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 세상에 ‘페어한 러브’, 공정한 사랑이 있을까? 사랑도 공정 무역처럼 상대방의 감정을 착취하지 않고 올바른 방법으로 길러낸다면 좋겠지만, 사랑의 성분표를 보면 쉽게 변질될 수 있는 불안정한 구성 물질들도 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수많은 연인들은 이별의 위험을 무릅쓰거나 그 용기의 유효기간이 끝날 때까지 사랑을 한다. 그리고 종종 유효기간은 주변의 장애로 인해 더 연장되거나 단축되기도 한다. 26살의 나이차를 가진 <페어 러브>의 연인 형만(안성기)과 남은(이하나)처럼. 4년 전, PIFF에서 <좋은 배우>로 호평을 받았던 신연식 감독의 첫 상업 장편 영화인 <페어 러브>의 아주담담 토크 ‘우리 시대의 로맨스’가 11일 PIFF 빌리지에서 열렸다. ‘우리 시대의 로맨스’라는 주제에 걸맞게 해운대 바다를 뒤로 한 낭만적인 배경에서 감독과 두 주연배우들은 사랑에 관한 생각을 들려줬다. 특히 이하나는 관객을 위해 직접 감미로운 노래를 불러 관객에게 로맨틱한 시간을 선사했다.

순수함 하나로 사랑이 시작된 26살 차이 커플

안성기가 “보통 이 정도 나이 차면 불륜이죠? (웃음)”라고 말할 정도로 멜로 연기의 두 중심축인 이하나와 안성기의 나이 차는 만만치 않다. 나이 차로 인해 주변 사람들의 반대에 공격받는 형만과 남은처럼, 실제 두 배우도 나이 차로 인한 멜로 연기의 어려움이 있을 법 하다. 그러나 “처음 뵈었을 때부터 선배가 아닌 남자 배우로 느껴”졌고, “또래의 남자들이 줄 수 없는 중후함”에 안성기에게 반한 이하나와 “오빠야”라는 주책 맞는 대사로 귀여움이란 새로운 경지를 개척한 안성기는 영화 속 연인처럼 잘 어울렸다.

스스로 “눈물과 사랑 연기에 약한 것”이 약점이라고 밝힌 안성기는 <페어 러브>를 “한 남자가 사랑을 하게 되면서 성장하는 이야기”로 봤다. “형만은 나이만 먹었지 여자와 함께 있을 때 정신 상태는 딱 10대 수준이다. 남은과의 사랑도 풋사랑이고. 그래서 계속 순수해지자 생각했다.” 그래서일까, 그런 형만의 사랑을 받는 남은, 이하나 역시 두 사람을 통해 “순수한 사랑에 대해 배웠다”고 고백했다. “이제 시집갈 나이도 되고 조건도 봐야 된다고 해서 그런 쪽으로도 고민을 많이 했는데, 아무 것도 없이 순수함 하나로 사랑이 시작되는 둘을 보고 다시 생각하게 되었다.” 안성기와 이하나는 스토리 보드, 콘티, 심지어 모니터도 없이 촬영이 진행된 <페어 러브>를 전날 PIFF에서 처음 보았다. “화면으로 본 형만과 남은이 너무 잘 어울리고 예쁘다”고 두 배우들이 공언한 이 특별한 연인들의 사랑은 올 겨울 기온을 5도쯤 더 올려줄 예정이다.

글. 부산=이지혜 (seven@10asia.co.kr)
사진. 부산=채기원 (ten@10asia.co.kr)

© 텐아시아,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