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 5회 제천국제음악영화제(이하 JIMFF)가 18일 폐막식을 끝으로 음악과 영화의 절묘한 협연을 마무리 지었다. JIMFF 유일의 경쟁부문 ‘세계 음악영화의 흐름’은 사차 시바시 감독의 <앤빌의 헤비메탈 스토리>에게 대상을, 알렉시스 도스 산토스 감독의 <스무살의 침대>에게 심사위원 특별상을 안겨줬다. <앤빌의 헤비메탈 스토리>는 80년대의 전설적인 헤비메탈 밴드 앤빌의 현재를 보여준 다큐멘터리. 화려한 전성기를 지나 생활고에 시달리는 중년이 된 이들이 20년 만에 유럽 콘서트 투어를 시작하며 겪게 되는 우여곡절을 그렸다. <스무살의 침대>는 자신을 버린 아버지를 찾아 런던에 온 액슬과 사랑을 믿지 않는 베라가 같은 창고에서 살게 되면서 서로의 아픔을 다독여가는 청춘들의 이야기다. 올해 JIMFF에서는 <스무살의 침대>처럼 청춘들의 상처와 사랑을 그려낸 <춤추는 동물원>, <메이드 인 헝가리아>, <락온>, <하우투비> 등의 작품들이 대거 상영됐다.

음악과 영화의 공존 그리고 내실 있는 프로그램

6일간 제천 일대에서는 35개국 90여 편의 영화가 130여회에 걸쳐 상영됐으며, ‘원 썸머 나잇’, ‘거리의 악사 페스티벌’, ‘제천 라이브 초이스’ 등 150여명의 뮤지션에 의해 총 30여회의 공연 또한 펼쳐졌다. 특히 올해는 4일에 걸쳐 올나잇, 스타 나잇, 드림 나잇, 재즈 나잇 등 각기 콘셉트를 달리한 ‘원 썸머 나잇’의 호응이 높았다. 부활, 김장훈, 김창완 밴드 등 국내 정상의 뮤지션들뿐만 아니라 게리 루카스나 베니 골슨 쿼텟 같은 세계적인 연주자들의 무대는 JIMFF를 찾은 관객은 물론 수도권에 비해 문화적으로 소외되었던 제천의 시민들까지도 만족시켰다. 그러나 메인무대 격이었던 청풍호반의 야외무대에서는 공연 도중 스피커가 꺼지거나 사운드가 고르지 않은 등 음향 사고가 종종 발생해 음악영화제 답지 않은 아쉬움을 남겼다. 또 대부분의 공연이 새벽 1시를 훌쩍 넘기는 늦은 시간 이뤄지는데도 공연장 내 취객들에 대한 통제가 미흡해 관객들이 눈살을 찌푸리기도 했다.

13일 개막한 JIMFF에는 6일간 지난해보다 1만 명 증가한 13만 명이 영화제를 찾았으며, 자진 출품작과 월드 프리미어 상영작의 증가로 한층 더 성장한 모습이었다. 또 영화나 공연 외에도 “영화제의 콘텐츠에 내실을 기하기 위한” JIMFF의 움직임 또한 한층 더 탄탄해졌다. 작년부터 시작된 ‘음악 영화 사전제작 지원 공모’ 선정작 <예산족 애니메이션 프로젝트>는 퓨전 국악팀 예산족의 음악을 테마로 한 단편 애니메이션으로 탄생했고, 실제 예산족의 공연과 함께 상영되었다.

또 16일 열렸던 JIMFF 포럼은 음악영화제의 정체성을 되돌아보며, 지난 5년간 JIMFF의 성과와 한계 그리고 미래에 대해 토론하는 시간을 가졌다. 이무영 감독과 정우정 JIMFF 프로그래머 등이 참석한 이번 포럼에서는 “영화감독, 프로듀서와 신인 영화음악가를 연결시켜주는 프로젝트 마켓이나 영화음악 공모전”에 대한 논의가 나오기도 했다. 한편 4회째인 제천영화음악아카데미는 올해, 연세대학교 영상음악전문가 과정과 함께 진행돼 전문성을 확보했다. 그 결과 이동준, 김준성, 임강 등 국내외 정상급 영화음악감독의 지도하에 영상에 맞는 음악을 직접 제작하고 믹싱 등을 거쳐 포트폴리오를 완성하는 실무 교육이 강화되었다. 조성우 집행위원장은 “앞으로 영화음악 시장에 산업적으로 기여할 수 있는 방법들을 더욱 더 발굴하겠다”고 “영화제의 내실을 다지고자”하는 강한 의지를 나타냈다.

“규모보다는 내실이 더 중요하다”

하지만 영화제 기간 동안 발생한 운영상의 미숙함은 아직까지 신생 영화제인 JIMFF에게 해결해야할 과제들을 남겼다. 영화사 진진의 김난숙 대표는 “이렇게 불편할 줄 몰랐다. 셔틀버스가 단 한 번도 제 시간에 온 적이 없다. 차 없는 사람들은 너무 힘들다”고 할 만큼 이동거리가 광범위한 TTC 복합상영관, JIMFF존, 청풍호반을 오가는 셔틀버스의 흐름이 원활하지 못했다. 여기에 청풍호반의 부족한 주차공간은 굵직 굵직한 공연들이 있는 주말에는 최고 5000여명에 이르는 관객들의 차량을 충분히 수용하지 못해 혼잡을 유발했다. 또 주차 안내나 통제가 제대로 이루어지지 않아 곡선 차로의 갓길에 주차를 하는 등 위험한 상황이 연출되기도 했다. 그러나 JIMFF는 이제 겨우 5번 관객들과 만났을 뿐이다. 그 짧은 시간 안에 음악영화제라는 유일무이한 개성을 국내외에 어필하는데 성공한 JIMFF에게 남은 것은 “규모보다는 내실에 더 집중”하는 영화제의 성공적인 선례를 남기는 것일 거다.

글. 제천=이지혜 (seven@10asia.co.kr)
사진. 제천=이진혁 (eleven@10asi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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