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9일간의 영화 소풍’이 펼쳐졌던 제10회 전주영화제(이하, JIFF)가 8일 폐막한다. 올해 JIFF는 디지털, 독립, 실험 등 10년 동안 만들어온 영화제의 특성을 더욱 공고히 했다. 디지털 단편영화 제작을 지원하는 ‘디지털 삼인삼색’은 10주년을 맞아 홍상수, 가와세 나오미, 라브 디아즈 등 세계적인 감독들과 함께 작업한 성과물을 내놓으며 국내외의 큰 관심을 받았으며, 접하기 힘든 필리핀이나 스리랑카 영화를 소개하며 영화제의 제 기능에도 충실히 했다. 여기에 역대 최다 관객, 최고 매진율 등 외적으로도 크게 성장한 면모를 과시했다. 총 292회의 상영 횟수 가운데 170회가 매진되었으며, 전체 관객수도 70,762명으로 전년 대비 5,544명이 증가했다.

늘어난 관객에 비해 숙소와 휴식 공간 부족은 여전

그러나 개최 초기부터 지적되었던 상영관과 휴식 공간 부족 등의 문제는 여전히 해결되지 못했다. 올해 JIFF의 총 상영관은 5개 극장 15개관(야외상영장 1개 포함) 91,222석으로 부산국제영화제 6개 극장 37개관(야외상영장 1개 포함) 274,847석에 비해서도 크게 모자랐다. 연일 이어진 매진 사례에는 비약적인 방문객 숫자 증가에 발 맞추지 못한 상영좌석 수의 부족도 한몫했다. 이 때문에 JIFF를 찾은 많은 관객들이 전체 객석에서 15% 할당된 현장 티켓을 구하기 위해 새벽부터 줄을 서는 등 큰 불편을 겪었다.

또한 일반 관객들을 위한 휴식공간에 대한 주최 측의 배려가 아쉬웠다. JIFF 라운지는 후원금을 내는 유료회원들만 이용할 수 있었고, JIFF 스페이스 내에 마련된 관객 쉼터는 늘어난 방문객에 비해 협소했다. JIFF 스페이스 내 ‘전주發 엽서전’ 전시관 한 쪽에 마련된 관객쉼터는 등받이가 없는 의자만이 10여개 놓여있었고, 정수기조차 폐막을 3일 앞두고 철거돼 관객 ‘쉼터’라는 말이 무색했다. 바로 옆에 위치한 게스트 쉼터는 2층 공간에 무료 음료까지 제공되고, 유료 회원들을 위한 JIFF 라운지에서는 인터넷이 가능한 노트북, 소파, 커피 자판기 등의 편의시설을 이용할 수 있는 것과 대조되었다. 서울에서 온 관객 반유진 씨는 “영화의 거리 자체에도 마땅히 쉴 곳이 없는데, 쉼터는 JIFF스페이스에서 공연이라도 있으면 금방 다 차서 들어갈 수가 없다. 화장실도 따로 마련된 것도 없고 영화관에만 있으니까 너무 불편하다”며 불편함을 토로했다.

또한 숙소 부족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주최 측에서 대대적으로 홍보했던 사랑방은 소담원, 한옥생활체험관 등 4개관에서 일일 수용 인원이 주말 150명, 평일 70명에 불과해 전년 대비 5,544명이 늘어난 관객 수에 비해 턱없이 부족했다. 더욱이 사랑방 숙소가 유료회원인 서포터즈에 의해 온라인 조기마감 된 상황에서 전주를 찾은 일반 관객들은 이용하기 어려웠다.

관객들이 원하는 것을 만족 시키는 숙제

이에 반해 자전거 무료 대여나 거리 도서관, 다양한 기념품들은 많은 호응을 얻었다. 무료로 자전거를 대여해주는 ‘JIFF 여행을 위한 활력 충전소’에서는 영화제 기간 내내 450여명의 관객들이 자전거를 빌려갈 정도로 인기가 높았다. JIFF샵의 기념품들은 판매 3일 만에 연필세트와 컵, 가방 등 거의 모든 물건이 품절되었고, JIFF 측에서 펴낸 전주 관광 안내서 <전주 느리게 걷기>도 전량 품절 되는 등 JIFF를 찾는 방문객들이 원하는 것을 잘 읽어낸 서비스에는 호응이 돌아왔다. 이처럼 관객들의 욕구에 밀착된 서비스가 JIFF 전반으로 확대, 적용되는 대책에 있어 주최 측은 좀더 치열하게 고민할 필요가 있어 보인다.

그러나 더 큰 문제는 10년이라는 긴 시간 동안 계속되어 오면서도 JIFF만의 특색을 외형적인 이미지나 공연, 행사 등의 프로그램에서 살리지 못하고 있다는 것이다. 독립영화를 꾸준히 제작 지원하고, 낯선 지역의 발굴되지 않은 영화를 소개하는 영화제 고유의 색깔은 이제 확보되었다. 세계적인 평론가들을 초청해 수준 높은 강의를 제공한 ‘마스터 클래스’ 등의 강연 프로그램도 의미 있었다. 그러나 영화제는 영화만으로 움직일 순 없다. 왔던 관객을 또다시 찾게 하는 것은 영화 외의 매력, JIFF만이 가진 강점에서 비롯될 것이다. 그러나 JIFF 측에서 마련한 비보이 챔피언십, 밸리댄스 등의 공연은 전주라는 도시가 가진 고유한 매력과 접점을 찾지 못했다. 또한 매년 운영해오고 있는 루미나리에나 퍼블릭 아트를 표방한 각종 거리 설치물 등도 JIFF와 전체적으로 통일된 콘셉트 없이 이질적으로 퍼져 있어 영화의 거리 자체의 매력마저 반감시켰다. JIFF가 상영하는 수준 높은 영화에 걸맞게 다양하고 의미 있는 프로그램들이 조화롭게 어우러지려면 주최 측의 전문적인 노력이 곁들여져야 한다. 내년에는 전주비빔밥처럼 유기적으로 조화된 JIFF의 좀더 나은 모습을 기대해 본다.

글. 전주=이지혜 (seven@10asia.co.kr)
사진. 전주=채기원 (ten@10asi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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