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13회 부천국제판타스틱영화제(이하, PIFAN) 환상영화학교의 첫 번째 강좌 ‘아톰의 재탄생- <아스트로 보이: 아톰의 귀환> 2009 제작과정’이 17일 오후 1시 경기아트홀에서 열렸다. 150여석의 객석은 현재 감독으로 활동 중인 아시아 판타스틱영화 제작네트워크(이하, NAFF) 참가자들과 경기예고 애니메이션 창작과 학생들로 90% 이상의 점유를 보였다. 올 가을 전 세계 개봉을 앞두고 있는 <아스트로 보이: 아톰의 귀환>(이하, <아스트로 보이>)의 애니메이션 감독 킴 위가 진행한 이번 수업은 초기 스케치 단계에서부터 모델링, 테스트 과정까지 작업 전반의 과정이 공개되었다.

“실제 애니메이션 팀을 꾸리는데 도움이 되었다”

킴 위 감독은 기본적인 스토리 작업에서부터 최종 라이팅과 더빙 작업에 이르기까지 전반적인 애니메이션 제작 과정을 실제 <아스트로 보이>의 작업 상황과 교차시키며 설명했다. “아침 7시에 일어나서 미국 스튜디오와 화상 회의”를 하고, 단계별로 거치는 테스트 과정과 미팅 등에 대한 사례는 실제 프로덕션 과정의 노하우에 목말라 있는 참가자들에게 중요한 열쇠가 되었다. 이어진 질의 응답 시간에서도 사용된 랜더 머신의 종류와 랜더링 타임 등 실제 제작자들 간의 전문적인 질문이 오고가면서 활발한 소통이 이루어졌다. 평소 “실사에 애니메이션을 접목한” 작업을 해온 이준수 감독(<공전궤도>)은 “<아스트로 보이>가 데츠카 오사무의 <철완 아톰>의 핵심적인 철학을 변형시킬까 걱정”되지만 “우리는 작업할 때 노가다로 하는데, 이들은 어떻게 할까 궁금했다. 실제 애니메이션 팀을 꾸리고 운영하는데 도움이 되었다”고 밝혔다.

이 날 공개된 <아스트로 보이>는 전 세계 개봉을 노렸지만, 사실상 북미지역에 맞게 캐릭터가 변형되고 이야기가 각색되었다. 그 결과 옷을 입거나 서구적인 외모로 변한 얼굴 등 데츠카 오사무의 원작과는 차이를 보였다. “자연스러운 머리의 질감을 살리기 위해” 아톰 특유의 ‘뾰족뿔 헤어’는 그 위치가 다소 바뀌었고, 북미 관객들의 정서를 고려해 상의를 탈의한 아톰은 티셔츠를 입게 되었다. 또 유난히 머리가 컸던 아톰을 위해 전체적인 신체 비율도 “자연스러운 3D적 표현”을 위해 현실적으로 수정했다. 그러나 킴 위 감독은 “아시아적인 아이콘”인 아톰의 이미지를 고려해 “제트 부츠와 반바지 차림은 고수했다”고. 스토리 라인에 있어서도 2009년판 아톰에서는 원작과는 다른 점들이 발견되었다. 원작에서 절대 악으로 표현된 텐마 박사는 <아스트로 보이>에선 “인간적인 면을 부각”시켰고 아톰도 “순진무구한 아이라기 보다는 자신의 가치를 인정받고 성장하길 원하는 성숙한 모습”으로 그려졌다.

영화에서도 볼 수 없는 아톰의 모습 공개

특히 이번 강좌에서 킴 위 감독이 보여준 다양한 모습의 아톰은 실제 개봉되는 영화에도 나오지 않는 초기 버전과 테스트 단계의 버전으로 참석자들의 탄성을 자아냈다. 배가 나온 아톰, 시리얼을 먹는 아톰, 머리에 왁스를 바르는 아톰 등 50 명의 애니메이터들의 “수만 번씩 반복되는 테스트 과정에서 지친 스트레스를 풀기 위한” 장난스러운 시도들에서 비롯된 코믹한 아톰이 큰 호응을 받았다. 50여 년이 지나 이름도, 생김새도 바뀌어서 돌아온 아톰. 그러나 세계 평화를 위한 의지만은 변하지 않은 아톰처럼 열정적인 참가자들과 감독의 활발했던 토론을 공개한다.

“미키마우스도 변하는데, 아톰도 변할 수 있다”

원작의 2D에서 3D로 각색 하는 과정에서 기존에 있던 내용들을 전 세계 관객들의 공감을 사기 위해 어떻게 바꾸었나?
킴 위
: 원래 원작은 일본인들을 위한 이야기라 전 세계, 특히 북미 쪽에 집중하면서 바꿀 필요가 있었다. 사람들이 아톰을 모르더라도 이해할 수 있게 하는 것이 중요했다. <철완 아톰>에선 텐마 박사가 아들을 잃고 아톰을 만들었다가 성장을 하지 않자 버리는 사악한 인물이었다면, <아스트로 보이>에서는 아톰을 볼 때마다 죽은 아들 토비가 떠올라 귀로워 하다 아톰을 보낸다는 나름의 이유가 있는 사람으로 나온다. 처음 접하는 이야기라 할지라도 관객들이 인간적으로 이해할 수 있도록 했다.

아톰 캐릭터도 옷을 입히는 등 많은 변화가 있었는데.
킴 위
: 프로덕션 단계에서 대중들에게 시사를 거쳤는데, 영화를 본 아이들의 부모들 중 80%가 아톰이 옷을 입지 않은 것이 이상하다는 반응을 보였다. 특히나 3D는 더욱 현실적이라서 아이가 옷을 입지 않고 돌아다니는 게 그들에겐 이해가 되지 않았다. 그래서 옷을 입히기로 했지만 원래 아이콘적인 모습을 살리기 위해 영화의 절정인 마지막 전투에서는 윗옷을 입지 않는다.

캐릭터나 스토리가 각색되는 과정에 있어서 데츠카 오사무 재단과 대립한 적이 있는지?
킴 위
: 원작에 변화를 줄때마다 데츠카 오사무 재단과 논의를 했고, 그들이 큰 반대를 할 때는 원작을 최대한 존중했다. 또 다른 캐릭터들에게는 많은 변화를 줬지만 아톰은 원작자의 뜻에 따라 원래의 모습을 유지하려고 노력했다. 데츠카 오사무 재단과 이마진 스튜디오 양쪽 모두 조금씩 양보했고, 진화한 모습의 캐릭터를 만들자는 것에 합의를 했다. 미키 마우스도 시간이 흐르면서 진화하는 모습을 보여줬지 않는가? 우리도 아톰에게 그런 변화를 주고 싶었다.

“나도 <트랜스포머> 팬이지만 마이클 베이 버전은 싫다”

그러나 엄청나게 오래된 기존 아톰 팬들의 반감이 걱정되진 않았나?
킴 위
: 사실 나도 <트랜스포머>의 원작의 열렬한 팬인데 마이클 베이의 <트랜스포머>는 싫다. (웃음) 물론 이마진 스튜디오 내의 애니메이터 중에서도 원작을 변형한 캐릭터에 반감을 가지는 사람도 있었다. 그러나 우리 스튜디오의 철학은 ‘스토리가 모든 것에 우선 한다’이다. 영화의 전체적인 완성도를 높이려면 스토리에 따라 캐릭터도 변화해야 한다. 그러나 아톰의 아시아의 아이콘적인 이미지는 손상시키지 않으려고 했다.

<철완 아톰>은 상당히 오래된 작품이다. 그때와 지금 관객들은 정서도 많이 바뀌었는데, 왜 이제 와서 리메이크를 하게 되었는가?
킴 위
: 물론 아톰은 5-60년대의 캐릭터이지만 <철완 아톰>자체는 굉장히 완성도 있는 고전이다. 그런 고전을 사람들의 기억에서 사라져갈 때, 좋은 작품이라는 걸 다시 확인시켜주고 싶었다. 또 10년 전만 해도 북미 지역에 아시아 콘텐츠는 낯선 것이었지만 지금은 망가 등 아시아 문화에 많이 익숙해졌다. 그렇기 때문에 지금이 <아스트로 보이>를 소개하기에 가장 완벽한 시기가 아닐까?

이마진 스튜디오에서는 <갓챠맨> (독수리 5형제)도 리메이크할 예정인데, 재패니메이션의 어떤 면이 계속 리메이크 작업을 하게 만드는지?
킴 위
: 우리 스튜디오에는 비슷한 또래의 사람들이 많다. 그래서 좋아했던 것들이 비슷하고, 같은 만화를 보며 자랐다. 모두들 <갓챠맨>이나 <트랜스포머>, <철완 아톰>에 대한 향수를 가지고 있고, 어렸을 때 각인된 그들의 모습을 새롭게 재현하고 싶었다. 무엇보다도 재패니메이션은 확실한 소비층이 있다. 내가 영화 <트랜스포머>를 좋아하지 않는다고 했지만 단지 그게 <트랜스포머>이기 때문에 가서 보는 것처럼 일본의 오래된 만화를 좋아하는 팬들은 많고, 그들은 리메이크 작품을 보러 극장을 찾을 것이다.

영화 <스피드 레이서>도 일본 망가를 영화화했지만 흥행에 실패했다. 애니메이션 디렉터로서 그 이유를 무엇이라고 생각하나?
킴 위
: 감독이 너무 비주얼적인 면에 치중했던 것 같다. 실제로 그 영화를 봤는데, 비주얼이 너무 강했다. 물론 영화를 만들고 편집하는 방법엔 여러 스타일이 있고, 그들은 새로운 방법을 시도했다. 그러나 아직 관객들이 그들을 받아 드릴 준비가 안 된 것 같다. 나 역시도 스토리 라인을 따라가기 힘들었다.

그렇다면 <아스트로 보이>는 그러한 실패를 겪지 않기 위해 어떤 전략으로 만들었나?
킴 위
: 너무 많은 캐릭터들이 등장하는 경우는 이야기가 산만하기 쉽다. 그러한 실수를 하지 않기 위해 주의했다. 초점을 확실히 아톰에게 맞추고, 주변 인물들은 최대한 그를 받쳐주는 것에 치중 시켰다. 전체적인 이야기의 균형감 형성을 위해 노력했다.

사진제공_ PIFAN

글. 부천=이지혜 (seven@10asia.co.kr)
사진. 부천=채기원 (ten@10asi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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