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화를 본 한국 사람들이 나에게 고맙다고 해서 깜짝 놀랐다.” 영화 <무형문화재 82호를 찾아서>의 감독 엠마 프란츠는 한국인들조차 온전히 즐기기 힘든 별신굿을 배우기 위한 호주의 재즈 드러머 사이먼 바커의 여정을 들고 제 5회 제천국제음악영화제를 찾았다. 재즈 보컬리스트이기도 한 감독은 친구인 사이먼 바커의 소개로 별신굿을 처음 접했다. “듣는 순간 플라멩코처럼 내 마음을 사로잡았다. 사람들이 음악에 기대하는 모든 요소들을 다 갖췄다”고 밝힐 정도로 그녀는 한국의 전통 음악과 샤머니즘에 푹 빠져 있었다.

사실 한국인들조차 그 뜻을 이해하기 어려운 용어인 ‘기, 호흡, 단촐미’를 또박또박 발음하고, 호주에서도 판소리를 즐겨 듣는 그녀는 단순히 동양의 이국적인 것을 향유하는 취향을 가진 것이 아니었다. 별신굿에 담긴 음악과 샤머니즘을 체화시키기 위해 “낯선 개념들은 몇날 며칠이고 그 뜻을 알려고 공부”했고, 사이먼의 여행에 동행해 한국까지 오게 되었다. 사이먼 바커와 함께 한국의 전통 음악인들을 고생 끝에 만나게 되었지만 “굿을 현장에서 직접 보게 되어 긴장했다”고 고백하는 감독은 <무형문화재 82호를 찾아서>가 첫 번째 영화다. 그러나 “음악 다큐멘터리만 하는 감독이 되려 의도 한 것은 아닌데 지금 준비하는 것도 기타리스트의 삶에 대한 다큐”가 되어버린 감독의 마지막 인사는 역시 판소리 사랑에 대한 당부였다.

“한국에서의 판소리는 유명하지 않다고 하지만 그 안에서 배울 것이 참으로 많다. 음악을 찾아내는 것은 언어를 배우는 것과 같다. 처음에 모르는 언어를 배울 때 끊임없이 연습하듯이 낯선 음악이라도 꾸준히 접하다보면 그 의미를 알게 되고 감동을 느낄 수 있게 된다. 열정적이면서도 또 고요하기도 하고, 이성적이면서도 굉장히 감성적인 판소리를 한국의 젊은 세대들도 많이 즐겼으면 좋겠다. 또 영화를 통해 사람들이 판소리에 관심을 갖게 된다면 더욱 좋을 것 같다.”

글. 제천=이지혜 (seven@10asia.co.kr)
사진. 제천=이진혁 (eleven@10asi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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