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1일간의 영화 축제를 3일 남겨두고, 제13회 부천국제판타스틱영화제(이하 PIFAN)는 23일 부천시민회관에서 폐막식을 가졌다. 남은 3일 동안은 경쟁부문 수상작 상영과 깜짝 상영만이 진행돼 사실상 PIFAN은 축제를 마친 분위기다. 폐막식에서 발표된 경쟁부문 수상작들을 보면 올해는 영화제 기간 동안 관객들의 호평을 받은 영화들이 모두 올라와 있어 수상결과에 대해서도 이견이 없었다. 유난히 문제작들이 많아 치열했던 ‘부천초이스 장편’의 작품상은 제11회 PIFAN에서 폐막작으로 선정되기도 했던 인도네시아의 조코 안와르 감독의 <포비든 도어>가 수상했다. 그리고 2천만 원이라는 초저예산으로 만들었지만 영화제 내내 관객들의 입소문을 몰고 다닌 <이웃집 좀비>는 심사위원 특별상과 푸르지오 관객상을 수상했다. 또 흥미로운 단편들이 대거 한자리에 모였던 ‘부천 초이스 단편’의 승자는 <살인의 막장>의 리차드 게일 감독이 되었다. 수상이 유력시 되던 칸영화제 감독주간의 초청작이었던 정유미 감독의 <먼지 아이>는 심사위원 특별상을 수상했고, “상을 받지 못할 것”이라던 백승화 감독의 <반드시 크게 들을 것>은 후지필름 이터나 상을 수상했다.

모든 것이 발전했는데 한 가지 그대로인 것

올해 PIFAN은 <이웃집 좀비>, <불타는 내 마음>, <반드시 크게 들을 것> 등 신선한 한국영화들이 대거 출품되었고, 충무로 진출 강박에서 벗어난 젊은 감독들의 자유로운 상상력이 돋보였다. 또 월드 프리미어 작품수도 예년에 비해 22편 더 늘어나면서, 경쟁부문 시상식의 긴장감이 높아진 것은 물론 관객들의 영화 보는 재미를 배가시켰다. 영화제 외에 아시아 판타스틱영화 제작네트워크(이하 NAFF)에서도 비약적인 성장을 보였는데, 실제로 지난 21일에는 싱가포르 자본이 한국영화 <괴물2>에 60억 원을 투자하기로 조인식을 갖는 등 산업적인 면에서 경쟁력을 획득한 한 해였다.

그러나 고질적으로 지적되어오는 영화만을 집중해서 볼 수 있는 혹은 영화만 볼 수밖에 없는 PIFAN 특유의 분위기는 올해도 여전했다. PIFAN은 송내역의 복사골 문화센터를 기점으로 흩어져있던 예년의 행사들을 올해는 중동공원을 중심으로 모인 멀티플렉스 상영관들에 집중시켰다. 그 결과 관객들의 이동 동선은 짧아졌지만 오히려 다른 국내 영화제에 비해 경쟁력이 떨어지는 도시의 분위기가 도드라졌다. 멀티플렉스 영화관들이 모여 있는 중동 일대는 평범한 상업지구와 차이점이 없어 관객들이 영화제에 기대하는 축제 분위기를 느끼기 힘들었다. 이에 대해 한상준 집행위원장은 “중동공원을 중심으로 한 현 체제는 계속 유지하되 축제 분위기를 살릴 만한 방법들을 모색 중이다. 중동공원 인근에 형성된 상가들과 제휴를 맺어 일대의 먹자골목을 PIFAN 거리로 조성하는 방안을 검토 중”이라며 “내년의 달라진 모습을 기대하길” 당부했다.

내년엔 판타스틱한 축제 분위기 기대해도 될까요?

또 성장과 도약을 키워드로 삼은 13번째 PIFAN은 소규모의 마니아 영화제로만 머물지 않겠다는 선언을 적극적으로 행동으로 옮겼다. 예년에 비해 패밀리 판타, 오프 더 판타스틱 등의 섹션을 강화해 온 가족이 함께 볼 수 있거나 장르영화에 매력을 느끼지 못하는 관객들까지 끌어들일 수 있도록 대중적인 스펙트럼을 넓혔지만 일부에서는 PIFAN만의 정체성이 약해지는 것 아니냐는 우려도 낳았다. 그러나 권용민 프로그래머는 “오히려 금지구역 등의 상영작들은 종전보다 영화적인 강도가 더 세졌다”고 밝혔고, 한상준 집행위원장 또한 “부천시와 경기도의 지원을 받는 영화제인 만큼 보다 더 많은 사람들이 함께 즐길 수 있는 영화제로 유지 발전시킬 것이다”는 방침을 분명히 했다. 한편 매년 온라인 사전 예매기간 동안 거의 마비되다시피 하여 관객들이 큰 불편을 겪었던 PIFAN 홈페이지의 예매 시스템은 한결 개선된 모습을 보였다. 실제로 6월 29일부터 시작된 예매기간 동안 서버가 다운되는 등 그동안 자주 발생했던 문제가 접수되지 않았고, 전년보다 높은 예매율을 보이기도 했다.

일 년 동안 준비한 영화 축제의 시작부터 마무리를 지켜보다보면 근본적인 질문을 하지 않을 수가 없다. 과연 좋은 영화제란 무엇일까? <버라이어티>의 수석평론가 데릭 엘리는 “‘축제’는 모든 것을 즐겁게 ‘기념’한다는 것이고, ‘영화제’는 모든 의미에서 ‘영화를 기념한다’는 것을 뜻한다”고 했다. 잘 짜인 프로그램과 관객들의 영화적 욕구를 충족시켜주는 신선한 상영작들이 대거 포진했던 13번째 PIFAN은 영화를 기념한다는 의미에서는 분명 성공을 거두었다. 그러나 모든 것을 즐겁게 기념한다는 축제의 의미에선 다소 미흡한 구석이 있었다. “PIFAN은 벌써 13년째 진행되고 있지만 여전히 고쳐나가고 있다”는 한상준 집행위원장의 말처럼 내년에는 부천 어느 곳을 가도 판타스틱한 축제 분위기가 느껴지는 영화제를 기대할 수 있을까?

제13회 PIFAN 경쟁부문 수상작
부천초이스 장편
작품상 : <포비든 도어> 감독 조코 안와르
감독상 : 단테 람, <비스트 스토커>
남우주연상 : 스티븐 맥하티, <폰티풀>
특별언급 : 닉 청(장가휘), <비스트 스토커>
여우주연상 : 샤리파 다니쉬, <마카브르>
심사위원 특별상 : <이웃집 좀비> 감독 오영두, 류훈, 홍영근, 장윤정
푸르지오 관객상 : <이웃집 좀비> 감독 오영두, 류휸, 홍영근, 장윤정

부천 초이스 단편
단편 대상 : <살인의 막장> 감독 리차드 게일
특별언급: <먼지 아이> 감독 정유미
단편 심사위원장 : <죽음의 춤> 감독 페드로 피레
한국단편특별상 : <먼지 아이> 감독 정유미
단편 관객상 : <살인의 막장> 감독 리차드 게일

유럽판타스틱영화제연맹 아시아 영화상
수상작 : <초콜렛> 감독 프라차야 핀카엡

넷팩상
수상작 : <거기엔 래퍼가 없다> 감독 이리에 유
특별언급 : <하프웨이> 감독 기타가와 에리코

후지필름 이터나상
수상작 : <반드시 크게 들을 것> 감독 백승화

글. 부천=이지혜 (seven@10asia.co.kr)
사진. 부천=이진혁 (eleven@10asia.co.kr)

© 텐아시아,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