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화 <이상한 나라의 앨리스>│앨리스가 <반지의 제왕>을 만났을 때
│앨리스가 <반지의 제왕>을 만났을 때" />
팀 버튼이 돌아왔다. 그것도 그가 아니면 누가 영화화할 수 있을까 싶은 루이스 캐롤의 고전 와 함께. 이번 극장 버전은 19세로 장성한 처자 앨리스의 또다른 모험이다. 앨리스 킹슬리(미아 와시코우스카)는 애스콧 경 부부의 파티에 갔다가 그날이 바로 덜떨어진 아들 해미쉬가 그녀에게 공개 구혼을 하는 날이라는 사실을 깨닫는다. 당시 영국의 관습에 따르지만 앨리스는 반드시 구혼을 받아들여야만 한다. 청혼을 받고 주저하던 앨리스는 갑자기 나타난 토끼를 따라 달아나다 토끼굴 속으로 떨어지는데, 아니나 다를까 거기가 바로 앨리스가 어린 시절 꿈에서 방문했던 원더랜드다. 문제는 앨리스가 어린 시절의 꿈을 잘 기억하지 못한다는 사실이다. 더 큰 문제는 미친 모자 장수(조니 뎁), 체셔 고양이(스티븐 프라이) 등 원더랜드의 주민들이 앨리스가 폭군 붉은 여왕(헬레나 본햄 카터)에 대항해 하얀 여왕(앤 해서웨이)의 직위를 되돌려 줄 전사로 믿어 의심치 않는다는 것이다. 과연 앨리스는 전사로 거듭날 수 있을까.
영화 <이상한 나라의 앨리스>│앨리스가 <반지의 제왕>을 만났을 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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팀 버튼과 , 너무 기대했나요?
영화 <이상한 나라의 앨리스>│앨리스가 <반지의 제왕>을 만났을 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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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 모두 추호도 의심치 않았던 사실이 하나 있다. 와 함께 서구의 문화적 잠재의식에 막대한 영향을 끼친 루이스 캐롤의 고전을 영화화할 수 있는 최적의 예술가는 팀 버튼이라는 사실 말이다. 우리가 잊었던 게 하나 있다. 너무 어울리는 원작과 감독이 만나면 오히려 역효과를 불러일으킬 수도 있다는 교훈이다. 는 후자다. 가장 큰 문제는 원작의 상상력이 100여년이 지난 지금에도 놀랄 만큼 그로테스크해서 현대적으로 업데이트하는 게 그리 쉽지 않다는 거다. 팀 버튼의 상상력이 제 멋대로 치솟기에는 원작의 무게가 너무 크고, 결과적으로도 버튼은 캐롤의 원전에 디테일만 덧대는 작업을 했을 따름이다. 원전에서 좀 더 나아가는 부분은 스토리다. 각본가들이 이나 같은 최근의 판타지 영화들을 참고했음은 거의 분명하다. 앨리스는 폭군을 물리치고 평화를 가져오는 갑옷 입은 영웅으로 묘사되며, 결국 붉은 여왕의 거대한 용과 홀홀단신 최후의 결전을 맞이한다. 이게 앨리스가 맞냐고? 글쎄. ‘아라곤’의 여동생 이름이 앨리스 킹슬리였던가? 원전의 팬들이라면 아마도 거품을 내뿜을 지도 모를 일이다.

주인공인 미아 와시코우스카나 조니 뎁 보다는 악역을 연기하는 배우들이 더 볼만하다. 특히 헬레나 본햄 카터는 거대한 머리를 지닌 붉은 여왕에 인간적인 면모를 불어넣는다. 3D로 개봉하는 영화지만 굳이 3D로 볼 필요는 없다. 는 애초부터 3D로 제작된 와는 달리 2D로 만든 뒤 3D로 변환한 작품이다. 이런 경우 3D의 기술적인 효과는 훨씬 떨어진다. 의 공들인 프로덕션 디자인을 보다 디테일하게 즐기려면 어둡고 갑갑한 3D보다는 2D가 훨 낫다. 영화는 3월 4일 개봉한다.

글. 김도훈 ( 기자)
편집. 이지혜 seven@10asi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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