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는 것이 재산이다. 공짜에 가까운 저렴한 비용으로 세계 각 국의 수준 높은 다큐멘터리 작품들을 만날 수 있는 ‘EBS 국제 다큐 영화제(이하 EIDF)’가 올해도 7일간 방송과 상영관을 통해 진행된다. 9월 10일 광화문 프레스 센터에서 열린 기자 초청 설명회에서는 보다 다양하고 대중적인 라인업으로 무장한 제 6회 EIDF의 구체적인 면면을 살펴 볼 수 있었다.

EIDF의 가장 큰 특징은 지상파 방송을 영화제의 근거지로 활용한다는 점이다. 불특정 다수의 시청자들에게 양질의 다큐 콘텐츠를 제공하고자 하는 주최 측의 의도는 아시아에서 세계로 행사의 테마를 확대 하고, ‘다큐 페스티벌’이었던 행사의 정체성을 ‘다큐 영화제’로 구체화 하는 지난 5년간의 변화에서 읽어낼 수 있다. 더욱이 올해 소개되는 50편의 작품 중에는 이미 극장에서 상영되어 많은 관심을 받았던 정병길 감독의 <우린 액션배우다>, 이스라엘 아리 풀만 감독의 <바시르와 왈츠를>과 같은 화제작이 포함 되어 있으며, 다큐 영화제로서는 세계 최고 권위를 인정받는 암스테르담 국제 다큐멘터리 필름 페스티벌과 핫독 다큐멘터리영화제 등에서 수상한 바 있는 <버마>, <안데스 산맥 조난기>, <영국인 외과 의사> 등이 편성되어 보다 풍성한 볼거리를 제공한다.

소개를 넘어 제작에 이르기까지

서울 도곡동 EBS SPACE와 서울 이화여자대학교에 위치한 아트하우스 모모에서도 EIDF를 함께 할 수 있다. 특히 EBS SPACE에서는 출품작들의 상영 외에도 영상 저널리스트로 유명한 가오리 사카가미, 캘리포니아 예술대학 영화학과 교수인 톰 앤더슨, 국제 공동제작에 관한 대담을 진행할 이브 자노 등 올해 EIDF ‘페스티벌 초이스’의 심사위원들을 국내 최초로 만날 수 있는 ‘마스터 클래스’와 세계 각국의 다큐멘터리 감독들이 직접 제작 비법을 전수해 주는 ‘디렉터스 클래스’를 접할 수 있다. 특히 올해 EIDF는 행사 최초로 방송콘텐츠진흥재단과 협력하여 ‘사전 제작 지원 프로젝트’를 실시한다. 좋은 작품을 소개하는 것에서 그치지 않고 국내 다큐멘터리 제작을 활성화 하겠다는 포부의 실현이다. 본선에 진출한 5작품에 대한 프로젝트 피칭이 9월 22일 예정되어 있으며 그 외 상영과 편성, 행사와 관련한 구체적인 사항들은 홈페이지에서 확인할 수 있다.

2009 EIDF! 이 작품만은 꼭!

<나는 경제 저격수였다>
9월 24일 밤 10시 35분

그리스의 다큐감독이자 베스트셀러 작가로 저명한 스텔리오스 코울의 작품으로 미국 제국 건설을 위해 세계 각국의 경제시장에서 ‘작전’을 펼치던 경제 저격수들에 대한 회고를 담고 있다. 2차 대전 이후 벌어진 수많은 사건들이 미국 경제를 위한 방향으로 재해석되는 과정이 영화 이상의 충격을 선사한다. ‘페스티벌 초이스’에 출품된 작품이며 이 외에도 아프가니스탄 버전의 <아메리칸 아이돌>이 만들어지는 과정을 담아낸 <아프간 스타>(21일 밤 8시 20분), 인터넷을 통해 3개 대륙의 유전자, 정자, 난자를 구입하여 만들어지는 아기 생산 방식을 고발한 <구글 베이비>(21일 밤 11시 10분)등 현실에 날카로운 렌즈를 들이대는 작품들이 함께 경쟁을 한다.

<장인의 피아노>
9월 25일 오후 1시 15분

일 년에 한 대, 그것도 오로지 손으로 만들어 지는 스타인웨이 L1037 피아노의 제작 과정을 담은 작품이다. 12000개의 부품이 하나의 피아노로 완성되어가는 과정은 경이롭기까지 하며, 논란과 충격 없이도 다큐멘터리가 감동을 전할 수 있다는 깨달음을 선사한다. 더불어 ‘페스티벌 초이스’에 출품된 <콘스탄틴&엘레나>(21일 밤 12시 35분)에 등장하는 54년 된 노부부의 소박한 인생이나 지난해 EIDF 시청자상을 수상하여 다시 편성된 <히어 앤 나우>(21일 오전 11시 40분)의 65세 나이에 청각 회복 수술을 결심한 감독의 부모가 겪는 사건을 통해서도 다큐멘터리의 새로운 매력을 발견할 수 있다.

<나의 친애하는 적>
9월 27일 밤 9시 30분

작년 방송되어 큰 반향을 불러일으킨 베르너 헤어조크 감독의 <세상 끝과의 조우>(27일 밤 11시 10분)를 다시 편성하는 것은 물론 삶은 구두를 먹는 과정을 보여주는 <헤어조크, 구두를 먹다>(26일 밤 10시), 식인 곰과의 동거 끝에 죽음을 맞이하는 트모시 트레드웰의 인생을 담은 <그리즐리 맨>(26일 밤 12시) 등 그의 대표작들을 만나볼 수 있는 시간이 준비되었다. 그 중에서도 <나의 친애하는 적>은 베르너 헤어조크의 페르소나라 불리는 클라우스키 킨스키와의 추억이 담긴 작품으로 이들이 함께한 최고의 작품이자, 하루 먼저 EIDF에서 소개되는 유일한 극영화인 <아귀레, 신의 분노>(26일 밤 10시 25분)를 함께 시청하면 보다 깊은 감상이 될 것이다.

사진제공_EBS

글. 윤희성 (nine@10asi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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