누구에게나 비밀은 있다. 2007년 제11회 부천국제판타스틱영화제(이하, PIFAN)의 폐막작으로 선정된 조코 안와르 감독의 작품은 <비밀>이었다. 올해 2009년 제13회 PIFAN에서 대상 격인 작품상을 수상한 <포비든 도어> 역시 누구에게나 있는 숨겨진 비밀의 문을 소재로 하고 있다는 것은 의미심장하다. 국제적으로 주목받는 인도네시아 영화계의 젊은 감독 조코 안와르는, 그 비밀을 억지로 파헤치지 않고 오히려 문 뒤로 꽁꽁 감춰두면서 관객이 끝까지 긴장하며 영화에 집중할 수 있게 만든다.

겉으로 보기에 성공적인 인생을 살고 있는 것 같은 젊은 조각가 감비르에게는 숨겨진 비밀이 있다. 그 비밀로 인하여 정신적으로 쇠약해지고 있는 감비르에게, 아이를 갖길 원하는 어머니와 아내의 집요한 권유는 한층 더 심각한 압박으로 다가온다. 예술가로서의 자아와 비밀로 인한 괴로움에 더해 가족의 문제까지, 도망갈 곳이 없는 감비르에게 ‘도와 달라’는 의문의 메시지가 보이기 시작한다. 그 메시지로 인해 찾게 된 비밀 클럽에서는 사람들의 가장 은밀한 부분을 보여주는 TV쇼가 방영되고 있다. 그 TV 속에서 부모에게 심한 학대를 당하고 있는 한 아이를 발견하면서 이야기는 예측과는 다른 방향으로 성큼성큼 진행되어 간다. 영화는 길가에 붙어있는 포스터나 판넬의 문구에 이르기까지 수많은 이미지들 속에 다양한 상징을 비밀처럼 숨겨놓고, 관객이 감비르가 가는 길을 따라가며 그가 놓치는 것들까지 찾아낼 수 있게 한다.

<포비든 도어>는 갑자기 초현실주의적인 이미지들이 등장하여 억지로 놀라게 하는 식의 장치 없이도, 한 인간의 심리상태를 따라가는 것만으로 잘 짜인 호러 영화가 만들어 질 수 있다는 것을 보여준다. 시나리오 작가 출신의 감독 조코 안와르는, 치밀하게 계산하여 배치한 화면들과 촘촘한 내러티브로 이야기의 그물 속에서 빠져나올 수 없게 만든다. 영화의 시작을 본 이상, 감비르의 ‘진짜 비밀’을 보지 않고는 견딜 수 없다. 가족과 친구와 같은 가장 가까운 사람들에게도 절대 말할 수 없는 비밀이라는 것이 얼마나 위태로운지, 발각되어버리고 만 비밀은 어떤 추악한 모습으로 변하는지를 따라가다 보면 어느 새 더 큰 비밀의 문 앞에 서 있는 자신을 발견하게 될 것이다. PIFAN이 선택한 금지된 문, <포비든 도어>. 이 문을 열지, 열지 않을지는 지금 문고리를 잡고 있는 당신의 손에 달렸다.

*는 오직 영화제에서만 볼 수 있는 마니악한 영화가 아닌, 곧 극장에서 만날 수 있는 영화들을 반 발 앞서 소개합니다.

글. 부천=윤이나 (TV평론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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