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현우 “이제는 국민 연하남보다 짐승남”
지현우 “이제는 국민 연하남보다 짐승남”
“오늘도 박 사장은 당합니다. 맞고, 맞고, 또 맞고. 습격단에 대비해 고용한 아이들이 더 무섭습니다.” 따라라라, 익숙한 의 음악이 흐르며 10년 전 그 남자, 주유소의 박 사장(박영규)이 등장한다. 노마크(이성재), 페인트(유지태), 딴따라(강성진), 무대포(유오성)에게 힘없이 주유소를 습격당했던 박 사장이 절치부심 복수를 준비했지만 또 한 번 참을 수 밖에 없는 상황이 펼쳐진다. 16일 압구정 CGV에서 열린 의 제작보고회는 박영규가 무대에 올라 ‘오늘도 참는다’를 구슬프게 열창하며 시작됐다.
지현우 “이제는 국민 연하남보다 짐승남”
지현우 “이제는 국민 연하남보다 짐승남”
원펀치(지현우), 하이킥(조한선), 들배지기(문원주), 야부리(정재훈)를 주유원으로 고용해 언제 있을 지 모를 습격에 대비하는 박 사장. 아니나 다를까 고교생 습격단이 주유소를 약탈하러 오지만 노마크 패거리보다 한술 더 뜨는 주유원들은 주유소를 지켜낸다. 그러나 주유소를 사수하고도 날아오는 주먹을 피해 다시 구석을 찾아들 수밖에 없는 박 사장에게는 대체 무슨 일이 생긴 걸까? 경유차에 휘발유를 넣고, 하이킥을 뻥뻥 날려대고, 사장 알기를 경품 휴지만도 못하게 여기는 주유원들 틈에 낀 박 사장의 생존 여부는 1월 21일 확인할 수 있다. 다음은 의 하이라이트 영상 공개 후 이뤄진 기자간담회 내용이다.
스크린에서 박영규라는 배우를 보는 것은 굉장히 오랜만이다. 를 특별히 컴백작으로 결정한 이유가 있나?
박영규: 컴백이라기보다는 5년 동안 이쪽 세계와는 동 떨어져서 평범하게 살았다. 그러다가 감독의 제의를 받고 망설였다. 앞으로 연기를 계속 해야 하나 말아야하는 고민을 하던 시점이었으니까. 그런데 지금은 영화를 처음 찍은 순간부터 강력하게 출연을 부탁했던 감독에게 고맙다. 아, 나는 연기를 안 하면 안 되는 인생이구나를 깨닫게 해준 작품이다.

“박영규는 기성세대의 대표적인 모델”
지현우 “이제는 국민 연하남보다 짐승남”
지현우 “이제는 국민 연하남보다 짐승남”
5년 동안이나 일체 외부 활동을 하지 않고 지낸 이유가 궁금하다.
박영규: 5년 전 교통사고로 외아들을 잃고 나서 너무 충격을 받았다. 그 이후로 모든 걸 체념하게 되는 고통스러운 시간이었다. 그래서 5년 동안 세상을 등지다시피 살았다. 그런데 이번에 로 일을 다시 하게 되면서 아 배우의 인생이라는 게 또 이렇게 시작되는 건가 싶다. 이렇게 재밌는 일인데 왜 안했을까, 그런 생각을 하게 됐다. 요즘에 이광기 씨를 봐도 그렇고, 겪지 않은 사람은 그 일의 슬픔을 모른다. 하지만 이 영화를 통해 젊은 친구들이랑 어울리면서 다시 얼굴에 미소를 찾게 되고, 에너지를 갖게 되어서 행복하다.

기획 단계부터 박 사장 역할에 박영규를 염두에 뒀다고 하던데.
김상진 감독: 다른 주인공들의 캐릭터는 모두 바뀌어도 박 사장은 10년 전과 똑같이 가야 했다. 박영규가 기성세대의 대표적인 모델이었기 때문이다. 그 당시 의 미달이 아빠도 그렇고, 박영규에게는 시대에 순응하면서 잘 살려고 하는 전형적인 모습이 있었다. 게다가 10년이 지나도 그 기성세대는 변하지 않더라. 그때나 지금이나 어떻게든 잘 살아보려고 과외를 시켜서라도 아이들 대학 보내고, 한 푼이라도 더 벌려고 하고. 그래서 여전히 그 모델에 가장 적합한 사람 또한 박영규였다.

지현우의 경우 국민 연하남이었는데, 이번 캐릭터는 그동안의 모습과 다르게 거칠어 보인다.
지현우: 감독에 의해 원펀치 캐릭터가 워낙 잘 만들어 졌다. 물론 지금까지는 연하남 역할이 맞았지만 앞으로 나이가 들수록 짐승남쪽으로 가지 않을까? (웃음)

조한선은 실제로 축구선수 출신이라 전직 청소년 국가대표 축구선수인 하이킥을 연기하는 데 도움이 됐을 것 같다.
조한선: 굉장히 도움이 됐다. 하이킥이 축구선수일 때 운동하는 장면에서는 당연히 도움이 되었고, 축구를 관둔 후 감정이나 심정 같은 것도 충분히 이해가 되었다. 그래서 디테일하게 표현할 수 있었다.

“는 1편과는 완전히 다른 영화”
지현우 “이제는 국민 연하남보다 짐승남”
지현우 “이제는 국민 연하남보다 짐승남”
1편이 10년 전에 250만 관객을 동원할 정도로 흥행에 성공했는데, 속편을 만들면서 부담이 되진 않았나?
김상진 감독: 1편보다 나은 속편은 없다는 말을 많이 하는데, 사실 는 1편의 후광에 기대서 잘 먹고 잘 살아보자는 개념으로 만들지 않았다. 1편이 잘 되긴 했지만 그건 이미 십 년 전 영화다. 을 만든 이유는 그 시대를 살아가는 젊은이들의 모습을 그리고 싶었기 때문이다. 그리고 를 만든 이유 역시 이 시대를 살아가는 젊은이들의 모습을 그리고 싶어서였다. 10년 전과 지금의 젊은이들은 굉장히 많이 다르다. 1편과는 다른 새로운 이야기가 있을 것이다. 제목은 같지만 완전히 다른 영화라고 봐도 될 듯하다.

자신의 캐릭터를 만들 때 1편을 참고로 하거나 롤모델로 삼은 캐릭터가 있나?
조한선: 1편을 다시 보긴 했는데 참고로 삼진 않았다. 전직 축구선수라는 캐릭터가 참고할 게 나밖에 없더라. (웃음) 한 번도 해보지 못한 역이라 재밌게 만들어 보고 싶었다.
지현우: 특별히 참고한 것은 없었는데, 감독이 원펀치는 구영탄 같은 느낌이라고 하더라. 그래서 구영탄을 약간의 롤모델로 삼았다.
문원주: 극중에서 씨름을 해서 특정한 배우를 모델로 했다기보다는 씨름 선수들을 참고했고, 말을 약간 더듬는 캐릭터라 말 더듬는 사람들의 정모에 나가서 말 더듬는 것을 배웠다. 촬영 중에는 카사노바 캐릭터를 위해 아침마다 케이블에서 해주는 카마수트라 방송을 즐겨보면서 참고 삼았다. (웃음)
정재훈: 1편을 보고 어느 정도는 참고했지만 오히려 주변에서 롤모델을 찾았다. 현실에서 정말 편하게 돈을 벌려는 20대, 자본주의에 길들여진 젊은 친구들 예를 들면 강남에서 불법택시하는 친구들을 참고했다. (웃음) 의 강백호나 의 필중이도 도움이 됐다.

공개된 하이라이트 영상에 액션 신이 많다. 부상도 있었을 것 같은데.
정재훈: 의욕이 너무 앞섰던 것 같다. 마지막 장면의 싸움 신에서 합이 잘 안 맞아서 코뼈가 부러졌다. 그 때 코 성형도 같이 하고 싶었는데 할 수가 없었다. 제작사에서도 돈이 부족하다고 하고, 신인이라 요구하기가 어려웠다. (웃음)

“힘든 일이 있어도 우리 영화를 보면서 웃었으면”
지현우 “이제는 국민 연하남보다 짐승남”
지현우 “이제는 국민 연하남보다 짐승남”
이 개봉한 당시 IMF가 터졌고, 가 개봉하는 요즘도 경제적으로 어려운 시기다. 관객들에게 어떤 영화로 다가가고 싶나?
김상진 감독: 영화를 재미있게 만들어 보자는 게 늘 갖고 있는 생각이다. 촬영 전에 젊은 친구들과 요즘 아이들은 어떻게 살고 또 어떻게 살고 싶은지에 대한 얘기를 많이 했다. 그런 부분들이 영화에 잘 반영되지 않았나 싶다.
박영규: 처음엔 고사했다. 은퇴하고 조용히 살고 싶다고. 근데 자꾸 영화에 대한 얘기를 듣다보니까 내가 안 하면 안 될 거 같은 거다. (웃음) 그래서 시작하게 됐지만 처음엔 두려웠다. 코미디를 다 잊어버린 거 같고, 내가 사람들을 웃길 수 있을까 걱정도 되고. 그런데 첫 촬영, 첫 컷에서 감독이 오케이 하는 걸 듣는 순간 다시 자신감을 가질 수 있었다. 나를 보고 싶었던 배우라고 해주신 국민들에게 보답할 수 있도록 노력하겠다.
조한선: 에는 우리 말고도 인물들이 많이 나온다. 그분들과의 호흡도 봐주셨으면 한다. 모두가 힘 있는 파워로 똘똘 뭉쳐서 열심히 촬영했다. 유쾌하게, 쿨하게 봐 달라.
지현우: 주유소라는 한정된 장소에서 촬영했기 때문에 비는 신이 없다. 스크린에서 보면 화면에 잡힌 사람 외에도 뒤에서 뭔가를 하고 있는 사람들을 발견하실 거다. 그런 부분에 주의해서 봐주셨으면 한다.
문원주: 98학번에 IMF 세대다. 을 처음 봤을 때가 굉장히 우울했던 날이었는데, 크게 웃으면서 기분이 풀렸다. 나처럼 관객들도 힘든 일이 있어도 우리 영화를 보면서 배꼽잡고 웃을 수 있을 것 같다.
정재훈: 고등학교 때 처음 연기를 시작할 때 을 봤는데 이렇게 2편을 하게 되서 너무 영광이다. 우리 영화는 무조건 즐겁기보다는 인간적인 해학이 담겨 있다고 생각한다. 재밌고 의미심장한 영화가 되었으면 한다.

글. 이지혜 seven@10asia.co.kr
사진. 채기원 ten@10asi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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