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5회 제천국제음악영화제(이하 JIMFF)의 둘째 날을 맞이하는 14일 저녁 8시, 드디어 ‘원 썸머 나잇’이 시작되었다. 영화에 밀려 음악을 소홀히 하는 일 따위는 벌어지지 않는 JIMFF의 올해 ‘원 썸머 나잇’은 첫째 날부터 관객들의 체력을 바닥내기로 작정했는지 저녁 8시부터 다음 날 새벽 5시까지 ‘올나잇’이라는 부제로 계속됐다. 부활, 더블유 앤 웨일, 오! 부라더스, 고고스타, 넘버원코리안, 한희정, 악퉁, 제8극장, 좋아서 하는 밴드, 크로스 펜던트, 글루미 몽키즈의 공연에 앞서 독일 최초의 무성영화 <골렘>과 세계적인 재즈 기타리스트 게리 루카스의 연주를 함께 들을 수 있는 ‘시네마 콘서트’가 첫 무대를 열었다.

무성영화에 활기를 불어넣은 기타리스트의 독주

<골렘>은 유태 민족을 지키기 위한 마술사 랍비가 만들어낸 진흙 인간에 대한 이야기로, 1920년대에 만들어졌다는 것이 믿기지 않을 정도로 엄청난 군중 동원과 화재 신 등의 특수효과들이 등장했다. 게다가 영화는 두 대의 기타를 바꿔가며 연주를 한 게리 루카스에 의해 마법사가 생명을 불어넣은 진흙인형처럼 생생한 활기까지 얻을 수 있었다. 배경 음악이나 말발굽 소리, 문을 두드리는 소리, 장작 패는 소리 등의 효과음뿐만 아니라 사랑하는 연인의 속삭임과 등장인물의 익살스러운 발걸음까지 오로지 기타로만 다시 그려낸 게리 루카스에게는 스크린이 엔딩을 알리자마자 박수가 쏟아졌다. 게리 루카스는 한 시간 반 동안 계속된 연주를 걱정하는 꼬마 관객에게 “하나도 지치지 않았다. 난 아직 젊다. 파티를 시작하자!”고 외치며 두 번째 콘서트의 시작을 알렸다.

어차피 ‘올나잇’, 걱정하지 말고 즐기자

“수많은 영화와 음악과 벌레들의 밤”에 객석을 가득 메운 관객들은 제4회 거리악사 페스티벌 우승팀인 제8극장의 “내일 제5회 거리악사 페스티벌의 사회를 맡을” 정도로 익살스러운 만담풍 무대 매너로 본 경기 시작 전 몸을 풀 수 있었다. 뒤이어 등장한 더블유앤웨일은 웨일의 레모네이드 같은 음색으로 청풍호반 주위의 공기를 일순간에 상큼하게 바꿔놓았다. ‘웨일송’, ‘오빠가 돌아왔다’ 등의 노래에 맞아 떨어지는 영상 또한 밤하늘과 어우러져 몽환적인 분위기를 더욱 고조시켰다. 광고로 귀에 익숙한 ‘R.P.G. Shine’이 흘러나오자 11시가 가까워지는 시간이 무색하게 한 여름 밤은 다시 한 낮의 열기를 되찾았다. “걱정하는 것을 걱정 하지마”라며 어차피 오늘은 ‘올나잇’이니 시계도 잊고, 내일 아침 너덜너덜해질 체력일랑 걱정하지 말라는 환청이 들려오는 것만 같다. 공연 중간, 중간 쉬는 시간에 흘러나오는 음악에도 어깨를 들썩일 수 있는 관객들의 체력은 제천의 좋은 공기 덕일까, 음악이 펌프질하는 아드레날린 덕분일까?

글. 제천=이지혜 (seven@10asia.co.kr)
사진. 제천=이진혁 (eleven@10asia.co.kr)
편집. 제천=장경진 (three@10asi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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