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08년 12월 이후 지구의 평균 온도는 조금 낮아졌을까. MBC 창사 47주년 특집 다큐멘터리 <북극의 눈물>이 방영 당시 불러일으켰던 반향은 이런 어림도 없는 의문을 품어볼 정도로 큰 것이었다. 국내 다큐멘터리 시리즈물 사상 최고의 시청률을 올리고 수많은 시상식에서 작품상을 수상하며 흥행성과 작품성 모두에서 큰 성공을 거둔 <북극의 눈물>이 이번에는 극장판을 통해 아직도 끝나지 않은 북극의 이야기를 들려준다. 하지만 새로운 이야기는 아니다. 각각 50여분 분량의 3부작으로 방송됐던 TV판을 러닝타임 81분의 영화판으로 재편집한 것이기 때문이다. 허태정 PD는 “애초에 영화용으로 제작된 작품은 아니지만 넓은 스크린을 통해 TV에서는 미처 다 보여주지 못했던 와이드 화면의 압도적인 영상과 보다 함축적인 이야기를 들려줄 수 있을 것”이라며 극장판 <북극의 눈물>의 의의를 간단히 설명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사람들의 관심은 하나일 것이다. 과연 TV를 통해 무료로 볼 수 있는 작품을 굳이 극장에서 또 볼 필요가 있을까. 결론부터 말하자면 영화 <북극의 눈물>은 충분히 그럴만한 가치가 있다.

제 값 주고 큰 화면에서 볼 만합니다

TV용 다큐멘터리를 극장용 80여분으로 재편집하면서 제작진이 가장 크게 염두에 둔 것은 하나의 뚜렷한 서사로 그려낼 수 있는 이야기의 필요성이었다. <북극의 눈물>은 에피소드 형식으로 제작된 시리즈물이기 때문에 애초에 기승전결이라 할 만한 스토리보다는 굵직한 메시지에 더 집중한 작품이었다. 제작진은 이러한 문제를 극장판에서는 북극의 사계라는 계절의 순환 고리 속에서 해결했다. 얼음이 녹는 봄, 혹독한 겨울을 견뎌내고 첫 사냥에 나서는 북극곰과 이누이트들의 모습으로 시작한 영화는 빙하가 급속도로 녹아내리는 여름의 위기를 지나 다시 기나긴 겨울을 대비하는 가을을 스쳐간 뒤 첫 눈이 내렸지만 좀처럼 단단한 얼음이 얼지 않는 겨울로 끝을 맺는다. 이러한 구성은 북극의 위기가 곧 동물의 멸종을 불러오고 이는 다시 결과적으로 인류에게 비극이 되는 생태계의 순환과 맞아떨어지며 지구 온난화의 심각성을 다시 한 번 효과적으로 환기시킨다. 감동은 여전하지만 메시지는 더 긴급하고 강력해진 것이다. 하지만 절박한 생존의 드라마였던 TV판에 비해서 극장판은 조금은 희망적인 메시지를 남겨 놓는 것도 잊지 않는다. “해가 뜨지 않는 겨울”의 나라인 북극에서 “한번 시작된 밤은 계속될 것”이지만 그 뒤에는 또 봄이 기다리고 있다고. 잠시 두려움 혹은 무관심에서 벗어나 눈물만이 아니라 이 위대한 자연이 불러일으키는 더 깊은 감정을 느껴보라고.

극장판 <북극의 눈물>은 이 외에도 와이드 스크린으로 만끽할 수 있는 익스트림 롱숏 위주의 미 방영분 신을 추가하고 프라하 필하모닉 오케스트라의 연주를 사용하여 영상미와 사운드를 더 강화했다. 그 결과 TV판에서도 인상적이었던 빙벽의 붕괴 장면이나 수십만 순록 무리의 대장정을 담아낸 장면들은 한층 더 생생한 화면으로 되살아난다. 물론 원래 내용의 절반이 편집된 덕에 TV에서 이누이트들의 개별 히스토리나 문화에 감동받았던 이들이라면 아쉬움이 남을 수도 있겠지만 메시지에 집중한 간결한 편집이라는 극장판의 전략은 필연적인 선택으로 보인다. 이미 지난 5월 제6회 환경영화제 개막작으로 상영된 바 있는 영화 <북극의 눈물>은 당시 관객들의 반응을 통해 더 압축적인 최종 버전을 완성하고 10월 15일 극장 개봉을 기다리고 있다.

글. 김선영 (TV평론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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