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화제는 배우뿐만이 아닌 영화인 모두의 축제이며, 스크린 너머의 관객들과 소통할 수 있는 기회이기도 하다. 제13회 부천국제판타스틱영화제(이하 PIFAN)에서 구혜선은 배우가 아닌 감독으로서 소통의 시간을 가졌다. 지난 17일 열린 ‘판타스틱 단편 걸작선’ 섹션에서 선보인 구혜선 감독의 영화 <유쾌한 도우미>는 성당에서 ‘구원’을 매개로 벌어지는 안락사를 소재로 삼아, 각기 다른 의미의 구원을 찾는 사람들의 이야기를 판타지 형식에 담아냈다. 신인감독으로 PIFAN을 찾은 구혜선은 “죽음을 비롯한 삶의 다양한 선택의 문제에 직면한 사람들이 종교나 타인에게 그 책임을 전가하지 않고 자신 스스로의 선택에 의지하는 모습을 영화에 담아내고 싶었다”고 기획의도를 밝혔다. 첫 상영 후 관객과의 대화에서 쏟아진 다양한 질문들에 성실하고 진지하게 답하는 구혜선의 모습은 자신이 만든 영화에 대해 고민하며 의미를 찾는 신인 감독의 모습 그대로였다. 힘든 여건에도 불구하고 영화를 만들어야만 하는 이유를 묻는 질문에 “그 답을 아직도 못 찾았다. 좋아서 하는 것 같다”는 솔직한 답변을 내놓은 구혜선의 다음 작품은 내용을 구태여 설명하고 해석해주지 않아도 영화 자체로 관객과 소통할 수 있기를 기대해 본다. 만약 그럴 수 있다면 “양현석 사장님께 빌려놓고 아직 갚지 않았다”고 한 영화의 제작비를 갚지 않아도 넓은 아량으로 이해해주시지 않을까.

글. 부천=윤이나 (TV평론가)
사진. 부천=채기원 (ten@10asi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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