덧니를 드러내고 환하게 웃는 우에노 주리의 얼굴이 스크린에 가득 찬다. “난 이제 행복해질 거예요!” 다짐하듯 소리치는 순간, <신부의 수상한 여행가방>이 갈 길은 정해진다. 과연, 그녀는 행복해질 수 있을까? 평생 꼴찌로 남들에게 뒤쳐져 살아왔던 히로코(우에노 주리)가 난생 처음으로 다른 사람들 보다 앞서 얻게 된 행복의 기회는 바로 멋진 남자와의 결혼이다. 하지만 결혼식 전 날의 아주 사소한 실수 때문에 행복은커녕 불행에 빠질 위기에 처한 히로코는, 그 불행의 근원을 없애기 위해 후지산을 찾았다가 자살중독자인 후쿠코(기무라 요시노)를 만나게 된다. 이렇게 두 주인공이 만난 뒤로 문제의 ‘수상한’ 여행가방은 맥거핀이 되어버리고, 영화는 두 여자의 기상천외한 로드무비로 그 얼굴을 바꾼다. 10월 29일에 개봉하는 <신부의 수상한 여행가방>은 <노다메 칸타빌레>의 히로인 우에노 주리에게 어울리는 유쾌한 코미디 영화다.

결혼 한 번 하기 참 힘드네


행복은 남의 불행으로 인해 생기는 것일까, 아니면 스스로 찾아가는 것일까. 영화는 가벼운 소동이 쉴 새 없이 벌어지는 길 위에 의외로 진지한 질문을 숨겨 놓는다. 감독 기시타니 고로는 배우인 동시에 연극 연출가로, 히로코가 살고 있는 집의 비밀 장치를 연극 무대처럼 표현하거나 뮤지컬 형식을 도입하고, 게임과 네비게이션 화면을 응용한 연출로 다양한 장르의 혼용을 보여준다. 히로코를 통해 “행복이란 스스로 찾는 것”임을 보여주고자 했다는 감독의 말처럼, 히로코는 가까스로 손끝에 닿은 행복을 잡기 위해 온 힘을 다해 뛰어다닌다. 하지만 처음의 목적이 사라진 이후, 끊임없이 우연이 만들어내는 소동만 반복되는 전개는 산만하다. 두 여자가 길에서 만난 사람들은 나름대로 독특한 캐릭터를 보여주지만, 이들의 이야기를 모두 담기에 영화 속에서 주어진 만 하루의 시간은 너무 짧다. 정신없이 좌충우돌하며 웃음을 주는 일본식 코미디 영화의 매력은 갖췄지만, 이야기를 따라가기를 원하는 관객들에게는 견디기 힘든 ‘오버’의 시간이 될지도 모르겠다. 하지만 “히로코는 행복을 부르는 천사야”라는 말에 딱 어울리는 우에노 주리는 여전히 사랑스럽고, 초반의 만화적인 설정들을 잘 넘어가고 나면 히로코가 그토록이나 ‘신부’가 되려고 했던 이유가 밝혀지면서 잔잔한 감동도 만날 수 있다. 내게는 왜 이렇게 늘 불행한 일들만 생기는 것인지, 나의 존재로 인해서 행복한 사람은 왜 이리도 없는 것인지 궁금하다면, 히로코와 함께 길 위에서 스스로 행복을 찾아가는 방법을 배워보는 것은 어떨까. 물론 그 동행 길에는 멧돼지와도 싸워야 하고, 수영으로 강도 건너야 하고, 경찰에게도 쫓겨야 하는 약간의 애로사항이 따르긴 하지만.

글. 윤이나 (TV평론가)

© 텐아시아,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