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0년, 낯선 얼굴로 찾아왔던 이도 가족이 되는 시간이다. 개막을 한 달 앞둔 제 10회 전주국제영화제(이하 JIFF)의 상영작 발표 기자 회견이 3월 31일 오후 5시 세종호텔에서 열렸다. 오는 4월 30일부터 5월 8일까지 9일간 42개국 200여편의 영화를 선보일 2009년 JIFF는 해외출품작이 120편 증가하는 등 양적인 면에서 크게 성장했지만 특유의 색을 잃지 않으려는 움직임이 강하다. 개막작인 <숏!숏!숏!>은 2007년부터 시작된 단편영화 프로젝트를 확대해 종전 3명에서 10주년을 기념해 10명의 젊은 감독들이 참여했다. <저수지에서 건진 치타>의 양해훈, <후회하지 않아>의 이송희일, <은하해방전선>의 윤성호 감독 등이 물질만능주의에 빠진 현대인의 이야기를 ‘돈’을 매개로 풀어냈다.

<하녀> 완전 복원판 최초 공개 등 볼거리 풍성

10회를 맞으며 안정기에 접어들고 있는 JIFF는 도전적이고 실험적인 영화제의 성격을 유지, 강화하는 한편 10주년 기념 프로그램에 공을 들였다. “영화 미학이 극대화된 작품들을 소개하려고 노력했다”는 유운성 프로그래머의 말처럼 러닝타임만 9시간에 달하는 왕빙 감독의 <철서구>와 라브 디아즈 감독의 8시간짜리 장편 <멜랑콜리아> 등 일반적으로 접하기 힘든 작품들이 대기 중이다. JIFF의 간판 프로그램인 ‘디지털 삼인삼색’에는 일본의 가와세 나오미, 한국의 홍상수, 필리핀의 라브 디아즈 감독이 참여해 월드 프리미어로 신작 단편을 공개한다. 특히 올해는 JIFF가 지지해왔던 독립, 단편 영화에 대한 실질적인 제작 지원을 가능케 하는 ‘프로젝트 마켓’을 신설했다. 극영화 외에도 다큐멘터리 피칭을 통해 비상업적인 부분의 창작자들과 투자자들의 만남을 주선하고, 최대 8천만 원까지 제작비도 지원한다는 계획이다.

10주년 기념 프로그램으로는 그동안 JIFF를 통해 소개된 봉준호, 야마시타 노부히로, 아피찻퐁 위라세타쿤 감독 등의 데뷔작을 다시 볼 수 있는 ‘JIFF가 발견한 감독 열전’ 등이 마련됐다. ‘10주년 기념 영화평론 마스터 클래스’도 진행되는데, “인터넷 문화로 인해 위상이 변화되고 있는 영화평론”에 대한 진지한 담론이 오갈 것으로 기대된다. 프랑스의 레이몽 벨루 등 세계적인 영화평론가들을 초청해 실제로 작품을 함께 보고 비평하는 시간도 갖는다. 여기에 1, 2회 이후 중단되었던 ‘한국영화 회고전’이 부활해 현존하는 최고(最古)의 한국영화 양주남 감독의 <미몽>등 4편이 상영된다. 특히 김기영 감독의 <하녀>는 세계 최초로 완전 복원판이 공개될 예정이다.

“전체 상영 좌석을 2만석 더 늘리고, 숙소를 확충했다”

이밖에도 <안나와의 나흘 밤>으로 17년간의 침묵을 깨고 돌아온 폴란드 출신의 거장 예르지 스콜리모프스키 감독의 회고전이 눈길을 끈다. 또한 올빼미족을 위한 최고의 인기 프로그램인 ‘불면의 밤’ 에는 로망 포르노의 상징과도 같은 다나카 노보루의 영화를 비롯 심야에 어울리는 광기와 욕정 어린 작품들이 전주를 잠 못 들게 할 예정이다.

문화와 전통, 미식까지 즐길 거리가 많은 전주에서 개최되지만 그동안 고질적인 좌석 부족과 취약한 숙소 문제로 지적받아오던 JIFF는 인프라 개선 및 확충에 노력을 기울였다고 밝혔다. “전체 상영 좌석을 2만석 더 늘리고, 숙소를 확충하며 행사장과 시내를 곳곳을 연결하는 셔틀버스의 시간을 단축했다”는 민병록 집행위원장의 말은 4월 30일 전주에서 직접 확인할 수 있을 것이다. 앞으로 1달. 에너지를 아껴라. 전주가 기다린다.

사진제공_ JIFF

글. 이지혜 (seven@10asi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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