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마터스: 천국을 보는 눈> (이하 <마터스>)은 단연 제13회 부천국제판타스틱영화제(이하, PIFAN)의 최고 화제작이다. 지난 17일 <더 칠드런>, <데드 스노우>와 함께 연속 심야상영으로 공개된 후, 자리를 뜨지 못한 관객들이 영화의 결말을 놓고 새벽까지 논쟁을 벌일 정도로 웬만한 영화에는 단련된 PIFAN 마저 충격으로 몰아넣었다.

15년 전, 심각한 아동 학대에서 도망쳐 나온 루시(밀레느 잠파노이)는 고아원에서 만난 유일한 친구인 안나(모르자나 아나위)와 자신을 학대했던 자들을 찾아 나선다. 그러나 복수를 위해 찾아낸 그들은 루시에게 지울 수 없는 상처를 남긴 사람들로는 보이지 않는다. 평화로운 가정의 일요일 아침은 루시로 인해 골수와 내장 파편이 튀는 살육의 현장으로 뒤바뀌고, 뒤이어 쫒아온 안나는 루시의 복수를 의심하게 된다. 그러나 안나는 곧 루시를 괴롭힌 폭력의 실체와 마주치게 되면서 영화는 새로운 국면을 맞는다. <300>, <미이라 3: 황제의 무덤>의 특수 분장 팀이 만들어낸 생생한 폭력의 흔적은 비명을 내지를 틈도 주지 않고 이어진다. 차라리 폭포처럼 뿜어대는 피와 사지 절단이 자행되는 슬래셔 무비가 귀엽게 느껴질 만큼 현실적인 신체 훼손은 관객을 고문한다. 루시에게 얽힌 첫 번째 비밀이 밝혀진 후, 이야기의 끝이 보일 거라 예상하는 순간 극의 전개도 오히려 탄력이 붙는다. 이제 더 이상의 반전은 없겠지 방심하는 사이 머리가 으깨지고, 피부가 벗겨지는 것보다 더 큰 공격으로 망연자실하게 만든다.

칸과 시체스 영화제에서도 논란의 중심에 섰던 <마터스>는 비교적 검열에서 자유로운 프랑스에서조차 지나친 폭력묘사로 등급이 보류될 만큼 고어영화의 문법에 충실하다. 그러나 <마터스>의 괴력은 <헬레이저> 리메이크판의 감독으로 물망에 오르기도 했던 파스칼 로지에 감독이 만들어낸 이야기에서 나온다. 차라리 잔인한 장면들만의 나열이라면 낫다고 생각할 만큼, 확신에 찬 신념으로 타인을 고문하는 이들의 모습은 인간 존재 자체를 거부하게 만든다. 영화의 103분이라는 상영시간은 당신의 24시간 혹은 그 이상을 통째로 접수할 지도 모른다. 그래서 아무에게나 함부로 권할 수도 없다. 그러나 잔인하다는 표현으로는 부족한 시각적 고문을 참아낸 후에 찾아올 더 큰 정신적인 고통을 버텨낼 수 있다면, 새로운 영화적 체험을 할 수 있을 것이다. <마터스: 천국을 보는 눈>은 PIFAN 상영 이후 8월 6일 국내에서 개봉한다.

*는 오직 영화제에서만 볼 수 있는 마니악한 영화가 아닌, 곧 극장에서 만날 수 있는 영화들을 반 발 앞서 소개합니다.

글. 부천=이지혜 (seven@10asi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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