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화 <해운대>에서 부산 사람들은 너나 할 것 없이 롯데 자이언츠의 경기를 본다. 일을 끝낸 사람들은 사직구장에서 C1소주를 마시며 그 날 못하는 선수에게 욕을 하기도 하고, 사직구장에 가지 못한 사람들은 온갖 방법으로 롯데 자이언츠의 경기를 본다. 은퇴한 야구선수 마해영의 아들이 ‘마해영의 아들’이라는 이유만으로 학교에서 전교 부회장이 되고, 홍성흔이 타격 호조를 보이자 그가 사는 아파트 경비원이 커피를 타서 주기까지 한다는 이 종교적인 야구 팬덤은 지난해 롯데 자이언츠의 상승세와 함께 전국적인 화제가 되기 시작했고, ‘갈매기’를 자처하는 롯데 자이언츠의 선수들과 그들의 팬들이 빚어내는 사직구장의 반쯤 미친 분위기는 그 자체가 부산의 명물이 됐다. <나는 갈매기>는 <해운대>에서 나온 부산 사람과 롯데 자이언츠의 관계가 전혀 과장이 아님을 확인시켜주는 다큐멘터리다. 부산 사람들은 마치 메이저리그의 보스턴 레드삭스 팬이나 영국의 프리미어리그 팬들처럼 롯데 자이언츠의 성적에 일희일비하고, 선수들은 엄청난 부담감과 자긍심을 함께 느끼며 시즌을 치러 나간다. 당신이 야구팬이라면, 혹은 부산사람이라면, 혹은 한국 어디선가 신흥종교가 만들어지고 있다는 것을 확인하고 싶은 사람이라면, <나는 갈매기>는 구경거리가 가득한 종합 선물세트일 것이다.

사람 죽었다 살리는 롯데 야구보다는 재미없다

<나는 갈매기>에는 롯데 자이언츠 팬들, 또는 야구팬들이라면 흥미로워할만한 장면들이 많다. 이대호, 조성환, 손민한, 홍성흔 등 롯데 자이언츠의 주력 선수들이 한 시즌을 보내는 사이 겪는 다양한 일과 그에 대한 생각들은 어디서든 볼 수 없는 자료들이고, 여기에 풍문으로만 전해지던 부산 야구팬들의 수많은 모습들이 함께 한다. 슬럼프에 빠진 야구선수들의 괴로움이나, “1등 할 필요 없이 4-5위만 하면서 롯데 야구만 제대로 보여달라”는 부산 팬의 마음은 야구와 생활이 일체가 된 경지라 해도 과언이 아니다. 특히 주장 조성환이 안면에 공을 맞아 심각한 부상을 당했을 당시 팀의 분위기를 생생하게 보여주는 영상은 야구팬들을 울컥하게 해줄듯. 보너스로 야구선수들의 몸이 사실 얼마나 거대한지 확인할 수도 있다.

그러나 <나는 갈매기다>는 롯데 자이언츠와 그 주변의 모습을 눈으로 확인할 수 있다는 것 이상의 메리트는 주지 못한다. 수많은 사람들의 인터뷰는 이 영화가 얼마나 성실하게 촬영에 임했는지 보여주기는 하지만, 그들을 산만하게 나열하기만 하는 편집은 특정한 이야기 없이 롯데 자이언츠라는 한 현상을 평면적으로 보여주는데 그친다. 그래서 6개월 동안 거의 매일 경기를 하는 야구의 특성상 부침과 상승세를 반복하는 야구의 전체적인 흐름이 거의 살아나지 못하고, 초반 극심한 부진을 겪었던 롯데가 조성환의 복귀와 함께 치고 나갈 때의 희열도 잘 전달되지 않는다. 영화에 가끔씩 롯데의 순위 변화라도 보여줬다면 어땠을까. 게다가 <나는 갈매기>는 롯데 자이언츠가 플레이오프 진출이 확정되기 전 촬영을 끝내 영화의 결말이 미적지근하다. 롯데 자이언츠 팬을 위한 영화라면 플레이오프에 진출하든 못하든 그들의 모습을 끝까지 담았어야 하지 않을까. 한국에서 정식 상영 되는 첫 야구 다큐멘터리라는 점에서 이런 흠들은 더욱 아쉽게 느껴진다. 물론, 롯데 자이언츠의 팬이라면 이 영화를 보고 전의를 불태우며 두산과의 준플레이오프를 관람할 것을 권한다.

글. 강명석 (two@10asi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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