼쳐낼 전망이다. 한국독립영화의 힘을 보여주는 작품들을 대상으로 한 한국장편경쟁 부문에서는 여전히 소외된 인간, 지역, 소재에 대한 관심에 포커스를 맞췄다. 카프카의 을 새로운 방식으로 표현한 을 비롯해 기념일을 맞은 게이 커플의 모습을 그린 등 여덟 편이 소개된다. 군사독재의 상징 ‘기무사’의 철거 전 공간을 담은 와 2009년 쌍용자동차 파업투쟁을 기록한 등 현장성 있는 다큐멘터리도 포함되었다.

JIFF를 대표하는 프로젝트인 ‘디지털 삼인삼색’에는 미국의 제임스 베닝, 캐나다의 드니 코테, 아르헨티나의 마티아스 피네이로 감독이 각각 , , 으로 참여한다. 한국의 젊은 감독들을 대상으로 세 편의 단편영화를 제작하는 ‘숏! 숏! 숏!’은 올해 ‘공포와 판타지’라는 영화 형식과 ‘극장’이라는 공간적 특징을 공유하는 프로젝트로 기획되었으며 이규만 감독의 , 한지혜 감독의 , 김태곤 감독의 이 소개된다. KBS 에 출연한 이현우가 에서 고기 먹기를 거부하는 고교생 태식을 연기해 기대를 모은다.

거장들의 영화, 다큐멘터리, 고전 등 풍성한 상차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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주제와 작가에 따른 영화보기를 원하는 관객을 위한 다양한 특별전과 회고전도 준비되어 있다. ‘저항과 혁명의 시’ 특별전에서는 에이젠슈타인의 부터 다니엘 위예, 장-마리 스트라우브의 가 상영되며 포르투갈의 페드로 코스타, 독일의 로무알트 카마카, 헝가리의 미클로슈 얀초 등 거장들의 회고전이 함께 열린다. 과 등 다수의 문제적 다큐멘터리를 내놓았던 김동원 감독 회고전에서는 16편의 장, 단편이 소개되며 한국영상자료원이 지원하는 한국영화특별전에서는 유현목 감독의 와 이만희 감독의 등이 상영된다.

동시대 세계 영화의 흐름을 보여주는 시네마스케이프에서 올해 가장 화제가 되고 있는 작품은 디스토피아적 미래도시를 배경으로 노동자와 자본가의 대립을 그린 SF의 걸작 다. 1927년 개봉 당시 무차별적인 가위질을 당했으나 2008년 발견된 16mm 원본 프린트를 토대로 30분가량의 미공개 신이 복원되었는데, 이번 상영에서는 그 감독판을 국내 최초로 확인할 수 있다. 그 밖에도 미 공군기지가 필리핀 땅에 초래한 환경오염과 피해에 대해 고찰한 4시간짜리 대작 다큐멘터리 와 1978년 중국 탄광촌의 한 중학교 졸업사진에서 출발해 20년 후 그들의 모습을 담은 등 다양한 작품이 소개되며 이 감독들은 영화제 기간 동안 JIFF를 찾아 관객들과 만날 예정이다. 장애인 시설에서 행해지는 구타와 성폭력을 비춤과 동시에 장애인들의 삶과 권리에 대한 고민을 담은 함경록 감독의 , 현대 도시의 비정한 삶을 묘사한 전규환 감독의 , 제주의 아름다운 풍광 속에서 사람들의 모습을 담아낸 배창호 감독의 등은 한국영화 쇼케이스에서 상영된다.

“영화제의 생명은 영화로 승부하는 것”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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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 밖에도 모리스 센닥의 그림동화를 의 스파이크 존즈가 영화화한 , 국내에서도 인기가 높은 일본 배우 카세 료가 주연을 맡은 미스터리 가족 드라마 , 공포영화 사상 최초로 베니스영화제 경쟁부문에 초청된 조지 롬로 감독의 등 다양한 메뉴가 준비되어 있다. 관객과의 대화인 ‘시네토크’ 는 역대 최다인 13회로 예정되어 있으며 페드로 코스타, 봉준호 감독 등의 마스터클래스도 열린다. 특히 봉준호 감독의 마스터 클래스는 , 등 전작 4편의 첫 번째 릴과 마지막 릴을 상영한 뒤 ‘영화의 시작과 끝’이라는 주제로 강연이 진행된다.

“영화제의 생명은 영화로 승부하는 것”이라는 민병록 집행위원장의 말대로 좋은 영화제의 첫 번째 조건은 좋은 영화를 상영하는 것이지만 2010 JIFF는 다소 부족하다는 평가를 들어 온 숙소를 늘리고 영화의 거리 내에 관객 휴게 공간을 신설하는 등 서비스 역시 개선될 전망이다. 지난 해 폐막식에서 호주 평론가 애드리언 마틴이 “전주영화제의 관객들을 그대로 호주 영화제로 데려가고 싶다”는 찬사를 보냈던 ‘좋은’ 관객들을 올 봄에도 영화의 거리에서 만날 수 있지 않을까.

글. 최지은 five@10asia.co.kr
편집. 이지혜 seven@10asi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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