치밀하고 때론 집요하기까지 한 평론으로 수많은 영화들을 해체시켰던 정성일 평론가가 감독으로 제 14회 부산국제영화제(이하 PIFF)를 찾았다. 9일 PIFF에서 국내에 첫 선을 보인 <카페 느와르>의 관객과의 대화에는 감독과 배우 신하균, 정유미, 문정희, 요조, 김혜나가 참석해 DVD 서플먼트를 방불케 하는 꼼꼼한 영화 해설시간을 가졌다. 영수(신하균)와 그를 둘러싼 4명의 여자들을 통해 “삶의 의미가 무엇인지 탐구”한 영화는 3시간여에 이르는 러닝 타임에 5분 동안 햄버거만을 먹는 장면을 보여주거나 문어체의 대화 등 일반적인 영화 문법을 배반한다. 그만큼 연기하는 배우들은 “나레이션이라도 대사를 모두 외우고”, “사실 아직까지 영화가 잘 이해 안 되기도” 하는 등의 어려움을 토로하기도 했다. 그러나 제일 먼저 캐스팅되었으나 중간에 촬영이 중단되기도 하는 우여곡절을 겪으면서도 2년 동안 기다린 정유미, 거듭된 시나리오 변경에도 불평 한 번 없었던 신하균 등 배우들은 감독에 대한 신뢰에 있어서는 강한 확신을 보여줬다.

정성일 감독은 “<카페 느와르>를 누구에게 바치냐”는 마지막 질문에 “2시간 78분을 견뎌줄 관객들에게 바친다”는 답변으로 많은 박수를 받았고, ‘영화광의 3단계’ 이론을 이용해 한 마디를 덧붙였다. “1단계는 영화를 두 번 보는 것, 2단계는 영화에 대한 글을 쓰는 것, 3단계는 영화를 만드는 것이다. 내가 생각하는 4단계는 두 번째 영화를 만드는 것이다.” 그리고 “소년 소녀 문학 시리즈로 영화를 만들고 싶다”는 감독의 바람은 그를 영화광의 네 번째 단계에 안착하도록 이끌 것이다.

글. 부산=이지혜 (seven@10asia.co.kr)
사진. 부산=채기원 (ten@10asi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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