강렬한 컬러의 비치 파라솔, 아슬아슬한 비키니가 사라진 해운대 바닷가, 그러나 쓰나미는 아직 끝나지 않았다. 천만 관객을 끌어 모으며 올 여름 흥행을 강타한 <해운대>가 제 14회 부산국제영화제(이하 PIFF)를 다시 한 번 찾았다. “부산에서 <해운대>를 보는 것은 마치 유람선에서 <타이타닉>을 보는 것 같을지도 모르겠다”는 진행자의 말처럼 영화 속에 등장하는 그 골목에서 다시 조우한 <해운대>는 조금 더 정겨운 느낌이다. 그래서인지 10일 오후 상영 후 해운대 메가박스에서 열린 관객과의 대화에 참석한 설경구, 박중훈, 엄정화, 하지원, 강예원, 윤제균 감독은 마치 친정집을 찾은 듯 편안해 보였다.

“혹시 오늘 밤 쓰나미가 온다면 뭘 하겠나?”라는 한 관객의 질문에 하지원은 “일단 안 오면 좋겠는데… 만약 온다면 가장 높은 곳으로 올라가거나 스킨 스쿠버 장비를 구해서 바다로 뛰어들 것이다. 그러면 살 가능성도 있다고 들었다”며 생존 실용 팁을 전해주었다. 또한 “부산에서 나고 자라서인지 아마도 죽을 때까지 부산이라는 말만 들어도 뭉클한 느낌일 꺼다”라는 윤제균 감독은 한국에 쓰나미가 올 확률을 묻는 관객의 궁금증에 1980년 임실에서 발생한 경미한 예까지 들어가며 “확률은 희박하지만 가능성이 있다”며 ‘쓰나미 전문가’ 다운 면모를 보여주었다. 그러나 역시 서먹한 분위기를 깨는 건 설경구의 무심한 듯 디테일이 살아있는 현장증언이었다. “롯데 자이언츠 경기 장면을 찍기 위해 구장을 찾았을 때 롯데가 지고 있는 중이었다. 하지만 나는 그물에 걸리는 장면을 찍어야 되는 이상한 상황이고! 이게 분위기가 우리가 꼭 방해꾼이 된 것 같고! 어딘가 소주병이 날아올 것 같은 느낌이 들 정도였다. 그러다가 지원이(하지원)에게 ‘이대호 선수 파이팅!’ 한번만 하라고 했다. 그 말을 듣고 이대호 선수가 씨익- 웃었는데 그 이후로 안타가 빵빵 터졌고 그날 결국 7:5 역전승으로 롯데가 10연승을 거두게 되었다. 진짜 기분 좋더라”며 ‘부산 싸나이’ 이상의 롯데 사랑을 보여주기도 했다. 한편 “박중훈의 코믹연기를 좋아하고 또 기대한다”는 한 팬에게 <해운대>의 문제의 대사 “내가 니 아빠다”를 스스로 재연하며 큰 웃음을 끌어낸 박중훈은 “안성기 선배, 강우석, 윤제균 감독과 <투캅스 4> 찍는 걸 진지하게 생각하고 있다”며 박중훈 표 웃음 쓰나미의 도래가 얼마 남지 않았음을 예고했다.

이날 상영된 <해운대>는 국제영화제용으로 재편집 된 버전으로 국제 정서를 고려해 극중 만식(설경구)의 어린 아들이 앵벌이를 하는 장면 등이 삭제되기도 했다. 또한 청각 장애인을 위해 상영 시 한국어 자막서비스를 비롯 관객과의 대화도 수화통역이 더해졌다. (청각 장애인을 위한 서비스는 <해운대>외에도 <김씨 표류기> <박쥐> (확장판) <잘 알지도 못하면서> <마더> <거북이 달린다> 등 6편의 한국작품에 서비스 된다.)

글. 부산=백은하 (one@10asia.co.kr)
사진. 부산=이진혁 (eleven@10asia.co.kr)
편집. 장경진 (three@10asi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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