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재 방영 중인 M.net의 <슈퍼스타 K>의 참가자격에는 “1세부터 99세까지 연령, 지역차별 없이”라고 되어 있다. 제 5회 제천국제음악영화제로 날아온 영화 <볼리우드 아이돌 선발대회> 속 참가자격도 그리 다르지 않다. “연령, 성별” 친절하게 “카스트도 상관없다”라는 말까지 덧붙이는 이 선발대회의 예선전은 그러나, 인도 뭄바이나 캘커다에서 열리지 않는다.

미국에서 육류사업으로 성공한 사업가, 자칭 ‘육류의 왕’으로 부르는 JK. 싱할 회장이 주최한 이 콘테스트의 주요무대는 미국 뉴저지다. “힌디어로 된 노래만으로 재능 있는 가수를 뽑는 최초의 ‘DESI’ (인도사람을 칭하는 구어) 아이돌 선발대회를 개최하여 인도인들의 자긍심을 높이겠다”는 회장님의 ‘고귀한’ 뜻을 따라, 맨하탄과 뉴저지, 퀸즈 등지에 살고 있는 노래 좀 한다는, 춤 좀 춘다는 ‘재미 인도인’들이 속속 몰려든다. <볼리우드 아이돌 선발대회>는 이렇게 2만 5천 달러의 상금을, 자존심을, 사랑을, 미래를, 인생을 걸고 참가한 7명의 사람들이 벌이는 3박 4일의 소동극이다. 어느 한 순간도 우아함을 잃지 않는 귀부인 리타, 그녀는 마치 <선덕여왕>의 ‘미실’처럼 웃는 얼굴로 심사위원을 매수하고 경쟁상대를 하나씩 제거해 나간다. 그러나 다양한 인맥과 정치력를 최대한 활용하던 이 늙은 여우 앞에, 천상의 목소리를 가진 17살 소녀 프리티가 등장한다. 가족의 기대에 부응하며 살던 착한 소녀 프리티는 일견 여린 듯 보이지만 ‘천명의 지혜와 덕만의 심장’을 장착한 비밀병기였던 것이다.

다양한 참가자들의 어이없는 노래실력과 괴상한 퍼포먼스, 그리고 그것을 지켜보는 심사위원들의 반응으로 이어지는 편집은 흡사 <아메리칸 아이돌>의 오디션 장면을 보는 듯하고, ‘힝글리쉬’를 쓰는 재미 인도인들의 독특한 영어액센트부터, 인도 특유의 대가족 문화까지 스스로를 웃음의 소재로 만들어버리면서 이 영화는 이민자들의 비애보다는, 코미디와 감동 쪽으로 무게의 추를 옮긴다. 이렇게 <볼리우드 아이돌 선발대회>는 춤과 노래 화려한 의상, 권선징악으로 대표되는 ‘볼리우드 영화’의 커리향을 첨가한 ‘3분 카레’만큼 간편하고 맛있는 그리고 딱 그만큼의 풍미를 내는 코미디 영화다.

글. 제천=백은하 (one@10asi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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